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성생활을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 결과들에서도 나타났듯이 건강한 성생활은 면역력을 높여주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며, 또한 상당한 운동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규칙적으로 건강한 성생활을 하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이처럼 섹스와 건강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하면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섹스의 효능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이를테면 활발한 성생활은 독감, 편두통, 심장마비, 전립선 질환 등 많은 질병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치료제로서 접근하는 섹스의 효능에 대해서 알아봤다.
활발한 성생활은 독감, 편두통, 심장마비, 전립선 질환 등 많은 질병을 예방한다.
독일 뮌헨에 거주하는 베른하르트 K(72)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팔팔한 청춘은 아니다. 하지만 체력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청춘 시절 못지않게 혈기왕성한 데다 건강 상태도 매우 좋다. 매일 아침이면 그는 동이 트자마자 인근 알프스 산으로 등산을 가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취미도 다양하게 갖고 있으며, 친구도 많고, 무엇보다 성생활도 여전히 활발하게 하고 있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밤보다는 아침에 일어나서 부부관계를 갖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식사를 마친 후 바로 잠자리에 든다고 말하는 그는 “섹스를 할 수 있는 한, 나는 늙은 것이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꾸준함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68운동 세대다. 성적 자유를 위해 싸웠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게 살아왔다. 섹스는 나를 건강하게 만든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은 옳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섹스와 건강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오르가슴을 자주 느낄수록 수명이 연장된다는 사실도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가령 영국 웨일스의 작은 도시인 케어필리에서 실시되고 있는 장기간에 걸친 연구가 좋은 예다. 이른바 ‘케어필리 코호트 연구’다.
40년 전 2000명이 넘는 남성을 대상으로 시작된 이 연구는 실험 대상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후에야 완전히 종료될 예정이다. 즉, 의사와 심리학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이 남성들을 추적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실험 대상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한 그룹은 일주일에 최소 2회씩 성생활을 활발히 하는 사람들이었고, 다른 그룹은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꼴로 성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성생활과 기대수명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일주일에 2회 이상 오르가슴을 느끼는 남성들이 그렇지 않은 남성들보다 평균 10년을 더 오래 살며, 사망 위험도 5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결과가 반드시 ‘섹스가 장수의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건강한 사람일수록 섹스를 더 많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쿠스’는 성욕과 일상, 그리고 오르가슴과 능률 사이에는 분명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르가슴에 대해 ‘포쿠스’는 아마도 인간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경험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섹스는 순수한 스포츠라고도 말했다. 섹스가 운동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침대 위에서 사용되는 근육과 소모되는 칼로리양만 봐도 알 수 있다. 가령 섹스를 하는 동안에는 온몸의 근육들이 사용되는데, 가령 심지어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치골미골근까지도 사용된다.
영국 의료시스템인 NHS에 따르면, 한낮에 잠깐 짬을 내서 하는 섹스조차도 최소 85칼로리가 소모된다. 또한 30분 동안 섹스를 할 때는 300칼로리 정도가 소모되며, 이는 40분 동안 달릴 때 소모되는 양과 맞먹는다. 드물긴 하지만 가장 격렬한 오르가슴은 한 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스피닝을 했을 때와 운동량이 비슷하며, 이런 경우 성관계 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더러 근육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섹스를 할 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 가령 감각적인 자극, 뇌 활동, 호르몬 분비, 근육 수축 등은 뇌 스캐너를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성행위 중 심장 기능을 검사하거나, 섹스 전후 혈액 샘플을 채취해서 검사하는 방식이다.
섹스를 할 때 일어나는 몸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변화는 이미 키스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입술이 접촉되면 냄새 및 기타 매개변수를 분석하는 대뇌피질의 감각피질이 자극되고, 만약 대뇌피질이 이 자극을 마음에 들어할 경우에는 웬만해선 멈추지 않게 될 프로그램이 즉시 가동된다. 반면, 이 자극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자극이 시작되면 뇌의 다양한 부위에서는 이제 성관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를 보내게 되고, 그러면 뇌의 운동피질은 이에 필요한 명령을 근육에 전달한다. 이를테면 손으로 애무를 하거나, 옷을 벗거나, 적절한 위치를 잡는 식이다.
이때 평소에는 성욕을 통제하기 위해 켜진 상태로 있던 왼쪽 전두엽 아래에 있는 곧은이랑은 꺼지게 되고, 이에 반해 평소 불안과 스트레스 반응을 담당하는 시상하부는 켜지게 된다. 시상하부는 성관계를 할 때는 음경, 클리토리스, 그리고 음순을 세 배가량 팽창시키기 위해서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관을 팽창시키는 역할을 한다.
호르몬에도 급속한 변화가 일어난다. 섹스를 할 때는 몸에서 다양한 호르몬이 일시에 다량으로 분비되면서 우리 몸을 평소와 다른 상태로 만든다. 가령 옥시토신은 파트너와 더욱 더 밀착하도록 만들며, 세로토닌은 항우울증제처럼 작용하고, 엔도르핀은 헤로인이나 아편과 같은 흥분 상태에 도달하게 만든다.
이어 점차 절정에 다다를수록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가 마비되면서 온몸의 통증은 사라지게 된다. 오르가슴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피부는 붉게 상기되고, 뇌는 완전히 꺼지며, 온몸은 경련으로 실룩거리고 수축되며, 때로는 널판지처럼 뻣뻣해지는 무감각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이윽고 절정에 도달하면 흥분하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때로는 (요도나 직장의) 괄약근이 풀리기도 한다. 여성의 오르가슴은 최대 40초, 남성의 오르가슴은 최대 12초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가슴이 지나고 나면 이내 진정 상태에 이르게 된다. 뇌는 다시 활성화되고, 일종의 진정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프로락틴 분비가 촉진된다. 그리고 몸 안에서는 섹스 전보다 두 배 많은 킬러세포(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파괴하는 백혈구)가 생성된다. 성관계시 각종 세균이 체내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하복부에서는 면역 시스템을 통해 난자까지 도달하지 못한 정자들을 체외로 배출해내며, 이는 평균 5000만 개의 사정된 정자 가운데 4999만 9999개에 해당된다. 만일 임신이 됐을 경우에는 단 한 개의 정자만 난자에 도달하게 된다.
섹스와 관련된 이런 과학적 설명은 섹스가 일종의 고주파 심장강화 운동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섹스를 운동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것이다. 그렇다면 정서적인, 그리고 치료적인 측면에서 섹스가 몸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이에 대해 자세히 연구해온 학자들은 섹스를 러닝, 요가, 요추운동과 더불어 하나의 질병 예방책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연구진들은 섹스의 긍정적인 효과가 섹스를 주기적으로 하는지, 그리고 그 섹스가 만족할 만한 오르가슴으로 끝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때의 오르가슴은 자위를 통해 혼자 느끼든 아니면 파트너와 함께 느끼든 상관없다. 오히려 치료적인 관점에서 보면, 자위를 하는 것이 때로는 파트너와 섹스를 할 때보다 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셰필드대학의 물리학자인 로이 레빈은 자위행위 때 느끼는 오르가슴이 종종 더 강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남성의 경우, 자위를 통해 오르가슴을 느끼면 주기적으로 정자를 생성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립선 건강을 유지하게 되며, 또한 면역체계가 강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자위를 통한 오르가슴으로 기분이 고조되고, 월경주기가 안정되고, 임신 능력이 향상된다.
중요한 것은 혼자 자위를 하든 파트너와 섹스를 하든, 주기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경우 치료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오르가슴을 느낄 경우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촉진되며, 이에 따라 피부가 건강해지고 머릿결에서는 윤기가 나며, 혈관 노화 및 골다공증의 위험도 감소한다.
또한 오르가슴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면역력을 강화시킨다. 에센대학과 취리히연방공과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르가슴을 느낄 시에는 혈중 면역글로불린A(점막 면역에 주요 역할을 하는 항체)의 비율이 증가하고, 그만큼 감염의 위험은 줄어든다.
이밖에도 오르가슴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많다. 가령 미국의 윌크스대학은 ‘일주일에 두 번 섹스를 하면 면역력이 60% 증가한다’고 말했으며, 뉴욕국제생물에너지분석 연구소는 ‘주기적인 섹스는 심장마비 위험을 30% 낮춘다’라고 말했다. 멜버른 암위원회는 ‘일주일에 최소 다섯 번씩 자위를 하는 남성의 경우,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30% 감소하고, 일주일에 3~4회 오르가슴을 느끼는 남성들의 뇌졸중 위험은 50%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윌크스대학에 따르면, ‘성관계 중에 분비되는 호르몬은 숙면에 도움이 되며’, 멜버른 암위원회는 ‘이 호르몬은 아편과 유사한 물질이기 때문에 통증을 감소시키고, 오르가슴을 느낄 때는 두통, 관절통, 심지어 출산시 진통이 감소된다’고 말했다.
다만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치료 효과를 최대한 보기에는 오르가슴을 너무 적게 느끼고 있다고 ‘포쿠스’는 지적했다. 가령 미국의 경우 2009~2018년까지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9세는 섹스를 연평균 112회 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30~39세는 연평균 85회, 그리고 40대 이상은 연평균 69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포르투갈에서 실시된 비슷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60세 이상의 4000명 가운데 남성은 네 명 가운데 한 명만이, 그리고 여성은 다섯 명 가운데 한 명만이 일주일에 최소 1회 이상 성관계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남성의 3분의 1과 여성의 절반은 더 이상 성관계를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한 남성들 가운데 가장 성생활을 활발히 하는 사람은 교육을 받고, 도시에 살며, 경제 활동을 하고, 종교가 있는 경우였으며, 여성들의 경우에는 종교나 사는 지역이 성생활 빈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생활에 있어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와의 관계였다.
섹스를 치료 목적으로 접근할 경우, 중요한 것은 파트너와 성관계를 하든, 자위 행위를 하든 주기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이라고 ‘포쿠스’는 강조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