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0일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대한빙상경기연맹. 사진=이동섭 기자
[일요신문] 대한빙상경기연맹이 표류하고 있다. 2018년 9월 20일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빙상연맹은 ‘관리위원장’이란 선장을 잃은 뒤 과도기에 놓였다.
8월 27일 빙상연맹 김영규 관리위원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법조인인 김 위원장은 “검찰에서 쌓은 23년 공직 경험을 살려 빙상계 개혁과 혁신·화합에 기여하는 주춧돌을 하나라도 올리려 했다. 하지만 제 능력 부족으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사퇴 의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적임자를 연맹 회장으로 선출하고, 빙상계를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빙상계 오랜 염원인 혁신과 화합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숱한 논란에도 요지부동인 빙상계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빙상연맹이 사고단체 오명을 쓰고, 관리단체로 지정된 지 1년이 돼간다. 그런데도 원로는 물론 지도자, 학부모, 선수 등 빙상인들이 잘못된 관행, 일탈행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과 함께 빙상연맹 성백유 관리위원 역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 관리위원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성 관리위원은 ‘빙상 대통령’이라 불리던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외부 인사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과 성 관리위원이 사퇴한 다음 날인 8월 28일. 공교롭게도 빙상계엔 또 다른 ‘빅 뉴스’가 터졌다.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이 한국체대 교수직에서 파면당한 것. 이로써 숱한 논란에도 빙상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전명규 전 부회장은 빙상계 권력 중심부에서 멀어지게 됐다.
빙상연맹 1기 관리위원장 김영규 변호사. 김영규 관리위원장은 8월 27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복수 빙상 관계자는 “빙상연맹은 물론 빙상계 전체가 무주공산이 됐다.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신속한 연맹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제 시선은 ‘무주공산’이 된 빙상연맹의 다음 행보에 쏠린다. 빙상인들은 ‘신임 관리위원장 선출’과 ‘회장사 유치를 전제로 한 신임 회장 초빙’을 빙상연맹의 유력한 다음 행보로 점쳤다. 그렇다면, 빙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한 대한체육회 입장은 어떨까.
9월 4일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빙상연맹 2기 관리위원장을 선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영규 관리위원장이 사퇴한 뒤 대한체육회는 빙상연맹 관리위원회를 이끌어갈 차기 관리위원장 선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신임 관리위원장을 선임하는 데 있어 비중을 두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는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빙상연맹은 2기 관리위원회를 조직한 뒤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빙상계에선 “결론적으로 빙상연맹이 정상화 작업을 마무리 지으려면, 회장사 유치를 전제로 신임 회장을 초빙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는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빙상연맹이 새로운 회장사를 유치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한 기업 관계자는 “기존 빙상연맹 회장사였던 삼성이 불명예스럽게 회장사 타이틀을 내려놨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이 손을 놓아버린 상황에서 다른 기업이 빙상연맹으로 들어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그렇더라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까지 빙상연맹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아직 ‘빙상 콘텐츠’로부터 파생되는 영향력이 한국에서 꽤 큰 까닭”이라고 전했다.
빙상연맹은 관리단체 지정 1년 만에 ‘2기 관리위원회’를 조직하게 됐다. 새 판으로 짜일 빙상연맹 2기 관리위원회가 ‘연맹 정상화’를 향한 주춧돌을 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