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불리는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12일 발표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28일 오후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임준선 기자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불리는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다. 둔촌 주공은 현재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예정된 재건축 사업지 중 일반분양 물량과 비중이 가장 많은 곳으로서 총 1만 2032가구 가운데 4787가구(39.8%)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분 판매 수익으로 재건축 사업비를 충당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 분양가가 싸게 책정돼 수입이 줄어든다. 둔촌 주공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은 한창 철거가 진행 중이었다. 단지를 둘러싸고 뒤편 자연습지까지 설치돼 있는 높은 펜스 너머로 커다란 장비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입구마다 경비초소를 두고 외부인과 차량의 출입을 막아 철거 현장 내부를 확인하기는 어려웠으나, 쉴새없이 드나드는 건설 폐기물 운반 차량들이 철거가 진행 중임을 알리고 있었다.
공사현장 입구에 걸려 있던 플래카드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8월 16일에만 해도 입구에는 ‘개발이익 강탈해서 로또분양 웬말이냐”, “소급적용 재산 강탈 조합원이 봉이냐” 등 분양가상한제를 반대하는 문구를 담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둔촌 주공 1단지 입구의 처소를 지키고 있던 A 씨는 “플래카드는 모두 철거했다”면서 “그러나 단지 철거 진행 상황 등은 알려줄 수 없다. 문의는 조합 사무실로 하라”며 말을 아꼈다. 조합 사무실에서도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조합 사무실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사무실에 없고, 조합 또한 언론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분양가상한제 등과 관련해 조합이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 다수 보도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둔촌 주공단지 인근에서 7년째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현재 철거가 70~80% 진행된 것 같은데 최근 서두르는 것 같다”며 “원래 지난해부터 철거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주변에 학교도 있고 폐기물 등과 관련해 민원이 많아 여러 사정으로 지연됐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에 대응하기 위해 둔촌 주공은 ‘1+1 분양’이나 설계변경, 일반분양분 마감재 수준을 낮추는 등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1+1 분양’은 조합원이 기본으로 배정되는 새 아파트 한 채 외에 소형 평형 한 채를 추가 분양받아 조합원의 물량을 늘리고 일반분양 물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을 경우 시세 차익이 비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둔촌 주공과 상황이 비슷한 반포 원베일리 조합은 ‘1+1 분양’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분양가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재건축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둔촌 주공 등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 재건축 아파트들의 매매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둔촌 주공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전과 다를 바 없다”며 분양가상한제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풍선효과’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둔촌 주공 인근 A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신규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매매가 평소처럼 이뤄지고 있다. 둔촌 주공뿐 아니라 잠실 재건축 단지 등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지난주 저가 매물이 싹 빠지고 나서 다른 물건의 가격이 다시 오르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반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니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고, 재건축도 바닥을 쳤다가 다시 오르는 중”이라며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겁을 먹고 팔겠다고 내놓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B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7월에 대략 20건의 실물 매매거래가 있었고, 분양가상한제 관련 발표가 있었던 8월에도 10건의 거래가 있었다”며 “매수자 입장에서는 당장 분담금을 1억 원가량 더 주더라도 입주 이후 매물 가격이 그보다 배로 오를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규 주택 공급이 중단돼 모든 주택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으며 재건축 매물 가격도 오를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 풍선효과가 벌써 재건축 매물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국토부 ‘강력 카드’ 효과와 후폭풍은? 주거안정 기대 속 공급축소 우려도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분양가상한제 지정 대상과 전매제한 기간, 효력발생 시점 등의 확대다. 분양가상한제 지정 대상을 기존의 ‘직전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확대하고, 전매제한 기간도 기존 3~4년에서 5~10년으로 확대한다. 재건축의 경우 예외적으로 ‘관리처분계획 인가신청’ 시점에서 적용되던 효력발생 시점도 일반주택사업과 동일한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 단계’로 변경했다. 개정안에 따라 현재 재건축을 추진·진행 중인 다수 사업장이 영향을 받게 됐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조합들은 오는 9월 6일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저지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 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에 따르면 이번 집회에 참여하는 조합은 80여 곳에 달한다. 이들은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찬반이 분분하다. 분양가상한제에 찬성하는 입장인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은 곧 가계부채로 연결되며, 주택가격이 소득과 크게 상이해지는 것을 정부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주택정책을 통해 주거안정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제도를 오해하면서 ‘소급적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미 법률 검토가 끝난 상황”이라며 “2017년 개정을 통해 한 차례 시기를 앞당긴 적 있고 올해 개정안에서 한 번 더 시기가 수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합원이라 할지라도 가격 측정에 대해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높은 가격으로 분양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가 분양가가 형성되는 것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조합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며 “조합은 규제 자체에 대해 지적하기보다 조합원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시 예상되는 후폭풍을 지적했다. 권 교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고, 사업계획서까지 수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아직 시행 전이라 시장이 영향을 덜 받고 있지만 실제 적용되면 큰 혼란을 초래할 텐데, 다수 사업장의 사업 포기 가능성과 공급 축소 등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