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SPC삼립은 서울춘천고속도로주식회사와 가평휴게소 운영권 계약을 체결해 지난 9월 1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가평휴게소는 덕평휴게소에 이은 매출 2위의 휴게소로 전해지며 2009년부터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운영해 왔다. SPC삼립에 따르면 가평휴게소의 연매출은 800억 원이 넘고, 수도권과 강원도를 오가는 차량이 많이 거쳐 식음료와 주유소 매출이 잘 나오는 편이다.
사실 SPC삼립은 이전부터 김천휴게소, 진주휴게소, 황전휴게소, 천등산휴게소 등을 운영해 왔다. 가평휴게소 운영권을 획득할 당시 SPC삼립 관계자는 “매년 여행객이 늘어나 휴게소 식음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입점 브랜드 및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편의성을 강화해 컨세션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가평휴게소 운영권을 잃긴 했지만 여전히 광주휴게소, 양평휴게소, 이서휴게소, 오수휴게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CJ프레시웨이는 행담도휴게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가평휴게소 입찰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 LG가인 아워홈 역시 경주IC휴게소와 서라벌휴게소를 운영하는 등 대기업 계열 식품회사의 휴게소 사업 진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 휴게소 운영사 관계자는 “최근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되고,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 주말에 고속도로를 지나다니는 이용객들은 상당히 많다”며 “이용객들이 늘어나니 휴게소 매출도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식품업체가 휴게소를 운영하면 유리한 점도 있다. 예를 들어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등 다양한 식음료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SPC는 이 브랜드들을 가평휴게소에 입점시켜 직영으로 운영해 수익 효율을 높일 예정이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덕평자연휴게소. 사진=최준필 기자
그러나 최근 휴게소 수익 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라면 한 그릇에 5000원, 육개장 칼국수 6500원, 김치덮밥 한 그릇에 8000원… 명동 한복판 식당의 음식가격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 놓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 가격”이라고 글을 올렸다.
우 의원은 불평(?)에 그치지 않고 일명 ‘휴게소법’을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한국도로공사가 휴게소 운영자의 계약사항과 안전관리 및 위생관리 의무, 입점업체에 대한 적정한 수수료 책정 등의 이행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각 휴게소마다 수수료율이 달라 라면을 5000원에 판매하는 휴게소가 있는가 하면 3000원에 파는 곳도 있다.
대부분 휴게소는 한국도로공사가 입찰을 통해 특정 업체에 휴게소 운영권을 맡기고, 운영권을 확보한 업체는 다시 개별 점포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우 의원은 “휴게소 위탁업체가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음식의 경우에는 약 50%에 달하는 것이 문제”라며 “5000원의 라면을 예로 들면 대략 원가와 인건비를 포함해 가게 주인이 2500원, 한국도로공사 임대료 750원, 위탁업체는 위탁 관리한다는 이유로 1750원을 가져가는 구조”라고 전했다.
휴게소 운영사들은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편이지만 기분 좋게 지켜보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휴게소 음식 가격이 비싼 이유가 수수료 때문이 아닌 높은 인건비 탓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휴게소 운영사 관계자는 “운영 및 관리 등 기본적인 고정 관리비에 최근에는 최저임금 이슈도 있어서 매출액은 높지만 영업이익률은 낮은 편”이라며 “매출이 높아서 사업은 유지하고 있는데 향후에 큰 수익을 기대할 수는 있어도 당장 큰 이익을 벌어들이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인건비를 올려 놓고 물가 탓하는 건 머리와 꼬리가 맞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며 “라면은 어디서 팔더라도 3000원이어야 한다는 발상으로 경제를 운영하지 않는 조직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휴게소는 공휴일이나 명절에도 운영돼야 하고, 위치도 도심지역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휴게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고속도로 휴게소가 사실상 독점 사업임을 감안하면 휴게소 음식 가격이 비싼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휴게소 점포가 내는 50% 이상의 수수료는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인만큼 향후 일정 수준의 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휴게소 운영사들 역시 수익성 강화와 트렌드를 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각 고속도로별 통행량 살펴보니...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1999년 고속도로 이용차량은 9억 2140만 8137대에서 약 20년 후인 2018년 29억 826만 7860대로 약 3배 늘었다. 같은 기간 통행료 수입은 1조 4696억 1710만 원에서 4조 21억 116만 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부산을 오가는 경부선의 이용차량은 1999년 2억 6168만 2122대에서 2018년 4억 9398만 6813대로 늘었고, 통행료 수입은 5750억 7930만 원에서 9005억 4809만 원으로 늘었다. 경부선은 차량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고속도로로 2위인 서울외곽선(2018년 3억 2717만 2582대)보다 1억 대가 많이 통행했다. 이밖에 영동선(2억 944만 3661대), 남해선(1억 7196만 3138대), 중앙선(1억 7169만 7284대), 서해안선(1억 6317만 8824대), 중부선(1억 6209만 202대), 호남선(1억 3852만 3768대)에서 높은 통행량을 보였다. 가장 통행량이 적었던 곳은 지난해 84만 2865대가 통행한 오산화성선이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