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제일 왼쪽)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일단 여권엔 당혹감이 역력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진짜 칼을 빼든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몇몇 민주당 인사들은 주변에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 눈치 보지 말라고 했다고 해도 이럴 수 있나”라며 한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유한국당 당직자는 “(민주당 쪽) 반응을 지켜봤는데 한마디로 멘붕(멘탈붕괴)이 온 거 같더라. 그런 반응이 연기라면 당장 배우를 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아무리 정권에 협력한다고 해도 그 정도(가짜 수사)까지 하진 않는다. 비판여론을 덮기 위해 수사하는 척하고 무혐의 결론을 내린다? 야당은 바보인가. 당장 특검하자고 할 거다. 여론이 이렇게 나쁜데 특검 안 받을 수 있겠나. 특검 수사에서 뭐가 나오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법원도 짜고 쳤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조 후보자는 내상을 크게 입었다. 여권은 조 후보자가 ‘검찰 개혁 적임자’라고 방어해왔으나 당장 야권은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이 어떻게 검찰 개혁을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고발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 수사가 착수된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윤 총장이 취임 한 달 만에 정권 실세를 겨냥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의 변호사는 검찰이 조 후보자에 대한 ‘결정적인 한 방’을 확보했기 때문에 움직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정권 실세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면서 언론보도만 짜깁기해서 냈을 리 없다. 영장 발부하는 판사도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잘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은 혐의가 상당히 소명됐다는 것이다. 영장 청구하기까지 계좌 추적 등 물밑에서 할 수 있는 수사를 했을 거다. 공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조 후보자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결정적인 한 방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시절 윤 총장과 함께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윤 총장 지론이 ‘보이는 비리에는 눈감지 않는다’였다. 그래서(정권 겨눈 수사를 하다) 전 정권에서도 찍힌 거 아니냐”면서 “조 후보자 딸을 1저자로 올려준 교수가 인터뷰한 것을 봤다. ‘(조 후보자 딸이) 대학 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해줬다’고 대놓고 말하더라. 저 분이 법을 잘 몰라서 범죄사실을 저렇게 술술 털어놓나 깜짝 놀랐다. 이미 범죄사실이 명확한 부분이 있는데 윤 총장이 모른 척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국 후보자가 투자한) 펀드의 경우 냄새가 엄청 많이 난다. 수사 안 하면 이상한 검찰이 된다”고 했다.
윤 총장은 ‘뼛속까지 검사’란 평을 받는 검사였다. 이번 수사를 놓고 검찰 조직 논리가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 개혁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수사에 고려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규정했다.
앞서의 한 변호사는 “검사들이 문재인 정부에 불만이 많았다. 정권 초부터 김학의 사건 등을 다 끄집어내 검찰 망신 주기를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여권 인사들에게 아주 무시를 당했다고 하더라. 과거 검찰 출신 인사가 맡던 청와대 민정수석 같은 자리도 다 외부인사에게 돌아갔다. (검찰) 현실을 모르는 분들이 검찰 쪽 목소리를 무시하고 개혁안을 밀어붙였다”면서 “검찰 위상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왔고 윤 총장에게도 전달됐을 것이다. 검찰이 국민들에게 응원을 받으려면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은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폐쇄성이 강한 조직이다. 검찰총장이라고 내부 목소리에 귀 닫고 있을 수 없다. 과거 검찰을 외면하고 정권 편에 섰던 모 검찰총장은 퇴임 후 검사 후배들에게 사람대접도 못 받았다고 하더라. 윤 총장이 움직인 것도 그런 차원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