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검찰 수사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와 가족이 운영했던 학교 법인인 웅동학원, 사모펀드 의혹 등이다. 검찰이 지난 27일 압수수색 했던 장소 20여 곳이 모두 이 세 가지 의혹과 관련돼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검찰이 수사팀을 가장 많이 보낸 곳은 조 후보자 딸의 특혜 장학금 및 부정입학 의혹이 불거진 장소였다.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선 특혜 장학금 의혹이 불거진 곳이었고 단국대, 고려대 공주대 등은 논문 작성과 입학 과정에서 편법 또는 불법 가능성이 제기된 곳이다.
입시 의혹 관련 수사 강도는 결코 낮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후보자 수사를 지휘하는 고형곤 특수2부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받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 안팎에선 삼성바이오 수사를 진행 중인 특수4부를 제외한 특수1~3부 가운데 특수 2부에 이번 사건이 배당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고 부장의 ‘경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딸과 관련한 의혹 대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났다. 논란이 된 단국대 의대 제1저자 논문과 공주대 인턴십을 통해 제3저자로 등록한 논문은 조 후보자 딸이 고등학교 재학시절인 2009년 등재됐다. 연구부정 논문을 활용해 고려대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현재 업무방해 혐의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거론되고 있는데, 공소시효는 7년이다.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건 장학금 의혹이다. 검찰은 조 후보자의 딸이 2016년부터 3년간 부산대 의전원에서 한 학기에 200만 원씩 총 6번의 장학금을 수령한 것과 관련해 당시 양산부산대병원 원장으로 있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장학금 지급 관련 규정을 어겼다는 의혹을 확인 중이다.
특히 이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업무방해 혐의는 물론 제3자뇌물죄 혐의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최근 노환중 원장을 출국금지했고 29일 오전엔 오거돈 부산시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조국 후보자가 민정수석 재직 시절 부산시를 통해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선정 등에 개입했고, 딸에게 전달된 장학금이 뇌물이 아니냐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업무방해 혐의가 거론되는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기도 하고, 애초에 특수부 사건으로 분류하지도 않는다. 특수부에선 통상 부패 범죄, 이 가운데에서도 뇌물죄나 직권남용 등 공직 관련 혐의가 핵심이 된다”며 “결국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재직할 당시 벌어진 일들에 수사 초점이 맞춰지게 될 수밖에 없는데, 입시 의혹과 관련해선 부산의료원장 선정 개입 의혹이 집중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 앞서 제기된 의혹 보다 훨씬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만 범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검찰은 조 후보자 가족이 운영한 웅동학원 의혹에도 칼끝을 겨누고 있다. 핵심은 조 후보자 동생이 웅동학원 공사대금과 관련한 51억 원 대 소송을 제기한 과정에서 재단 이사로 근무하던 조 후보자가 위장소송의 가능성을 알고도 소송에 무변론으로 패소했는지 여부다.
적용 가능한 혐의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특경법상) 배임죄가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웅동학원 의혹 역시 조 후보자의 동생이 직접 당사자로 지목된 만큼 조 후보자의 책임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웅동학원 의혹을 조 후보자와 연결하려면 그가 소송에 관여했는지, 적어도 그 사안을 당시 인지했었는지 등이 확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딸 입시, 웅동학원 의혹과 달리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선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고성준 기자
반면 사모펀드 투자 의혹은 앞서의 검찰 안팎의 분위기가 다르다. 조 후보자가 배우자와 자녀 등과 직접 투자했고, 투자 시점도 민정수석 임명 시기와 겹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이번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의 핵심은 사모펀드 투자 의혹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조 후보자와 가족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를 시작한 2017년 7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펀드)’에 투자했다. 전 재산보다 많은 74억여 원의 투자를 약정하고, 실제 10억 5000만 원을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의 직접 주식 보유를 제한하고 백지신탁하도록 하고 있다. 이해충돌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주식 외에 펀드처럼 투자자와 분리된 운용자가 알아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재산을 관리해주는 것은 규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 후보 가족이 투자한 펀드는 ‘경영참여형’이다. 상장사든, 비상장사든 경영참여가 가능하다. 단순 지분 투자가 아닌 경영권이 달린 투자인 만큼 이해관계가 크게 부딪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고위 공직자의 친인척이나 지인이 투자한 펀드의 운용사를 소유했거나 임원이었다면 불법 및 편법을 저지르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이 펀드에 들어간 자금이 한 사람이거나 가족일 경우에는 이해충돌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투자와 운용 사이에 ‘방화벽’이 없어지는 만큼 간접투자가 아닌 사실상 직접투자가 돼서다.
앞서 조 후보자 일가는 조 후보자의 5촌 조카 조 아무개 씨의 소개를 받아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5촌 조카가 이 사모펀드를 실질적 운용자였다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동시에 조 후보자 처남 정 아무개 씨 두 아들도 펀드에 투자한 사실도 추가로 나타났다. 사모펀드 투자자는 총 6명으로 알려졌는데, 전원이 조 후보자 가족이었던 것이다.
특히 처남 정 씨는 2017년 3월 코링크PE 주식 250주를 5억 원어치 매입해 주주가 됐다. 정 씨는 이 과정에서 조 후보자 배우자에게 3억 원을 빌려 투자했다. 앞서의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에서 투자금이 모두 조 후보자 가족의 돈이고, 투자자인 이들이 운용에도 개입한 게 확인되면 그 자체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에 투입된 조 후보자 측의 돈은 가로등점멸기 생산업체 웰스씨앤티의 지분 38%를 매입하는 데 쓰였다. 이 업체는 투자를 받은 직후부터 최근 2년 간 관급공사 177건을 수주했다. 야권에선 “사모펀드가 웰스씨앤티 대주주가 된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재임 중인 지자체에 주로 납품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조 후보자가 본인의 투자금이 들어간 회사의 수주 과정에서 민정수석의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 된다. 이 의혹을 둘러싸고 거론되는 혐의는 직권남용부터 입찰 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뇌물죄 등 다양하다.
코링크PE는 이 펀드 외에도 현재 2개의 펀드를 더 운용하고 있다. 2017년 10월 코링크PE가 직접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일각에선 코링크PE가 블루코어밸류업1호가 지분투자한 비상장사 웰스씨앤티와 WFM을 합병해 시세차익을 보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웰스씨앤티는 WFM보다 규모와 기업가치가 작다. 합병 과정에서 웰스씨앤티의 가치가 높아지고, 코스닥 시장에서 WFM의 주가가 높아지면 투자자인 조 후보자 가족이 막대한 고수익을 낼 수 있다.
조 후보자 측은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수많은 대체 투자 상품 가운데 왜 경영참여형 PEF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도 별다른 답변 없이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만 했다.
검찰은 지난 27일 코링크PE 압수수색을 오전에 착수해 자정 무렵에서야 마무리했다. 압수수색 대상 장소 가운데 가장 늦게까지 진행됐다. 사모펀드 수사와 관련해 주요 인물인 조 후보자 5촌 조카와 코링크PE 대표, 전 WFM 최대주주 등은 최근 출국해 도피성 출국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조속한 귀국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팀은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관계자는 “당분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검토하고 분석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