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챙겨보는 관객이라면 ‘타짜’ 시리즈는 익숙하다. 허영만 작가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도박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그린 한국영화 대표 시리즈다. 2006년 조승우와 김혜수, 유해진이 주연한 1편 ‘타짜’는 당시로선 금기로 치부된 화투와 도박의 이야기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완성해 568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뒤 이어 2014년 나온 후속편 ‘타짜: 신의 손’ 역시 1편의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401만 관객을 모았다.
영화가 나올 때마다 관객의 입에 오르내린 화제의 주인공은 각 시리즈의 여주인공들. 1편에선 “나 이대 나온 여자야!”를 외친 정마담 역의 김혜수가, 2편에서는 섹시한 매력을 물씬 풍긴 우사장 역의 이하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마돈나 최유화.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타짜3’는 1편에서 ‘전국 3대 타짜’로 소개된 ‘경상도의 짝귀’(주진모 분)의 아들인 도일출(박정민 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유화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일출을 도박의 세계로 이끄는 인물. ‘마돈나’라는 역할 이름은 그가 영화에서 어떤 위치에서 활약할지 짐작케 한다.
1, 2편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타짜3’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걸맞게 센 수위로 도박의 세계를 그리고, 그 무대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이 운명을 걸고 벌이는 한판 승부를 담는다. 주연으로 나선 배우 박정민과 류승범, 이광수 사이에서 단연 빛을 발하는 인물은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인 캐릭터 ‘마돈나’ 최유화다.
# 김혜수·이하늬와 비교해 인지도 낮지만…
최유화는 아직 대중에게는 이름이 낯선 연기자다. 최근 2~3년 동안 차근차근 연기활동 폭을 넓히면서 서서히 인지도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신인에 속한다. 다만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개성 강한 외모, 온몸에서 풍기는 섹시한 매력으로 인해 유독 남성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연기자이기도 하다. ‘타짜3’는 사실상 그의 이름과 존재를 알리는 첫 번째 무대다.
정마담 김혜수, ‘타짜1’ 홍보 스틸 컷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자리인 만큼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사실 제작진의 처음 선택 역시 최유화는 아니었다. 마돈나 역할을 처음 맡기로 한 배우는 김민정. 실제 촬영이 시작하고 초반까지 영화에 참여한 김민정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작품에서 하차했고, 돌연 빈자리가 된 마돈나 역을 차지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최유화다. 연기자들은 보통 누군가 ‘거친’ 배역을 꺼리기 마련이지만, 최유화는 과감했다. 용기가 필요한 베드신까지 소화해야 하는 책임도 따랐지만 “기회가 될 거란 생각에” 도전했다.
모든 시리즈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제작된 만큼 ‘타짜3’ 역시 표현 수위가 상당히 세다. 최유화는 주인공 박정민과 서로 욕망을 숨긴 상태에서 하룻밤 사랑을 나누는 베드신도 선보인다. 워낙 시원스러운 성격을 가진 그는 어렵고 부담을 가질 법한 노출 장면을 특유의 여유로 소화했다고 한다. 배우는 물론 스태프 누구와도 빨리 가까워지는 친화력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우사장 이하늬, ‘타짜2’ 홍보 스틸 컷
# ‘타짜 퀸’ 즉 ‘섹시한 매력 인증’
과감한 도전에 나선 최유화는 시리즈의 명성을 잇되 “‘타짜3’와 마돈나는 차별화한 이야기와 캐릭터”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도박을 한다는 점은 1, 2편과 같지만 3편은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선을 그은 최유화는 “(김혜수·이하늬) 선배님들이 좋은 캐릭터를 구축했지만 마돈나는 조금 어두운 매력을 가졌다는 점이 달라서 비교하지 않고 부담 없이 임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타짜’ 시리즈는 당대 가장 섹시한 매력을 가진 배우를 캐스팅해왔다. 김혜수도, 이하늬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최유화의 ‘타짜3’ 합류는 흥행 성패와 무관하게 자신의 매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연출을 맡은 권오광 감독은 “마돈나는 정확히 알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 확실히 있어야 하는 인물”이라며 “그런 매력을 표현하기에 최유화가 제격이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타짜3’를 통해 연기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최유화의 각오 또한 남다르다. 마돈나를 “필요한 말만 하는 인물로, 표정이나 눈빛으로 감정을 섬세하게 풍부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는 그는 “그동안 해온 연기와 조금 달랐지만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유화가 김혜수, 이하늬의 성과를 이어 ‘타짜 퀸’으로 자리매김할지는 9월 11일 극장 개봉 이후 나오는 관객 평가에 달렸다. 경쟁작들과 겨루면서 얻는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최유화의 성공 가능성은 적지 않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