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디지털 금융혁신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고령자의 금융 소외 현상이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케이뱅크가 진행 중인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 모습. 사진제공=케이뱅크
지난 6월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의 핵심과제로 금융교육이 선정됐다. 다시 말해, 디지털금융의 발전에 따른 고령층의 금융 소외 현상이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금융교육 실태조사와 종합방안 마련 계획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2월까지 금융교육 종합방안 마련을 목표로 고령층의 디지털 환경 적응 등이 포함된 금융교육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앞서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해 고령화 대응 TF를 설립했다. 금감원은 고령화 사회를 중심으로 금융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금융정책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이 TF를 꾸린 뒤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은행지점 폐쇄절차 등에 대한 모범규준’ 도입이다. 지점 폐쇄 전 영향평가를 하고 고객과 이해관계자에게 폐쇄 사실을 미리 알리는 한편, 폐쇄시 ATM(자동화기기) 등 대체수단을 마련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은행 점포 폐쇄에 따른 취약계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이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점포 수는 2015년 4000여 개에서 지난 6월 기준 3544개로 약 450여 개가량 줄었다. 2017년에만 191개 점포가 폐쇄됐다. ATM기기 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 2018년 국내 4대 시중은행의 ATM기기 수는 2만 3863개였으나 올해 상반기 기준 2만 2185개로 1678개 줄어들었다.
은행권은 금감원의 ‘은행지점 폐쇄절차 등에 대한 모범규준’ 도입에 대해 “금융당국의 과도한 경영개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금감원은 지난 4월 은행연합회와 합의를 통해 ‘은행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 시행안’을 의결했다. 모범규준을 제정하는 대신 한 단계 수위가 낮은 ‘공동절차 시행안’으로 후퇴한 것. 다만 금감원이 이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을 밝힌 만큼 은행들은 이를 규제로 받아들이고 점포 폐쇄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3572개)부터 올해 상반기(3544개)까지 총 28개 점포만 폐쇄했다.
은행들이 모바일뱅킹 서비스 등 비대면 서비스에 집중하고 대면 채널을 줄이는 까닭은 수익성 때문이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시중은행들이 운영해오던 점포 가운데 수익이 나는 지점은 절반가량밖에 되지 않는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신탁, 펀드 등 수익성이 높은 상품의 판매를 늘리거나 지점을 줄이는 수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수익이 나는 점포 위주로 통폐합하면서 사실상 ‘동네은행’들이 문을 닫게 된 셈이다.
대면 채널이 줄면서 금융 소외계층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면 채널에 익숙하고 비대면 서비스에 취약한 고령층은 은행업무를 보는 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G20 재무장관 회의와 우리 금융당국이 고령층을 위한 금융교육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은행들도 나름 고령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추세다. 4대 시중은행은 고령자 대상의 창구를 설치하고, 보이는 ARS나 콜센터 ‘느린말 서비스’, 전용 상담전화 등을 운영 중이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저시력자를 위한 ‘큰글씨’ 뱅킹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고객을 위한 모바일뱅킹 사용설명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다만 고령층을 위한 시중은행들의 서비스가 홈페이지와 어플, 약관 등의 글자 크기 확대와 콜센터 ARS 등을 통해 ‘느린말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에 그친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현재 고령층 대상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한 곳에 불과하다. 케이뱅크는 2018년 4월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 지원 활동을 위한 TF를 꾸리고 교안을 제작, 금융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다.
모바일 전용 상품 등이 출시되면서 고령층이 은행의 수수료나 금리 혜택에서 배제되는 ‘고령 수수료’도 문제다.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모바일 전용 중금리 대출을 출시하거나 이체 수수료 면제, 금리 감면 등 혜택을 주는 모바일뱅킹 전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모바일 어플 서비스 등을 적극 활용하는 젊은 층은 수수료를 거의 내지 않고 다양한 금리 혜택을 누리는 반면, 모바일 서비스 활용도가 적은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이 같은 해택을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2018년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자 중 최근 3개월 내 일반은행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한 바 있다는 응답자는 56.6%였다. 연령대별로는 30대와 40대가 각각 87.2%, 76.2%로 높은 비율을 보인 반면 60대는 18.7%, 70대 이상은 6.3%에 불과했다. 또 모바일뱅킹 또는 모바일지급 서비스(모바일기기를 이용해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상품구매대금 등을 지급하는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60대 이상 응답자들은 60대 이상 응답자 전체 평균보다 소득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이런 까닭에 ‘저소득 고령층’을 위한 교육과 차별 철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은행들의 점포 철수는 수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고령층을 배제하는 것으로 읽힌다”며 “시중은행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창구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력은 늘리지 않아 전담 창구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은 단순 사기업처럼 효율성의 논리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공적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큰글씨, 느린말 서비스 등에 머물러 있는 대책을 시니어 금융교육, 이동점포, 고령층 수수료 감면 등 적극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하나·우리은행, 김앤장 선임 DLS 사태 방어 시작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DLS 사태와 관련해 법률자문사로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를 선임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에 대비할 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 이후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앤장은 앞서 키코 사태 당시 은행들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승소를 이끌어낸 바 있다. 또 현재는 즉시연금 미지급 관련 소송에서 삼성생명의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안을 거부하고 소송전을 선택한 바 있다. ‘DLS·DLF 파생상품 피해구제 특별대책위원회’를 꾸리고 DLS 사태 해결에 나선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관계자는 “다른 로펌을 법률 자문으로 두던 두 은행이 DLS 관련해서는 김앤장을 선임했다”며 “키코 때와 마찬가지로 김앤장을 내세운 것은 비난을 받더라도 일단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일 것”이라고 전했다. DLS 관련 상품 만기가 오는 9월 중순부터 돌아오는 만큼 피해금액의 규모가 현재보다 커지고 그때부터 집단소송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투자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앞의 키코 공대위 관계자는 “현재 공대위 쪽으로도 피해사례가 여럿 접수되고 있다”며 “오는 9월 만기가 지나고 나면 피해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피해자들은 9월 만기 이후 집단소송을 진행할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DLS상품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며 최대한 신속하게 분조위에 상정할 것이란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