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은퇴 선언과 자숙의 가장 큰 차이는 복귀 여부다. 지금껏 대부분의 물의 연예인은 일정한 자숙 기간을 거친 뒤 연예계로 돌아왔다. 오히려 컴백이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은퇴는 ‘컴백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그들 역시 언젠가 기회가 되면 돌아올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용어는 ‘컴백’이 아닌 ‘은퇴 번복’이 되겠지만. 과연 이들의 은퇴 번복은 가능할까.
해외 원정도박 의혹이 불거진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아직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혐의가 확정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열되자 이들은 빠르게 연예계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들이 은퇴를 선언한 이유는 다양하다. ‘성 접대 알선’ ‘해외 원정도박’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집단성폭행’ ‘마약’ 등이다. 대부분 더 이상 연예계 활동이 불가능할 만큼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따라서 굳이 은퇴를 선언하지 않아도 연예계 컴백이 요원한 상황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이들이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연예계로 돌아올 수 있는지는 과거 물의를 빚어 자숙기간을 가진 연예인들의 사례를 통해 예측해볼 수 있다. 대부분의 물의 연예인이 컴백했지만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지 못한 대표적인 물의 연예인은 고영욱이다. 그는 지난 2013년 미성년자 3명을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신상정보 공개 고지 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년형 등을 선고받았다. 2015년 7월 만기 출소했지만 지난 7월 9일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했다. 전자발찌 부착 기간은 끝났지만 신상정보 공개는 2021년 7월까지 계속된다.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정준영. 고성준 기자
신상정보 공개 기간이 끝나도 여전히 취업제한은 계속된다. 바로 ‘아동·청소년대상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자는 형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로부터 10년 동안 아동·청소년관련기관 등의 운영 또는 취업을 제한한다’는 규정인데 취업 제한 대상에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소’도 포함돼 있다. 연예기획사 취업이 불가하며 연예인 지망생을 지도하는 일도 할 수 없다. 결국 고영욱은 법적으로 연예계 컴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집단성폭행’ 등 성범죄 연루 은퇴 연예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취업제한으로 인해 형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로부터 10년 동안 연예계로 돌아올 수 없다.
‘성 접대 알선’ 역시 성과 관련된 사안으로 연예계 복귀가 쉽지 않다. 과거 성매매에 연루됐던 연예인들이 자숙기간을 거친 뒤 연예계로 컴백했지만 지상파 프로그램 출연 불가 등 여전히 완벽하게 정상적인 활동은 힘든 상황이다.
반면 ‘마약’이나 ‘해외 원정도박’은 비교적 컴백에 성공한 연예인들이 많다. 역시 중범죄로 자숙기간은 비교적 긴 편이지만 컴백이 아예 불가능한 영역은 아닌 셈이다. 해외 원정도박의 경우 신정환이 대표적이다. 2006년 불법도박으로 벌금 700만 원의 약식기소를 받았지만 4개월 만에 컴백한 신정환은 2010년 해외 원정도박이 적발돼 연예 활동을 중단했다. ‘뎅기열 파문’ 등 대국민 거짓말 논란까지 불거져 연예계 컴백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신정환은 결국 컴백했다. 다만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마약의 경우 종류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대마초, 엑스터시 등 대부분의 마약과 달리 필로폰 투약은 연예계 컴백이 쉽지 않은데 박유천은 필로폰 투약 혐의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가장 화제가 됐던 연예인은 황수정으로 어렵게 컴백은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채 다시 활동을 중단했다. 최근 사례 가운데에는 정석원이 있다. 최근 2심 재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정석원의 연예계 컴백 여부가 박유천의 은퇴 번복 가능성과 일정 부분 연결돼 있다. 다만 박유천은 이미 다른 사안들로 인해 수년째 이미지가 급격히 하락해 있는 상황이었던 데다 이번에는 혐의 부인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던 터라 정석원보다 훨씬 상황이 좋지 않다.
프레스센터에서 마약 수사와 관련해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박유천. 최준필 기자
한편 연예관계자들은 어떤 사안으로 물의를 빚었는가보다는 이미지가 훼손 정도와 회복 가능성 등 다른 요소들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의 설명이다.
“같은 사안으로 물의를 빚었을지라도 이미지 훼손이 심하면 돌아오지 못한다. 그래서 혐의가 드러나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이 부분을 세심히 살피며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해줘야 한다. 올해 은퇴를 선언한 이들은 버닝썬 게이트라는 엄청난 화젯거리에 연루돼 이미지 손상이 컸다. 그런 과정에서 깔끔하게 은퇴를 선언한 게 오히려 일정 부분 이미지 훼손을 막아주긴 했다. 물의를 빚어 활동을 중단했을지라도 버텨 줄 고정 팬들과 컴백을 이끌어줄 방송계 인맥이 중요하다. 평소 고정 팬과 방송계 인맥 관리가 잘 돼 있다면 돌아올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회복 가능성도 중요하다. 같은 군 문제지만 유승준은 여전히 어려운 데 반해 사구체신염 병역비리에 연루됐던 이들은 오히려 지금 더 잘나간다. 죄질은 허위 질병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병역비리가 더 안 좋을 수도 있지만 군대를 다녀오는 것으로 이미지를 회복시킬 수 있었기에 무난한 컴백이 가능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