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에서 활약하는 대표팀 핵심 가드 김선형. 연합뉴스
[일요신문] 대표팀이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 농구월드컵이 열리는 격전지로 떠났다. 모의고사를 마친 이들이 실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과거 세계선수권 시절을 포함해 역대 8번째로 월드컵 무대에 나서게 됐다. 지난 2014년 스페인 대회에서 대표팀은 5전 전패로 24개 참가국 중 23위를 기록했다. 1998년 그리스 대회 이후 오랜만에 나선 월드컵이었지만 세계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무대였다. 이번 대회에선 대표팀이 어떤 모습을 보일까.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러시아, 나이지리아와 함께 B조에 배정됐다. 미국, 스페인, 세르비아 등 농구 강대국과의 만남은 피했다. 그럼에도 같은 조에 편성된 아르헨, 러시아, 나이지리아 모두 한국과는 현격한 전력차를 보이는 팀이다. 대표팀 안팎에서 많은 이들이 대회 목표를 ‘1승’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정상 찍고 내려오는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디에고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 등을 배출한 축구 못지않게 농구 또한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는 국가다. 4년 간격으로 올림픽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2000년대는 이들 역사의 하이라이트다. 특히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선 앨런 아이버슨, 르브론 제임스, 팀 던컨 등이 나선 미국을 4강에서 물리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전히 무시 못 할 강팀이지만 아르헨은 전성기에선 내려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을 이끄는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마누 지노빌리가 유니폼을 벗었다. 그럼에도 현재 팀의 주축은 여전히 ‘40세 빅맨’ 루이스 스콜라다. 여전히 강력한 기량을 자랑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럼에도 파쿤도 캄파쪼, 니콜라스 라프비톨라 등 스페인 리그에 소속된 선수에게 기대를 걸고있는 아르헨이다.
#부상 속출 러시아
러시아(FIBA 랭킹 10위) 또한 소비에트 연방 시절부터 전통적 농구 강국 중 하나다. 2007년 우승, 2011년 3위, 2017년 4위 등 유럽의 월드컵 격인 유로바스켓에서 좋은 성적을 내왔다.
다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선 울상을 짓고 있는 러시아다. 주전급 선수들 대부분이 부상으로 몸져누웠기 때문이다.
팀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NBA 리거 티모페이 모즈고프가 무릎 부상으로 빠졌다. 모즈고프와 함께 ‘원투펀치’로 간주되던 알렉세이 쉐베드도 발목 부상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지역 예선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에 큰 공을 세운 드미트리 크보스토프, 드미트리 쿨라긴, 이반 우코프 모두 부상을 당했다. 이 같은 줄부상이 러시아로선 악재지만 경쟁국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전현직 NBA 리거들의 합류가 확정되며 평가가 급상승했다. 사진은 제임스 하든을 수비하는 나이지리아 대표팀 소속 조쉬 오코기(오른쪽). 연합뉴스
#나이지리아에 쏠리는 눈길
나이지리아는 당초 대한민국의 ‘희망’으로 꼽혀왔다. 지난 7월 29일 열린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도 김상식 감독과 선수단은 1승 상대를 묻는 질문에 나이지리아로 답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는 사이 상황은 달라졌다. 대회 참가가 불확실했던 NBA 리거의 대표팀 합류가 확정되면서부터다.
나이지리아 12인 명단에는 조쉬 오코기(미네소타), 알파룩 아미누(올랜도), 치메지 메투(샌안토니오) 등 현재 NBA에 소속된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합류 확정으로 나이지리아에 대한 평가는 급상승했다. 이외에도 엑페 우도, 아이크 디오구 등 전직 NBA리거도 있다. 이들 중 특히 오코기는 지난 시즌 NBA 최고 공격수 제임스 하든을 틀어막는 강력한 수비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농구 역사를 통틀어 NBA 무대를 밟은 선수가 하승진(은퇴) 1명뿐인 대한민국의 모습과 대조된다.
나이지리아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은 농구 외적인 부분에 있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대회 약 10여일을 앞두고도 나이지리아농구협회가 자금난에 시달린 탓이었다. 나이지리아협회는 선수단이 이동할 중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극적으로 자금줄이 풀렸고 대표팀은 예정대로 중국으로 향했다.
#대한민국의 준비
이번 대회에 나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철저한 도전자의 입장이다. 지난 10번의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대표팀은 전패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객관적 전력상 1승이 쉽지 않다. 철저한 준비만이 대회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그럼에도 준비 과정에 대한 지적들이 수차례 나왔다. 대표팀은 월드컵을 앞두고 리투아니아, 체코, 앙골라를 상대로 ‘모의고사’를 치렀다. 보기 드문 월드컵 대비 과정이었지만 시점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월드컵에 임박해 친선대회(평가전)를 치른다는 지적이었다.
이들을 상대로 한 3연전은 27일에야 마무리 됐다. 대표팀은 다음날인 28일 중국 우한으로 떠났고 31일 아르헨과 첫 경기를 치른다.
이어 평가전의 절대적 횟수 또한 부족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4개국 친선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대표팀은 외국인 선수가 빠져 국내 선수들만 있는 KBL 팀들을 상대로 연습경기를 치러야 했다.
또한 대표팀의 구성 과정에도 의문이 따른다. 본선에 나설 12인 엔트리를 확정한 시점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지난 7월 25일 12인 엔트리를 발표했다. 대회 개막까지 1개월도 더 남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농구월드컵의 최종 엔트리 제출 시점은 대회 개막 직전이다. 다수의 참가국이 16명 내외로 선수단을 구성해 균형적으로 운영해오다 대회에 임박해 12인을 결정하고 있다. 한 달 이상 12명만이 훈련에 나선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25일 체코와의 평가전에서는 핵심 멤버 최준용이 어깨 부상을 당해 큰 우려를 사기도 했다. 경직적 엔트리 구성은 부상자가 나오면 치명적이다. 큰 부상이 발생하면 예비 엔트리에서 대체가 가능하지만 기존 선수단과 호흡을 맞추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행이 최준용의 부상은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정도로 알려졌고 최준용은 월드컵이 열리는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각팀 상황에 요동치는 월드컵 파워랭킹 대회 코앞까지 급변하는 B조의 상황은 FIBA에서 발표하는 ‘월드컵 파워랭킹’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FIBA는 지난 8월 14일부터 매주 대회에 나서는 32개국을 대상으로 파워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이 발표한 B조 랭킹은 아르헨(7위)-나이지리아(8위)-러시아(18위)-한국(30위) 순서였다. 쉐베드의 부상이 러시아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코멘트가 뒤따랐다. 이어진 21일 발표된 랭킹에서는 한국이 단 한 계단 상승한 반면 러시아와 나이지리아의 위치가 극적으로 뒤바뀌었다. 나이지리아의 자금난이 원인이었다. 지난 28일에는 나이지리아가 B조 선두(7위)로 치고 나갔다. 이전의 문제가 해결되고 안정적으로 중국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캄파쪼가 부상을 당해 소폭 하락(8위)했고 러시아는 20위로 뒤쳐졌다. 러시아의 극적인 하락에는 ‘한조에 3팀 이상 16위 이내에 올릴 수 없다’는 규칙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김상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