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진 박정훈 기자
[일요신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9월 2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손 대표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4월 보궐 선거 참패 이후 당내 비당권파 의원들은 손 대표 퇴진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바른미래당 분당설이 끊이지 않는다.
손 대표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 총선 전략을 담은 ‘손학규 선언’을 발표했다. 손 대표는 당 간판격인 안철수·유승민과의 화합을 통해 자강의 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근엔 ‘손학규 선언’ 이행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벼랑 끝에 선 손 대표를 직접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본다면.
“제3당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고, 새로운 정치가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저는 어떻게든 당을 살려보려 했다. 그런데 총선이 다가오자 ‘제3당 가지고 되겠나, 제1당 제2당 후보로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바심을 내는 분들이 많아졌다. 이런 조바심이 당의 내분을 격화시켰고, 지금까지도 분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다만 금년 말이 되면 모두 정리가 되리라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앞장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되면 공천 잡음, 부실 검증 문제 등이 우려된다.
“모두 기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그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겠다. 비례대표가 당권을 쥔 사람들의 자기 계파 심기 창구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 아직 공천 절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혁신적인 공천을 할 예정이다. 국민과 당원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공천을 하겠다.”
―민주평화당 탈당파가 만든 대안정치는 바른미래당을 겨냥해 제3지대서 통합하자고 한다.
“제3지대 구축을 통한 중도정치 확장은 바른미래당이 추구하는 목표다. 그러나 지금 당장 대안정치와 통합한다고 하면 제3지대 확장에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안정치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바른미래당에 입당하는 것은 가능하다.”
―대안정치 측과 물밑 대화는 있었나.
“현재는 다른 당 인사들과 만나는 것을 상당히 조심하고 있다. 앞으로 제3지대 구축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면 그때 대화를 시작할 생각이다.”
―내년 총선에서 100석을 얻겠다고 했다. 연동형비례제 도입을 가정한다고 해도 무리한 목표 아닌가.
“지난 총선에서 (바른미래당 전신인) 국민의당이 얻은 득표율로 연동형비례제 도입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60석 정도가 된다. 현재는 바른정당과 통합하면서 영남에도 의원들이 있고, 수도권 세력도 더 커졌다. 충분히 현실성 있는 목표라고 본다.”
―내년 총선에서 성과를 내려면 좋은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현재 영입이 논의되고 있는 신선한 인물이 있나.
“아직 본격적으로 인재영입 작업을 시작하진 않았다. 간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인물들은 있다. 어떤 인물들과 접촉하고 있는지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기대해도 좋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실패, 안보 실패, 인사 참사를 일으키고 있다. 다음 총선은 문재인 정권 심판 선거가 된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 찍을 수 있나. 한국당은 사회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 정치 지형에서 중간 지대가 넓어지고 있다. 총선이 다가오면 인재들이 우리 당에 몰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는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계파 싸움이 심각했다. 자기들끼리 싸우는 정당에 표를 달라하면 말이 안 된다. 당 체제를 정비해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면 지금이라도 지지율이 10%는 더 올라간다.”
―총선 전까지 당 내분을 수습할 수 있다고 보나. 아니면 차라리 당을 흔드는 분들이 빨리 떠나길 바라나.
“수습할 자신이 있다. 다만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좀 더 유리한 정당에서 출마하고 싶은 분들은 당을 흔들지 말고 개인적으로 떠나야 한다.”
―일각에선 안철수 전 의원이 한국당과 보수통합을 추진하려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철수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내년 총선 때까지 당에 남아 있을 거라고 보나.
“유승민은 한국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만들었고, 안철수는 민주당을 나와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안철수, 유승민이 이제 와서 어디로 갈 수 있겠나. 우리 당 이태규 의원이 안철수 전 의원을 만나고 왔는데 ‘보수통합 참여설은 호사가들의 이야기’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전 의원이 손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안 전 의원이 대표님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안 전 의원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전 의원이 저와 거리를 두려 한다고 하는데 오해다. 오해는 곧 풀릴 것이라고 본다.”
―추석까지 당 지지율이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당을 살리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전권을 주고 마음대로 해보시라고 했다. 그런데 혁신위원들이 특정계파 대리인처럼 행동했다. 혁신안은 내놓지 않고 오직 지도부 퇴진, 손학규 퇴진만 이야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지율을 어떻게 올리나. 내가 물러나면 한국당과 통합하려 할 것이 뻔하다. 제3당을 지키는 것이 사명이다. 한국당과 통합하면 국회의원 몇 명이 더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낡은 양당 체제로 회귀하는 것이다.”
―당 정체성에 대해 “우리는 진보를 배제하지도 보수를 버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모호하다.
“우리 정치는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중간에서 옳은 길, 바른 길을 찾자는 것이 우리 당의 목표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약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장경제를 혼선시키고 있다. 반대로 한국당은 기업 편만 일방적으로 들고 있다. 우리는 시장경제를 지키면서도 약자들을 보호할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추구하는 중도 정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결국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대통령께 말씀드리고 싶다. 조국 후보자 사태로 국론이 이렇게 분열되어 있는데 읍참마속하시라. 조 후보자 기자회견을 봤다. 국민 궁금증을 풀어주지도 못했고, 각종 의혹에 대해 몰랐다는 대답만 내놨다. 국민 분노만 가중시켰다. 압수수색이 조 후보자 부인에게까지 확대됐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는데, 장관 부인이 수사 받는 상황에서 조 후보자가 어떻게 검찰을 지휘할 수 있겠나.”
―내년 총선에서 직접 지역구에 출마할 생각인가.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다. 당을 위해 희생하라고 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 자리 욕심은 없다. 개인적인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당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