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감식반이 속초 승강기 사고 공사장 현장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일부 유가족은 누군가 사전에 계획적으로 볼트를 풀어 범행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볼트를 풀기 위해선 전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누군가 범행을 저질렀다면 공사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일 거란 생각이다.
속초 승강기 사고 유가족 A 씨는 “사고 발생 4일 전인 8월 10일 오후 4시 58분에 내려오는 승강기(추락한 승강기)에 탑승한 사람들과 8월 14일(오전 8시 28분)에 사고 발생한 승강기에 탑승한 사람이 동일하다는 확실한 증거를 알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A 씨는 “풀려진 볼트가 8월 10일에 풀려진 것인지 그 이전부터 풀려져 있었는지도 의심이 된다”며 “서희건설의 안전 관리자는 작업 시작 전에 본인이 리프트카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왔어야 했지 싶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발생 4일 전 작업을 마친 노동자들이 탄 승강기가 12번에 걸쳐 멈춰서면서 내려오는 장면이 CCTV(폐쇄회로화면)에 담겼다. 한 번 멈출 때 짧게는 20초에서 길게는 1분 20초가량 머물렀다. 이날 이후 사고 발생 날 오전 시각까지 승강기가 올라가는 장면은 CCTV(폐쇄회로화면) 잡히지 않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건설용 승강기 해체 작업을 할 땐 작업자들이 건물 외벽에 설치된 구조물(마스트)을 상층부터 차례로 철거한다. 마스트는 1.5m 높이의 정사각형 구조물로 4개의 볼트로 고정시켜 외벽에 일자로 쌓는다. 일정한 간격으로 외벽에 부착된 월타이가 흔들리지 않게 마스트를 잡아준다.
속초 승강기 사고 현장. 승강기가 21층 높이에서 멈춘 뒤 7분 만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 연합뉴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려오면서 12번 멈추는 것이 정상적인 해체 과정은 아닌 것 같다”며 “볼트를 미리 풀어둔다고 작업 시간이 현저히 단축되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속초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4일 전 승강기에 탄 사람들이 내려오면서 작업을 한 거 같다. 볼트가 다 풀려 있었다고 하니까 볼트 제거 작업을 한 걸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관련자들을 불러 왜 볼트가 풀려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8월 14일 승강기가 21층 높이에서 멈춘 뒤 7분 만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국내 노동자 3명이 모두 숨졌고 유일한 내국인 생존자인 변 아무개 씨(35)는 아직 조사를 받을 만큼 호전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소속된 업체는 공사 현장 승강기를 설치하고 해체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