올해 신규 항공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한 항공사 3곳이 취항도 전에 업황 부진과 내홍으로 위기에 놓이면서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플라이강원은 오는 10월과 12월 각각 국내선·국제선 취항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국토교통부에 AOC를 신청했고, 현재 심사 마지막 단계인 비상탈출 시연과 50시간 시범비행을 남겨둔 상태다. 오는 9월 말 AOC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 순탄히 진행되면, 올해 3월 항공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한 신규 LCC 3곳 중 가장 먼저 비행기를 띄운다.
반면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는 기존 경영진과 투자자 간 경영권 다툼으로 내홍이 지속되면서 AOC 등 남은 절차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김종철 전 대표가 이사진과 갈등으로 물러나면서 투자자 측 심주엽 대표와 아시아나항공 출신 김세영 대표 체제로 전환한 뒤, 지난 6월 국토부에 대표이사 변경에 따른 변경면허를 신청했다. 현재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달 내 발표될 예정이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심사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안 될 경우는 배제하고 계획대로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내년 1~2월 AOC를 신청하고 그해 9월 취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로케이도 최대주주 에이티넘파트너스가 강병호 대표이사 교체 시도에 나서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에어로케이가 강 대표 체제 아래 신규 항공 면허를 받은 직후 경영진 교체를 시도했으나 국토부 강경 반응에 계획을 접었다. 그러나 최근 에어프레미아가 대표 변경에 따른 면허 변경을 신청하면서 국토부 대응에 따라 에어로케이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강 전 대표 임기는 이미 지난 5월 만료돼 현재 대표자리가 3개월째 공석이다. 내부적으로 강 전 대표 측 인물들이 좌천되고, 에어부산 출신 최판호 부사장이 영입되는 등 인사 개편이 진행 중이다. 신임대표는 최 부사장이 유력하다.
에어로케이 경영진이 교체되면 취항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미 이달 말로 계획된 AOC 신청이 경영권 다툼으로 지연됐다. 만약 경영진이 교체되면 대표면허 변경 심사 기간과 신임대표 선정 기간을 고려해 올해 말에나 신청 가능하다. AOC도 최소 3개월 이상 소요되는 만큼 연말 AOC를 접수할 경우 내년 3월 첫 취항 계획은 지연이 불가피하다. 예정대로 2월 초도기를 도입할 시 불필요한 리스료가 들어가고, 여름·겨울방학 등 하이시즌을 놓칠 경우 큰 손실을 입어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경영 위기 우려가 나온다. 다만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공통적인 목적은 회사의 성공이니만큼 투자자·경영진 간 이견을 조정하고 있다”며 “국토부와 AOC 신청 시점을 조정 중으로, 결과가 잘 나오면 내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경영진·투자자 간 입장 정리가 잘 되면 내년 취항도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올해 신규 항공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한 항공사 3곳이 취항도 하기 전에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규 LCC들을 둘러싼 잦은 경영권 분쟁은 투자자와 경영인 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신규 LCC들을 둘러싼 잦은 경영권 분쟁은 투자자와 경영인 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항공산업은 당장 면허만 확보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취항 전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투자자들은 하루 빨리 수익을 내기 위해 경영 참여를 시도하면서 기존 대표와 갈등을 겪는다는 것이다.
우선 AOC 통과 자체가 만만치 않은 과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AOC는 전문 인력 보유 및 기자재 정비, 시스템과 조직체계, 안전성 등 부문별 1500여 개 심사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통과를 장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경쟁도 후발주자가 넘어서야 할 큰 산이다. 현재 운항 중인 국내 항공사는 기존 아시아나·대한항공 2곳에서 8곳으로 늘어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기존 항공사들이 수익성 좋은 슬롯(공항 이착륙 시간대)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 후발주자가 좋은 슬롯을 확보하기 힘들고, 확보하더라도 출혈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몇 년간의 적자를 감수하고 꾸준히 투자하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최근 환율상승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 내국인 국제여행 수요 둔화, 일본 노선 탑승률 저하 및 중국 신규 노선 취항 중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업황이 좋지 않다. 산적한 과제와 업황 부진을 극복하려면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뭉쳐야 하는데, 에어프레미아나 에어로케이처럼 항공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단기 이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이 경영에 참여하면 재무적 판단으로 사업이 추진돼 제대로 자리잡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 특성상 단기 이익을 추구하기에 당장 몇 년간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 측면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기존 대표들과 의견 충돌이 잦았을 것”이라며 “후발주자인 신규 LCC들이 높은 진입장벽을 뚫으려면 당장 적자가 나도 장기적 차원에서 판단·투자하고, 기존에 없는 사업모델을 내세워 승부를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경영권 위협 줄었지만 실적 부진 더 괴로운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지주사 한진칼과 관련한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났지만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협회가 발표한 7월 항공시장동향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국내 항공시장에서 국제여객 점유율 22.3%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점유율 하락은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888억 원 줄어든 6674억 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실적 부진은 환율상승과 국가간 무역분쟁, 경기 침체와 여행수요 감소 등으로 항공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항공사 공급과잉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주요 경쟁사가 대형 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에 불과했던 기존과 달리 최근 국내 저가항공사(LCC) 6곳과 중국·중동 등 외국적 항공사 등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대한항공이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LCC 6곳의 국제여객 점유율은 30%로 전년 동기보다 1.3%포인트 상승했고, 2015년과 비교하면 올해 무려 16.5%포인트나 늘었다. 외국 항공사의 올 상반기 국제선 여객 실적도 전년 동기보다 1%포인트 늘어난 32.4%를 기록했다. 특히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중동항공사의 가격파괴 전략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항공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계열사 진에어를 중심으로 국내선과 단거리노선에 집중하는 한편, 미주·유럽과 아시아·태평양 등 중·장거리노선으로 취항노선을 확대해온 대한항공의 투트랙 전략이 성과를 보지 못한 이유다. 업황은 추후 바뀔 수 있다 해도 공급 과잉은 지속될 문제이기에 대한항공이 단기간에 수익성을 개선하긴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단기 실적만으로 부정적 전망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관측도 있다. 항공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만큼 대한항공이 기존 투 트랙 전략에서 단·중·장거리 노선에 모두 집중하며 항공기 투자를 늘리고 있고, 델타항공과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온 점, 국내 항공업 선발주자로서 주요 수익노선 슬롯을 선점한 데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노하우를 보유한 만큼 추후 개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은 50년 넘게 항공업을 하면서 탄탄한 노하우와 전문·안전성을 확보했고, 체계적 관리회계시스템 아래 연차적 재무구조 개선 계획도 갖고 있기에 장기적인 차원에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