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앵커 발언 이후 백 씨가 아버지를 여읜 가장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비판이 커지자 변 앵커는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진영논리에 갇혀 청년들의 박탈감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변 앵커 발언에 법적 대응까지 생각했던 백 대표도 “사과를 받고 별도 대응은 안 하겠다”고 상황을 종식시켰다. ‘일요신문’이 ‘수꼴’로 찍힌 백 대표를 만나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8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경훈 대표. 최준필 기자
―변상욱 앵커 발언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
“연설만 준비해서 하고 싶은 얘기만 했는데 이렇게 됐다.”
―어떻게 무대에 서게 됐나.
“조국 후보자 논란이 워낙 뜨거웠고, 사안이 사안인 만큼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연단에 섰다.”
―변 앵커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연설이 끝난 뒤 주위 분들이 뭔가를 캡처해서 보내 주시더라. 처음엔 ‘내 발언이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하고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런데 나중에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보니 그 분이 YTN 앵커였다. 페이스북에서 공유가 되고 회자가 되면서 공분을 사니까 처음에는 수정을 하시더니 결국 삭제를 했다. 보면서 속도 쓰리고 안타까웠다. 아버지 문제를 거론하니까 그 분이 알고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가족들 속도 상했다.”
―곧 사과문이 올라왔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주변 분들 의견도 많이 들어보고 고민을 하다가 페이스북에 ‘왜 그렇게밖에 듣지를 못하셨는지 너무 속상하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는 또 어떡할지 고민하던 차에 그 분이 밤늦게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를 받고 끝냈다. 어떤 마음인가.
“대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를 갖고 진영 싸움으로 끌고가려 하는 분도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마침표를 찍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연단에 서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나.
“조 후보 사안에서 젊은 사람들이 분노했던 포인트는 위장이혼이나 사모펀드가 아니라 교육문제였다. 굉장히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불법이냐 합법이냐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 때문에 분노가 끓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흔히 ‘386 운동권’ 세대들이 가진 위선과 한계라고 생각했다. 도덕을 강조하지만 본인들은 도덕적이지 않은 행태를 보이는 모습도 지적하고 싶었다.”
―조 후보자 자녀 문제에 청년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청년들의 역린인 것 같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우리나라 10대들은 모든 에너지를 입시에 쏟는다.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된다. 그런데 자신들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 추구했던 경쟁장에서 조국 자녀가 갔던 그 길을 바라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불법이 아니다’라는 말에 더 분노한 것 같다.”
―어떤 뜻인가.
“이런 것들을 알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처벌할 수도 없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방법이 딴 세상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20대의 반발을 두고 ‘이기주의’ 등으로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고려대 학생들에게 ‘귀퉁배기를 때리고 싶다’는 한 신부님 발언이나 무턱대고 ‘수꼴이다’라고 했던 변 앵커 발언이나 기성 어른 프레임으로 자꾸 접근하려고 하는 것 같다. ‘왜 이런 식으로 생각해?’가 아니라 ‘너희는 잘못됐어. 그래서 너희 뺨을 때리고 싶어’라는 것은 너무 갔다고 본다. 이런 발언들이 세대 전쟁의 기폭제가 된다. 내가 이야기하면 선이고 옳지만, 네가 이야기하는 건 맞지 않고 악이라고 재단하고 철퇴를 가하려고 한다. 과거에 군부 독재 정권을 향해 반대를 외쳤던 분들이 군부 독재 정권의 좋지 않은 모습들만 따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성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 분들에게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우리 또래도 경계해야 할 것은 선과 악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세상이 선과 악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다. 그분들처럼 우리도 선과 악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마치 기성세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기성세대가 악이 아니라 누구나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기득권에 유리한 체제가 견고하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이 체제를 끌고가면 미래 청년들에게도 불합리한 시스템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세대 간 전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미래를 위해서라면 계속 부딪히면서도 고민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 가야 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