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내년 신용카드 출시를 목표로 카드사 4곳과 제휴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 간 치열한 경쟁으로 고객 혜택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카드업계에서는 핀테크 업체들이 신용카드업 주도권을 쥐고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정훈 기자
지난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내년 초 신용카드 출시를 목표로 최근 삼성·신한·KB국민·씨티카드 4곳과 제휴했다. 직접 신용카드 라이선스를 얻어 출시하기보다 카카오 브랜드는 사용하면서 결제망과 여신 등 카드업무는 제휴 카드사가 대신해주는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 형태로 진행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신용카드 라이선스 취득을 시도했으나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보류했다. 라이선스를 받으려면 ▲신용카드 발행·관리 ▲가맹점 모집·관리 ▲대금 결제 중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당한 정보기술 인프라와 시스템, 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엔 카드 업황이 좋지 않아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신 라이선스 없이 신용카드를 출시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카카오의 브랜드, 플랫폼 등은 활용하고, 대신 카드업 영위에 필요한 라이선스, 인프라, 인력 등은 카드사에 아웃소싱하는 전략이다.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면서 카카오 계좌를 통한 대금 결제 서비스 등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한국신용카드학회 부회장이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위원인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뱅크가 계좌 수 1000만을 돌파하는 등 고객 기반을 확보하면서 고객들이 카카오 계좌와 신용카드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려는 차원”이라며 “내년 상장을 앞두고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토스도 신용카드 출시를 위해 최근 카드사 2곳과 협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토스는 BC카드와 지난 4월 토스머니로 충전해 사용하는 토스체크카드를 내놨지만 신용 기능 없는 선불카드다보니 충전이 안되면 사용할 수 없고 해외결제도 불가능하다. 아울러 토스는 8월 초 홍콩 투자사 에스펙스와 기존 투자사로부터 약 770억 원을 유치했다. 확보한 실탄으로 카드업에 나서면 송금 건수와 이용 고객이 늘어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제공 가능하다. 사업 효과를 높이려 제3인터넷은행 인가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토스의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카카오뱅크와 토스가 신용카드업계와 손잡고 신용카드업 출시에 나서면서 카드업계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뱅크와 토스의 제휴카드사 선정을 위한 입찰은 흥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도 핀테크업체 플랫폼과 고객 기반을 활용하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이 융합되는 시대이니만큼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카드 한 장으로 이용 가능케 해 만족도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카드사들이 당장 매출과 고객을 늘리려는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업체부터 신세계 SSG페이 등 유통업체, 삼성페이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까지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 과열로 기존 고객들을 빼앗기는 등 카드사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정부의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론 증가율을 연 7% 이내로 제한하는 대출 총량규제, 6배 이내로 제한하는 레버리지 비율,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과도한 마케팅과 부가서비스 금지 등 여러 규제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사업 확장도 어려워 새로운 수익망이 필요한 카드사들이 핀테크업체와 손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와 토스의 제휴 제안에 카드사마다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앞의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대부분 가맹점 수수료가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수수료가 계속 낮아지고 다른 수입원인 대출서비스도 총량규제를 받고 있다“며 ”본업만으론 발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핀테크업계와 제휴가 당장 매출 향상엔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카드업계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핀테크업체는 여전법 등 카드업계 규제에서 제외돼 파격적인 부가서비스나 페이백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 수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카드업까지 하면 여수신업 모두 가능하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연동해 큰 혜택을 제공하면 카드사 고객들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서지용 교수는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뱅크 신용카드를 쓰면 예금 금리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여수신 연동 마케팅을 펼 수 있지만, 카드사들은 여전업만 가능한 데다 정부 규제로 과도한 마케팅에 제한을 받는다”며 “핀테크업체들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고 확장성도 크기 때문에 카드업계에 위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핀테크업체 등장으로 은행업계가 비대면 채널을 늘렸듯 카드사들도 사업다각화와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나서는 등 메기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도 핀테크업계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 사업다각화 등 다양한 노력과 혁신을 꾀할 것”이라고 했다.
핀테크업계의 덩치가 더 커지면 신용카드업계가 기능별로 세분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처럼 카드 발급, 전표 매입, 회원관리, 결제대행 등으로 카드사마다 기능이 분산·특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BC카드가 전표매입업무 기능에 주력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서 교수는 “가맹점 관리나 대금결제, 카드 발행 등에는 대규모 인력과 시스템이 필요한 만큼 핀테크업계가 카드업계 아웃소싱을 늘리면 카드사마다 특정 기능과 서비스로 승부하면서 기능이 분산될 수 있다”며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 부가서비스는 많아지고 연회비 가격은 낮아지는 등 고객 입장에선 혜택이 커지고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중국이 디지털화폐 발행 속도 내는 이유 중국이 페이스북 ‘리브라’에 맞서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 발행에 속도를 내면서 디지털 화폐전쟁의 막이 올랐다. 최근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중국인민은행은 11월 17조 원 규모의 CBDC 발행을 준비 중이다. 알리바바와 텅쉰 HD, 유니온페이, 국유은행 4곳 등 7개 기관을 통해 유통시킬 계획이다. 무창춘 중국인민은행 결제국 부국장도 최근 ‘중국 금융 40인 포럼’에서 “언제든 CBDC를 발행할 준비가 됐다”고 자신했다. 중국은 2014년부터 달러 기축통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기 위해 CBDC 발행을 검토해 왔다. 지난해 발행 준비를 끝내고 이후 버그 등 기술 결함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CBDC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는 페이스북 리브라 출시 계획에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리브라는 여러 외환과 단기 국채 등 실물자산을 연동한 암호화폐다. 파운드·유로 등 다수 통화를 기준으로 화폐 가치를 정하는 방식이지만, 예치자산으로 달러와 미국 국채를 많이 보유할 경우 달러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전임 학장인 최화인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겸 부산 블록체인특구 운영위원은 “리브라가 발행되면 각국의 법정화폐 기능이 약화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등 역할을 잃을 수 있다“며 ”중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당국이 CBDC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CBDC로 위안화를 국제화하겠다는 중국의 꿈이 실현되긴 어려워 보인다. CBDC는 거래내역이 기록돼 현금에 비해 거래 투명성이 높고 화폐 흐름 파악이 용이하다. 탈세나 불법자금 유통을 차단하고 통화정책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거래 익명성을 장담한 리브라 역시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 정부의 디지털화폐를 다른 국가들이 사용할 리 만무하다는 것. 최 자문위원은 “중국은 정부에 위협이 되는 정보나 콘텐츠 등을 사전 검열해온 데다 금융 프라이버시 보호에도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다른 국가에서 쓰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리브라와 같은 플랫폼 기반 디지털통화는 이커머스 등 소비 공간과 화폐 공간이 인터넷·모바일로 연결돼 있기에 서비스 파급력이 크고 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중앙은행 디지털 법화는 해당 국가나 거래 국가 등 사용 공간이 제한된다. 중국 CBDC가 리브라를 이길 가능성이 적은 이유”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