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스페셜 캡쳐
우리는 불과 몇십 년 전 동네 어귀 마을 뒷산과 들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던 녀석들을 이제 백과사전에서나 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도시화, 산업화와 맞바꾼 한반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를 수놓던 풍경들은 이제 기억 너머로 사라져 간다.
하지만 지금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선 여전히 야생의 삶이 존재하고 그들만의 희로애락이 펼쳐진다.
걸그룹 모모랜드 연우와 자연 다큐멘터리 피디가 아빠와 딸이 아닌 연출자와 내레이터로 만났다.
연우 아빠가 서해의 외딴섬 ‘풍도’에서 촬영하고 연우도 모모랜드 활동에 전념하면서 2년간 부녀는 서로 얼굴 한번 보기 어려웠다.
지난 2년간 아빠가 왜 풍도에 들어가 있었는지 내레이션을 하며 깨닫게 된 연우.
연우는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아 가족을 늘리려는 매 부부의 달콤 살벌한 육아일기와 식음을 전폐한 채 알을 부화시키고 생을 마감하는 주꾸미의 모성애, 그 감동의 과정을 통해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아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겨울 끝자락, 해마다 2월 말이면 풍도를 찾는 한 쌍의 매가 있다. 녀석들은 해안가 절벽 높은 곳에 둥지를 틀고 산란을 준비한다.
암컷은 수컷의 사냥능력에 따라 산란을 결정한다. 먹잇감을 낚은 수컷은 공중에서 의기양양하게 암컷에게 먹이를 전달한다.
이는 일종의 부부 금실이자 암컷의 번식 고민을 해결해주는 열쇠다. 2018년 3월, 4개의 알을 산란한 녀석들. 암수가 교대로 꼬박 30여 일을 품어야 새끼를 만날 수 있다.
새끼를 만나는 기쁨만큼 책임감도 커지는 건 사람이나 매나, 매한가지다.
아직 어린 새끼도 한 마리의 새를 먹어 치우니, 부모는 새끼 네 마리를 건사하는 게 쉽지 않다. 불과 두 달 만에 부쩍 자란 새끼들은 이때부턴 어마어마한 먹성을 자랑하며 대식가가 되니 부모는 등이 휜다.
새들의 제왕이지만 부모 노릇을 할 때만큼은 지극정성인 매의 생태와 육아일기를 공개한다.
이밖에 야생 염소 소탕작전, 식음을 전폐하고 알을 지키는 주꾸미의 모성 등 풍도 바다를 풍요롭게 만드는 대자연의 질서를 담았다.
한편 2019년 대남 초등학교 풍도분교의 전교생은 딱 한 명. 작년까지만 해도 3명이학교에 다녔지만 소연이 자매가 뭍으로 가면서 이제 학교는 폐교 위기에 처했다.
민성이가 졸업하기 전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으면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한다. 도시로 떠난 아이들은 과연 풍도에서 보낸 그들의 유년기를 훗날 어떻게 기억할지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