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국장은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봐주기’ 의혹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건 ‘직무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였다. 유 전 국장은 28일 일요신문 인터뷰를 통해 공정위의 내부 실상을 고발했다. 사진은 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이종현 기자.
―공정위는 어떤 곳이었나.
“2016년 9월부터 2019년 현재까지, 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공익신고와 부패신고를 해 왔지만, 공정위는 오히려 이를 방해하고 묵살, 은폐를 강요했다.”
―어떤 식으로 은폐를 강요했나.
“2016년 9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회사들의 표시광고법 위반사건 처리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시정을 요구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김상조 공정위’가 시작됐지만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심해졌다. 김 전 위원장은 나를 직접 앉혀놓고서 위법행위 은폐를 강요했다. 청와대 인물들 이름을 거론하며 마치 대통령의 지시인 양 위법 지시를 따를 것을 종용했다. 법 규정을 안다고 법을 아는 것이 아니라면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를 앉혀놓고는 ‘아쉽다’로 끝나는 문장 몇 개만 말해보라고 하더니 불만이 있어도 아쉽다로만 말하고 계속 입 다물라고 압박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2018년에는 전원회의 과정 녹음기록을 보관하지 않으려고 파기했다. ‘회의록 지침(약칭)’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공공기록물 생성, 등록, 보관의무를 지켜야 하지만 녹음기록 보관을 지키지 않았고, 녹음기록 보관을 규정한 ’회의록 지침‘ 자체를 폐지하려고 나에게 결재 서명을 강요했다. 이 외에도 내부 결재할 때 결재권자별 의견을 남기지 못하게 압박했고, 의견을 기재하고 반려했다는 이유로 전결권자의 결재란을 몰래 가위질해서 결재를 통과해서 했고, 아예 엉뚱한 위임전결 규정을 손대서 나의 전결권한을 통째로 하위직에게 내려버렸다.”
―왜 그랬을까.
“재취업을 위해서다. 공정위가 눈 감아주는 대기업들이 나중에 그 공무원들 퇴직 후 재취업할 수 있는 곳이다. 때문에 공정위가 이름값 못하고 대기업의 부정을 보고도 눈 감아주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에서도 공정위는 SK케미칼과 애경 같은 국내 대기업만 봐준 정황이 드러났다. 옥시와 홈플러스는 이미 공정위로부터 처분을 받았다. 결국 공정위가 해야 할 업무를 안 하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피해자들이 민사소송 등으로 부담을 떠안는 거 아니겠나.”
―일부 언론에선 유 전 국장 행태를 문제 삼기도 했다.
“2018년 10월 15일 국감 증언을 한 뒤 한 기자가 나타나서 저에게 ‘적폐판사 갑질 박근혜 자한당 꽁무니’ 프레임으로 ‘언론 플레이’를 했다. 허위 뉴스와 악성 댓글이 달렸다. 김상조 전 위원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했다. 그리고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곧 할 것이다.”
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국장은 7월 27일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공정위는 답을 정해놓고 결론을 만들어 간다”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프레시안 제공.
―오히려 징계를 받았다. 사유가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국장실 대면보고를 힘들게 하는 행위’로 적혀 있다.
“그렇다. 이 내용에 따르면, 오전 내내 누구와 전화 통화하고 개인적으로 점심 식사를 1시~2시에 혼자 했고 그 이후엔 관리관실 불을 끄고 문을 잠그고,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쓰여 있다. 완벽한 허위날조다. 달력에 오찬, 만찬, 주요 회의와 출장 일정, 만난 사람들 이름을 모두 써뒀다. 각 연도별 업무성과 내역서와 모든 카드사용 내역서도 확보하고 있다.”
―‘계약직이 하찮다’ ‘지방대의 한계’ 등 무시발언을 했다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역인재제도를 통해 들어온 직원에게 모범 선배와 멘토링 오찬 마련해주고 격려해주었다. 한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이 업무지시를 안따르고 차일피일 핑계로 미루더라. 그는 제가 평소에 했던 언행들을 거꾸로 뒤집어서 저를 모함했다. 그 행시 사무관이 일을 안 하길래 ‘지역인재제도 비(非)고시 직원에게 주라’고 했는데, 이를 거부했다. 오히려 무시는 그가 한 것이다.”
―조작이라는 것인지.
“나에겐 진실과 많은 객관적 증거들이 있다. 이메일, 문자메시지, 메신저, 녹취록, 내부 보고서, 메모, 내부제보 직원 등 여러 증거가 있지만 권익위, 인사혁신처, 총리실, 중앙징계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공익신고를 받은 국회의원들, 언론도 모두 공익신고자를 보호하지 않고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국감에서 증언했고,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을 비롯해 중요한 공익침해행위를 공익신고 했는데 ‘의혹을 제기했고, 개인적 문제로 직원에게 갑질해 직위해제, 중징계 당했다’는 내용으로 허위날조한 기사가 아직도 유포되고 있다.”
―어떻게 대응을 했었는지.
“소신 있고 법과 원칙 잘 지키기로 소문난 유명 법조인과 유명 공익제보자도 만나봤지만 ‘미국 가라’ ‘공정위 나와라’ ‘김상조가 잘하지 않겠느냐 기다려라’는 답밖에 안 들렸고, 단독으로 폭로를 원하는 기자 몇 분 외에는 모두가 외면했다.”
―국민권익위는 유 전 국장에 대한 보호신청을 받아들였나.
“권익위는 보호하지 않겠다고 기각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소청심사위원회도 직위해제 처분 관련 소청심사를 기각했다. 이어서 중앙징계위원회에서 ‘품위유지 의무위반’ 했다며 정직 2개월을 의결했고 공정위가 바로 정직 2개월 처분 통지를 했다. 그러데 처분권자 명의를 누락했더라. 결재권자를 정보공개청구했더니 공개거부하고 있다. 결국 공익신고자 보호법 명문 규정을 전부 위반한 셈이다. 처음부터 결론을 내려놓고 ‘국장 갑질 신고’ 모두를 진실로 받아들였고 신고와 진술서 조작 의혹이 있는 직원들과 객관적 자료를 전혀 조사하지 않았고 내가 제출한 반대 증거들을 하나도 판단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습기 살균제 공익신고와 부패신고 관련 증거 또한 조사하지 않고 내가 진술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서둘러 기각해버렸다.”
―왜 공익신고자 보호를 안 해주는 걸까.
“2017년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뒤 2016년과 마찬가지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본질적인 위법행위를 은폐했다. 공정위의 부패행위까지 은폐했다. 김상조 전 위원장은 그 사실이 알려지면 현 정권이 무너진다는 프레임을 걸어서 저를 인격살해해서 매장하고 있는 것이다. 권익위의 기상천외한 보호기각 처리를 보시면 가습기살균제 사건 위법처리 행태와 동일하다.”
유선주 전 공정거래 위원장. 이종현 기자.
―청문회 때 특조위원의 말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조사를 철저하게 했다던데.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은 마트에 가서 ‘A 제품이 진열돼 있더라’만 조사하더라. 출시가 끝난 제품을 가지고 ‘2013년 당시 B 마트에 1개 남아 있더라’라는 식으로 연결을 시키더라. 진짜 ‘안전한 성분’ 광고에 대해선 은폐하기에 바빴다. 피해자들을 모아놓고 모든 광고조사를 한다고 약속해놓고는 SK케미칼이 거짓광고한 홈페이지 광고 조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해자들을 조사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을 만나서는 달래주는 말만 하고, 내부에 돌아와서는 저를 입막음하고 업무배제만 했다. 광고의 효과와 행위시 문제와 제조판매사와 유통사의 행위를 법적으로 재해석하는 문제 등 어떠한 고민도 하지 못하도록 했고, 공정위는 아무 잘못이 없고 ‘아쉽다’라고 말하라고 압박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5월 달부터 제가 가습기 살균제 관련 고발장을 쓰고 있었다. 2016년부터 진상규명을 위해 보관해왔고, 많은 서면을 작성했고 그렇게 노력해온 많은 자료들인데,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지도 못하고 결국 혼자 고발장을 쓸 수밖에 없었다. 도중에 우여곡절이 있었고, 교통사고도 당했다. 그렇게 지체되다가 고발 직전 김상조 전 위원장 청와대 발령 뉴스가 났다. 고발장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공익 신고에 대한 후회도 있을 법하다.
“전혀 후회 없다. 2016년 9월 가습기살균제 위법처리 실상을 발견한 후 행정부 공무원들의 위법을 바로 잡겠다고 결단했다. 그 일념으로 공정위에서 견디면서 실천해온 것에는 후회가 없다. 물론 2017년에 미리 진실 폭로를 제안한 기자도 있었고, 국정감사 증인으로 등장해서 가습기살균제 사건 공익신고 공무원으로 알려질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저는 적법한 절차로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무원들 거짓말 좀 하지 말아라. 법을 안 지키고 원칙도 없이 유연성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상황에 따라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 이말 저말을 하고 그 상황만 모면하고 시간을 끈다. 그리고 이런 업무행태를 인수인계하면서 동료의 위법행위를 묻어준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거짓말 공직문화가 고착되는 것이다. 이것이 부패방지권익위법 상 부패행위이고 적폐다. 적폐청산을 국정과제 1호로 약속한 대통령께 말씀드린다. 부패행위자를 신속하게 처벌하시고 공익신고자를 보호하시라고. 법, 약속을 지켜달라고. 나는 대통령 후보자의 약속을 믿고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유선주 “김상조, 삼성-공정위 유착 알면서도 눈 감아” 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이종현 기자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17년 2월 2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검팀’에 출석해 참고인으로서 진술했다. 김 전 위원장은 삼성물산 합병과정과 삼성그룹 지배구조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유의미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당시 김 전 위원장의 진술이 문재인 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유 전 국장은 “2017년 6월 말과 7월 초 사이, 김 전 위원장과 위원장실에서 독대한 적이 있다. 김 전 위원장에게 (삼성과 관련한 공정위 조치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이 사안에 절차적, 실체적인 잘못이 있다.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보고한 적 있다”고 말했다. 유 전 국장은 “김 실장은 ‘이미 특검에서 다 들어서 알고 있다. 공정위는 아무 잘못 없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재판 결과대로 할 것이다. 신뢰제고TF로 갈 것이고, 인적청산처럼 보이기 위해 조만간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 전 국장에 따르면 그는 김 전 위원장에게 삼성이 기업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고, 해소금액을 줄이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의혹을 공정위가 조사하고 시정해야한다고 제안했으나, 김 전 위원장은 이를 모른 체한 것이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 연결을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하지 않았다. 공정위 측도 “두 사람 만의 대화니 알 수가 없다. 일방적인 주장이라 의심스럽긴 하다”라고 답했다. 이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