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가 숨진 채 발견된 강서구 한 임대아파트 입구 사진=최희주 기자
이 아파트 단지에서 27년간 거주했다는 주민 A 씨(72)는 2일 기자를 만나 두 사람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A 씨는 “할머니가 아들 두 명하고 같이 살았는데 할머니하고 첫째 아들이 많이 아팠다. 그 양반이 올봄에는 치매 때문에 요양원에도 들어갔다 나왔다. 퇴원하고 통원 치료를 하면서부터는 거의 매일 병원에 갔다. 이틀 전에도 요양 보호사랑 같이 병원 가는 모습을 봤는데 이렇게 되어서 안타깝다.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가까운 거리도 못 가는 몸이었다”고 말했다.
큰아들 심 씨는 지체 장애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민들 증언에 의하면 심한 수준은 아니었다. 생계는 어려웠으나 직업도 있었다고 했다. 문제는 몇 년 전 일어난 사고였다. 그는 운전 도중 일어난 큰 사고로 다리를 다쳐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게 됐다. A 씨는 “스스로의 힘으로 휠체어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수준이었다”라고 심 씨의 상태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50대 아들이 80대 노모보다도 외출하는 일이 더 적었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한 모자는 국가의 도움을 받았다. 노모와 아들은 주민센터로부터 요양보호서비스와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았다. 보호사의 부축을 받아야만 겨우 바깥 활동이 가능한 까닭에 모자를 담당하는 요양 보호사와 장애인 활동도우미는 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나왔다고 했다.
문제는 이들이 퇴근한 뒤의 저녁 시간이나 일요일이었다. 노모와 형의 수발은 오롯이 둘째 아들의 몫이었다. 주민들은 둘째 아들이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 보였으며 이로 인한 갈등도 잦았다고 했다.
극심한 생활고도 문제였다. 주민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노모와 첫째 아들은 20년 가까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였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모자가 기초생활수급비 외에도 장애인 보조금 등의 지원혜택으로 겨우겨우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B 씨(68)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가족의 다툼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B 씨는 “작은아들은 막일(일용직)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엄마와 형의 간병을 맡으면서 일을 그만뒀다. 두 사람 몫으로 나오는 지원비로 세 사람이 생활하기 매우 힘들었을 거다. 이런 일로 자주 싸웠는데 일요일 저녁에도 세 사람이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싸움이 밤까지 이어지고 그러다가 그 사달이 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라진 둘째 아들은 사건 발생 이틀 만인 3일 오전 10시쯤 강동구 인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변 CCTV를 통해 수사를 이어오던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타살 정황이 없어 둘째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유서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황상 둘째 아들이 노모와 형을 살해한 뒤 직접 신고를 하고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B 씨를 포함한 이웃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B 씨는 “극심한 생활고가 초래한 비극”이라면서도 “안타깝지만 우리처럼 돈 없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산다. 다 이렇게 산다는 게 더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