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분주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11시간 해명 기자간담회가 끝나자마자, 수사에 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9월 3일 오전 장영표 단국대 교수를 전격 소환한 데 이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동양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동양대는 조 후보자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의 사무실이 있는 곳인데, 정 교수는 딸의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간담회에서 나온 조국 후보자의 반응을 보고 검찰이 수사 방향을 확실하게 정리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이 상황이 새삼 반가운 곳들이 있다. 바로 ‘재계’다.
현재 조국 후보자 수사에 투입된 곳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하지만 수사팀 규모가 커졌다. 압수수색 및 압수물 분석까지,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소속 검사 일부와 대검찰청 반부패부 검사들까지 투입됐다. 검사만 10명이 훨씬 넘는, 사실상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셈이다. 특수4부도 검사 일부를 조국 후보자 수사에 지원하는 결정까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라인 1~4부 가운데 2부와 3부는 물론 4부까지 조국 후보자 수사에 투입된 셈이다.
특수4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 고발로 시작된 4조 5000억 원 규모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는 기존 특수2부에서 특수4부(부장검사 이복현)로 검찰 인사 시즌에 맞춰 조정했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던 차에 조국 후보자 관련 의혹 수사에 일부 검사를 보낸 것이다.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특수1부와 2부, 3부 등 특수라인이 일제히 기업체를 수사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점쳐졌다. 검찰 관계자는 “원래 검찰은 검사장, 중간간부 인사 이후 특수부가 첫 수사 아이템을 무엇으로 할지 캐비닛(첩보를 의미)에 그동안 쌓인 내용들을 다시 검토하고 혐의 입증이 가능한지를 확인한다”며 “그 과정에서 조국 후보자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 특수부서 2.5개가 갑작스레 투입된 셈”이라고 풀이했다.
# 그리고 남아 있는 끝판왕 특수1부
하지만 아직 수사에 동원되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구상엽 부장검사)다. 전통적으로 ‘동기수 중 가장 에이스 특수통’이 간다는 특수1부.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특수통 경험이 없는 공정거래 형사 전문가 구상엽 부장검사가 전격 투입됐다.
그는 기업 담합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불법 재취업 관행 사건 등에서 수사 성과를 냈다. 전 보직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으로 있으면서 2015~2016년 공정거래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처장을 지낸 정재찬, 김학현, 신영선 씨를 모두 구속했다. 신영선 전 부위원장의 경우, 법원에서 한 체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신 전 부위원장이 직접 보고를 받은 문서를 찾아내 재청구한 끝에 구속시키는 ‘끈질김’을 보여줬다.
전형적인 특수통은 아니지만 국내 공정거래 형사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가 구상엽 부장검사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으로 민법과 공정거래 형사, 2개의 분야에서 박사학위(서울대)를 따냈다.
윤석열 검찰총장. 박은숙 기자
건설업, 유통업 등 ‘담합’과 ‘갑질’에 취약한 업계 이름이 주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몇몇 건설사들은 변호사를 통해 구체적인 검찰 수사 대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라인 역시 자체적으로 건설사 비리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건설사로 시작해서 정치인으로 연결되는 수사였는데 내사 차원에서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본격적인 수사 착수에 앞서 수사 밑그림을 그리던 차원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지 않냐. 기업에서 시작해서 정치인으로 수사를 진행하면 총선을 앞두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재계 관계자 역시 “지난 7월 말부터 계속된 인사 이후, 많은 기업들이 ‘첫 수사 타깃’이 될까봐 검찰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조국 후보자에 대한 수사로 검찰의 관심이 집중된 것 같지만 언제 다른 특수라인을 동원해 재계 수사를 벌일지 몰라 다들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기자간담회에서 가족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종현 기자
하지만 조국 후보자 수사는 검찰에게 너무 큰 변수다. 검찰의 ‘명운’이 걸린 사건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보통의 수사처럼 타임스케줄대로 진행한다”며 수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근 만난 검사들 분위기를 종합하면, 조국 후보자의 자녀 교육 의혹에 분개하고 사모펀드 의혹에 치를 떨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조국 후보자에 대한 윤석열 총장의 전격적인 수사 개시 및 강행에 검사들 지지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조직 장악력도 배가되고 있다는 평이다.
대검찰청은 이런 분위기를 잘 추스르고 있다. 예민한 사건 성격을 감안, 압수수색 당일 전국 일선 기획검사들을 통해 ‘공직기강 확립’을 당부하며 수사 내용에 대해 함구할 것을 전달했다. 일선 지검의 한 간부급 검사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검사가 ‘증거와 법으로 수사하라’는 원칙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것 같다”며 “검찰에 누가 될까봐 일부러 수사 내용을 들으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지금 내게 주어진 업무에 충실한 게 검찰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일사불란한 검찰조직, 그리고 특수수사 주도권 장악에 능한 윤석열 총장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언제 수사부서가 확대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선 변호사는 “지금 사상 초유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고, 임명을 강행하면 사상 초유의 법무부 장관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며 “검찰이 압수수색과 함께 특수부서 2개, 검사 10명 이상을 동원했다는 것은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특수1부는 물론, 형사부 검사들까지 투입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검찰에게는 ‘전부가 걸린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