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 승률, 탈삼진 등 다수의 투수 개인 타이틀 부문 유력 수상 후보로 떠오른 두산 린드블럼. 연합뉴스
[일요신문] KBO 리그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10구단은 저마다 16경기에서 2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시즌이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개인 타이틀 수상자 또한 윤곽을 드러내는 중이다. 시즌 전 각오를 묻는 말에 선수들은 저마다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타이틀을 마다할 이는 없다. 연말 시상식에서 멋지게 트로피를 들어 올릴 후보들을 ‘일요신문’이 짚어봤다.
#투수 부문, ‘린드블럼 천하’
지난해 시상식 투수 부문에선 린드블럼(평균자책점), 후랭코프(승리, 승률), 샘슨(탈삼진) 3명의 외국인 선발 투수들이 상을 나눠가졌다. 이와 달리 올해는 ‘린드블럼 천하’가 될 전망이다. 두산 선발 린드블럼은 선발 투수가 수상할 수 있는 모든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다승과 승률에서는 수상이 유력하다. 이번 시즌 26경기에서 20승 1패, 승률 0.952를 기록 중이다. 두 부문 2위인 SK 산체스(16승, 승률 0.800)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국내 최고 투수로 불리는 SK 김광현, KIA 양현종도 다승 부문서 15승으로 산체스와 함께 린드블럼을 뒤쫓고 있다.
탈삼진 부문 또한 린드블럼이 쉽게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 시즌 166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이어 김광현이 154개, 양현종이 153개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린드블럼은 170이닝을 소화하며 자책점 40점만을 내줬다. 평균자책점 2.12로 2위 산체스의 2.28과 0.16점 차이다. 선발 등판 기회가 4~5회 정도 남은 상황에서 1경기만 무너져도 뒤집힐 수 있는 차이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9경기에 나서 꾸준히 3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구원투수 부문에서는 SK 하재훈(33세이브)과 키움 김상수(35홀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좀처럼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들이 연말 시상식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율·출루율·장타율 선두 양의지…박병호-샌즈, 홈런왕 집안싸움
올 시즌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양의지는 리그 최고 타자로 거듭났다. 타율 0.362, 출루율 0.444, 장타율 0.578로 각 부문 1위에 올라있다. 그가 시즌 마무리까지 타격 1위자리를 지킨다면 지난 1984년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당시 삼성) 이후 35년만의 ‘포수 타격왕’이 탄생하게 된다.
35년만의 ‘포수 타격왕’ 등극을 노리는 NC 양의지. 연합뉴스
양의지는 7월부터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지만 복귀 후 더욱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모자랐던 규정 타석까지 채우며 타이틀 수상 자격도 얻어냈다. 타율과 출루율에선 2위권과 격차를 보이는 가운데 장타율 부문에서 0.571을 기록 중인 샌즈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매년 가장 많은 눈길이 쏠리는 홈런왕 경쟁은 키움 박병호(30개)와 샌즈(27개)의 집안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박병호는 “홈런왕은 샌즈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지난 8월 말 1경기 4홈런으로 괴력을 뽐냈다. 덕분에 기존 홈런 순위도 역전됐다. 현재 3개 차이로 언제든 뒤집어 질 수 있는 수치지만 특유의 몰아치기가 또 나온다면 박병호 개인통산 5번째 홈런왕 등극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장타율에서 양의지, 홈런에서 박병호에 밀리고 있는 샌즈이지만 그가 순위표 맨 위에 자리 잡은 기록도 있다. 109 타점을 기록 중인 샌즈는 타점 1위에 올라 있다. KBO 리그 유일의 100 타점 달성자로 2위권(94타점, 키움 김하성)과의 격차도 크다. 샌즈는 시즌 내내 기복 없는 활약을 펼쳐 왔다. 다른 부문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타점왕을 향한 여정만큼은 순조롭다.
올 시즌 키움은 타율(0.285, 1위), 득점(726, 1위), 안타(1287, 1위), 홈런(107, 2위) 등 각종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팀이다. 박병호, 샌즈와 함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하고 있는 김하성도 개인 타이틀 수상 유력 후보 중 한명이다. 104 득점으로 득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같은 팀의 이정후는 안타 168개(2위)로 안타왕 경쟁에 참전하고 있다.
최다안타 부문에서 이정후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인물은 두산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다. 그는 173개 안타를 쳐내며 5개차로 이정후를 앞서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안타 외에도 타율(0.347, 2위), 출루율(0.409, 5위)에서도 수위권에 올라 수년간 이어져 온 두산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끝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 개인 타이틀 부문에 5위 이내 상위권 팀 소속 선수들이 유력 수상 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도루는 14개 타이틀 중 유일하게 5위 밖의 구단에서 후보를 배출했다. 그 주인공은 KIA 박찬호(35개)다. 지난 4년간 도루왕을 독식해온 박해민(20개)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2위권(27개)과의 격차도 적지 않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8년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기록을 뒤로하고 올 시즌 7위로 떨어진 KIA에게 박찬호의 성장은 큰 위안이 되고 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KBO 리그 개인 타이틀 레이스에 대해 “린드블럼의 공이 워낙 좋다. 소속팀 두산이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면서 “린드블럼이 3관왕에서 4관왕 등극까지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격 부문에 대해서는 “좋은 활약을 보이는 양의지가 다방면에서 앞서 있지만 내야 안타가 나오기 어려운 선수라는 것이 약점이 될 수 있다. 부상으로 출전 경기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부진해도 기록의 낙폭이 크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개인타이틀 각 부문 1위 현황(9월 4일 기준) 평균자책점 - 린드블럼 2.12 승리 - 린드블럼 20승 승률 - 린드블럼 0.952 탈삼진 - 린드블럼 166 세이브 - 하재훈 33 홀드 - 김상수 35 타율 - 양의지 0.362 홈런 - 박병호 30 타점 - 샌즈 109 안타 - 페르난데스 173 득점 - 김하성 104 장타율 - 양의지 0.578 출루율 - 양의지 0.444 도루 - 박찬호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