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PEF구도’ 파일에 나타난 코링크PE의 큰 그림. 웰스씨앤티의 서울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밑그림에 민간기업을 인수합병, 투자한 뒤 우회상장 등으로 가치를 올려 중국 자본을 끌어오려 했던 코링크PE의 더 큰 그림이 잘 드러난다. 사진=유민봉 의원실 제공
‘일요신문’이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거쳐 입수한 코링크PE 내부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링크PE의 계획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고 나타났다. 크게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었다. 공공부문은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이 핵심이었고 민간부문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재난안전통신망과 열차무선통신, 재난대응 안전대피 시스템과 정부 추진 주요 사업인 2차 전지 사업 등이 중심에 있었다.
# 공공부문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접수”
코링크PE 내부자료 ‘지하철사업 일정 및 구조’를 보면 웰스씨앤티는 애초 서울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추진하며 세세한 업무추진 계획은 물론 주주구성안까지 만들었다. 이 파일은 웰스씨앤티가 코링크PE 설립 이전인 지난 2015년 12월쯤 작성했다. 최태식 웰스씨앤티 대표와 코링크PE의 구체적인 연결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코링크PE 내부 자료가 담긴 폴더에서 웰스씨앤티의 기획안이 발견돼 둘의 동행은 현재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링크PE 내부 자료에서 나온 웰스씨앤티의 서울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관련 일정. 사진=유민봉 의원실 제공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2015년 대관 업무 종료 목표’라는 문장이었다. 대관은 행정부나 입법부, 사법부 등 공공기관이나 지방단치단체를 대상으로 사기업이 벌이는 로비 행위를 뜻한다. 웰스씨앤티가 서울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준비하며 ‘관(官)’과의 연줄을 필요로 했다는 정황이 나온 셈이다. 평소 조범동 씨가 조국 후보자를 자주 입에 올렸다는 코링크PE 내부 임직원의 증언이 나온 까닭에 둘의 만남이 이때쯤 이뤄졌다는 게 현재 이 사건을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의 시각이다.
웰스씨앤티는 2016년 2월 초 ‘특수목적법인 설립’ 및 2016년 2월 중 ‘자금조달 업무 태핑(시작)’이란 계획을 세워뒀다고 나타났다. 웰스씨앤티의 계획은 하나도 틀어지지 않고 딱 맞아 떨어졌다. 서울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추진했던 특수목적법인 피앤피플러스는 2016년 1월에 설립됐다. 자금 조달 관련 업체로 내정됐던 코링크PE는 2016년 2월에 닻을 올렸다.
서울시와 웰스씨앤티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코링크PE 전·현직 임직원들이 하나같이 코링크PE가 시도했던 공공부문 사업은 대부분 이미 ‘기획’돼 있었다고 말한 까닭이다. ‘일요신문’이 최근 만난 코링크PE 관계자는 “서울시 사업을 따기 전에 조범동 씨가 ‘서울시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는 우리가 다 따는 걸로 이야기됐다. 이미 작업이 다 돼 있다. 우리가 무조건 딴다’고 자랑했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은 결국 웰스씨앤티와 코링크PE가 함께 손을 맞잡은 컨소시엄 피앤피플러스에게 돌아갔다. (관련 기사: [단독] 코링크 전·현직 임직원 5인 “조국 5촌조카 조범동은 손으로 태양을 가리고 있다”)
# 민간부문 “공공부문 관련 기업과 2차전지 접수” 정부와 흐름 같이 했나
코링크PE가 인수합병 및 투자 대상으로 올렸던 업체 10곳도 함께 드러났다. 관급 공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회간접자본 관련 회사와 2차전지 회사,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등이 코링크PE의 목표가 됐다. (관련 기사: [단독] 우회상장 꿈꾼 코링크가 입맛 다셨던 기업은?)
코링크PE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과 관련이 깊은 회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상장사인 리노스와 비상장사 익성텍, 코너스톤테크놀러지 등은 재난안전통신망과 열차무선통신, 재난대응 안전대피 시스템, 건축용 차·흡음재를 제조·유통하는 업체다. 코링크PE의 사모 펀드가 투자한 웰스씨앤티는 서울시 관급 공사에 손댔었다. 웰스씨앤티는 스마트 가로등 점멸기 관계사로 관급 공사를 여러 차례 따내 이번 코링크PE 관련 의혹의 중심에 선 상태다. (관련 기사: ‘조국 일가 펀드’ 운용 코링크 2017년 처음 봤다는 웰스씨앤티의 거짓 해명 의혹)
더군다나 웰스씨앤티와 코링크PE의 깊은 관계는 여기에서 한 번 더 드러난다. 코링크PE가 인수합병 및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코너스톤테크놀러지 특허 관련 자료에선 최태식 웰스씨앤티 대표 이름과 코너스톤테크놀러지 대표의 이름이 공동발명자로 함께 올라가 있었다. 거대한 그림 속 웰스씨앤티와 코링크PE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잘 드러났다.
코링크PE의 2차전지에 대한 높은 관심도 살펴 볼 수 있었다. 인수합병 및 투자 대상으로 올라온 회사 가운데 ‘L 사’라고 표기된 요약투자설명서(Teaser Memorandum)상 정보를 조합한 결과 L 사는 리켐으로 나타났다. 리켐은 2차전지용 전해액 소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코링크PE가 이미 투자를 마친 상장사 WFM(옛 에이원앤) 역시 2차전지용 음극재 관계사였다. 실제 코링크PE의 사모 펀드가 투자한 익성도 2차전지 관련사다. 조범동 씨가 이 아무개 익성 대표의 개인 자산을 굴려줬다는 내부 증언까지 나온 상태다.
2차전지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부상한 테마주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19일 100대 국정과제에 ‘친환경 미래 에너지 발굴·육성’이 포함시키며 2차전지 업종 육성을 알렸다. 친환경 전기차 등이 주목 받으며 핵심 부품인 2차전지 업종이 ‘문 정부 수혜주’로 각광 받았다. 문 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2차전지 전문가 백운규 한양대 교수가 임명된 뒤 금융권은 “2차전지가 문 정부 임기 내내 테마주가 될 것”이란 보고서를 쏟아냈다.
조범동 씨와 성호성 전 대표, 이동헌 전 감사는 DH모터스 주주였다. 사진=유민봉 의원실 제공
특히 인수합병 및 투자 대상으로 오른 하이브리드 오토바이 관계사 DH모터스가 핵심으로 부상했다. 코링크PE 내부 자료에서 최초로 조범동 씨의 이름이 나온 까닭이다. DH모터스 회사소개서에 따르면 조 씨가 이사라고 표기된 시너지팩토리는 DH모터스 5대 주주였다. 코링크PE 관계자에 따르면 시너지팩토리는 조 씨의 장인 소유 건축회사다. 끝이 아니었다. 조국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된 코링크PE의 옛 관계자 성호성 전 대표와 이동헌 전 감사 역시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관련 기사: 유령? 코링크 실소유주설 조국 5촌 조카, 자신이 대표라던 회사에도 없었다)
T회계법인과 시너지팩토리가 자문기관으로 나온 코링크PE 내부 자료. 사진=유민봉 의원실 제공
조범동 씨의 이름은 또 발견됐다. T 회계법인이 작성한 제이크린베리너리 요약투자설명서에는 조 씨의 이름이 안 아무개 회계사와 나란히 올라와 있었다. 안 회계사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취재에 응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고 했다. (관련 기사: [단독] 코링크 자료에서 또 발견된 조국 5촌 조카 조범동의 이름)
# 중국 돈 받는 핑크빛 상상…중국 큰손은 누구인가
코링크PE는 종국에 중국 자본을 유치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전략기획 자료에 잘 표시해 놨다. 코링크PE 내부자료 가운데 코링크PE의 큰 그림을 잘 나타낸 ‘충칭PEF구도’에 따르면 ‘충칭(China United Capital)’이 코링크PE의 사업 정점에 자리잡고 있었다.
충칭(China United Capital)의 실체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단순 인터넷 검색 등으로는 충칭(China United Capital)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코링크PE 관계자들은 ‘일요신문’에 단서 하나를 넘겨줬다. 한 관계자는 ”중국과 연결해 주는 브로커가 있었다. 중국인 장 아무개 씨(여·57)였다. 남편은 허 아무개 회장(61)이라는 한국 사람이었다. 코링크PE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기도 했다“며 ”조 씨는 장 씨를 소개하며 충칭에 연기금 같은 조직에서 눈먼 돈을 쏠 수 있도록 힘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 씨가 중국 장성의 딸로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코링크PE 관계자가 말한 허 회장과 장 씨는 ‘한국벱솔’이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코링크PE 내부 자료 충칭PEF구도’에는 이 회사가 ‘(주)한국엡솔’로 잘못 표기돼 있었다. 한국벱솔은 실제 코링크PE가 작성한 중국 자본 관련 큰 그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장 씨는 2005년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인으로 나타났다. 항저우 출신인 장 씨는 남편 허 회장과 함께 한국에서 한국벱솔을 비롯 R 그룹, H 투자자문유한회사 등을 운영하며 중국을 오가는 사람이었다. 장 씨는 중국으로 출국한 상태여서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허 회장은 “조범동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 충칭(China United Capital)도 마찬가지”라고 잘라 말했다.
조범동 씨의 중국 자본에 대한 관심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최초 목격된 건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의 의혹 제기부터 시작됐다. 조 씨는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 기업과의 6000억 원대 투자유치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총괄대표 자격으로 중국 쪽 대표와 악수를 나눴다. 김 의원은 악수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코링크PE 총괄대표라고 새겨진 조 씨 명함이 언론에 공개됐다.
조범동 씨의 사진과 명함 등이 공개되자 조국 후보자 쪽은 “조 후보자의 5촌 조카 조범동 씨는 펀드 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조 씨가 조 후보자 부인의 부탁을 받고 코링크PE 대표 이상훈 씨를 소개해줘서 투자가 이뤄진 것은 맞다. 하지만 조 씨는 사모 펀드 실제 오너가 아니다. 중국 양해각서의 경우 계약 상대방이 조 씨와 아는 사이여서 조 씨가 급하게 명함을 파 한 번 도와주고 말았다. 조 씨는 이상훈 대표와 잘 아는 사이지만 어떠한 대가나 급여를 받은 바가 없고 이는 서류로도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코링크PE 초반 사용했던 사무실 빌딩 전경
이 관계자는 조범동 씨를 기억했다. 그는 임대차 계약서를 꺼낸 뒤 ”기억한다. 이 사람은 투자 업무를 했던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코링크PE 부동산 계약을 주관했다. 다만 계약서는 대표라던 성호성 씨 명의로 작성됐다. 계약일은 2016년 2월 3일이었고 기간은 2년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 코링크PE는 법인 설립을 하기 전이었다. 계약 먼저 하고 나중에 법인 설립을 한 뒤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에 사업자 번호 등의 내용을 추가로 채워 넣었다. 코링크PE는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나갔다“고 했다.
코링크PE의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 한쪽에는 ’조 대표‘라는 글자가 써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기업 사무실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우리는 기업의 ’메인‘을 찾는다. 연락을 하고 돈 문제를 이야기할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다. 내가 메인을 찾으니 성호성 대표가 ’조 대표‘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적어 놓은 거다. 금전 관련 문제는 조 대표와 주로 통화했다. 업무는 조 대표가 다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국 후보자 쪽은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범동 씨 역시 여러 차례 연락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조국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씨는 자신의 남편이 민정수석이 되자마자 두 달 만인 2017년 7월 두 자녀와 함께 10억 5000만 원을 사모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에 맡겼다. 조 후보자 가족 전체의 전 재산 20%에 달하는 큰돈이었다. 약정 금액은 조 후보자 가족 전체의 총 재산보다 많은 75억여 원으로 나타났다.
사모 펀드는 투자자와 투자 약정 계약을 맺는다. 약정 투자액 일부를 초기 투자금으로 받은 뒤 추가 사업을 진행할 때 돈이 더 필요하면 투자자에게 약정액 내에서 투자금을 더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를 ’캐피털 콜‘ 방식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조국 후보자 쪽은 “그냥 단순 약정일 뿐이다. 애초부터 10억 원 정도만 투자 가능하단 약속을 받았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사모 펀드 업계에 따르면 사모 펀드 투자 약정을 단순 약속이 아닌 의무에 가깝다. 투자자가 돈을 보내지 않으면 사모 펀드는 약정 금액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2017년 7월 조국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코링크PE의 사모 펀드는 사실상 ’조국 일가 펀드‘로 규정되고 있다. 모두 6명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투자자 정보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 이상훈 현 대표는 ”조 후보자 가족 외에도 3명의 개인투자자가 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조 후보자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3명 역시 조 후보자 일가 구성원이라고 드러났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이 대표가 말한 ’가족 외 3명‘은 조 후보자의 처남과 그의 아들 3명으로 나타났다. 조 후보자의 처남은 코링크PE에 5억 원을 투자한 주주기도 했다.
조범동 씨의 코링크PE 실소유가 사실로 드러나고 웰스씨앤티와 서울시의 유착이 확인되면 조국 후보자는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위반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청와대와 조 후보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완주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까지 조 후보자를 겨냥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까닭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