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조원 민정수석. 연합뉴스
조국 장관이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것은 지난 7월 26일, 그 뒤 장관 지명은 8월 9일 이뤄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2주의 적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 2주라는 시차를 둔 것은 조 장관 셀프 검증 논란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조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있다가 곧바로 장관직을 임명받았다면 야당의 비판이 불가피했다. 때문에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이 검증의 시간을 가진 모양새를 연출한 것이다.
하지만 김 수석이 2주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정부의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조 장관에 대해, 후임 김 수석이 철저한 검증을 할 수는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 언론은 조 장관이 지명되자 일주일 만에 각종 의혹을 쏟아내며 분위기를 이끈 것과 대비되는 2주였다. 인사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민정수석실로서 ‘2주라는 기간은 짧았다’는 설명은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한다.
존재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실제 김 수석은 8월 5일, 취임 이후 첫 공개조치로 ‘일본 수출 규제 계기 공직사회 특별감찰’ 지시를 내리며 민정수석으로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때문에 조 장관의 경우 인사 검증 부실이라기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끼는 참모라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스스로를 셀프 검증하고 온 것은 아닌가. 민정수석 그만둘 때부터 이미 내정됐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돌았다”며 “그러면 그 뒤에 들어온 김조원 민정수석이 검증했을까. 안 했을 것 같다”고 추론한 바 있다. 실제 청와대 역시 “김조원 수석은 검증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 민정수석실 ‘예의주시’에 수사 가능성도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여전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이 예상치 못한 수사에 나섰기 때문. 청와대 민정수석실 동향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 사람과 만난 자리에서 ‘조국 지명 철회 가능성도 검토했는데 갑자기 검찰이 압수수색을 해서 놀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조국 민정수석 시절 검찰과 핫라인(실시간 소통하는 채널)을 끊었는데, 지금 검찰의 흐름은 청와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자칫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던 시절, 조 후보자의 직무와 대가성, 뇌물죄 성립 여부를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정수석 시절 국회 운영위원회의에 참석한 조국 법무부 장관. 이종현 기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지난달 말, 오거돈 부산시장 집무실 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주목하는 의혹은 지난 6월 대통령 주치의로 선정된 강대환 부산대 의대 교수 관련 건이다. 주치의 관련 신상 및 인사 검증은 민정수석 담당인데, 문제는 조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관여했다는 문건이 나온 것.
조 장관의 딸은 2015년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뒤 성적 미달로 유급했지만, 복학한 2016년 1학기부터 6학기 연속으로 장학금 총 1200만 원을 받았다. 뇌물(딸 장학금)과 대가(대통령 주치의 선정)가 오고 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오거돈 부산시장 이름도 등장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오거돈 시장의 컴퓨터 파일 복구작업(포렌식)이 끝나는 대로 청와대 측에 조 장관의 민정수석 활동 당시 관련 자료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예전과 달라진 청-검 관계, 파견 자리도 인기 ‘뚝’
그런 가운데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게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자리다. 사정비서관 역할을 하는 민정수석실 비서관 자리는 예전에는 ‘검사들이 줄 서서 희망하던’ 승진코스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승진이라는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청와대 파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실력보다 청와대 파견 때 쌓은 인맥으로 인사 때 좋은 보직을 받은 검사들이 워낙 많은 탓에, 청와대 파견 자리는 과거 검사들에게는 선망의 자리였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검사가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파견 갔다가 다시 검사로 재임용되면서 좋은 보직을 꿰차는 것이 거의 확정적이었는데, 검찰 중립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제 검사는 사표를 내고 1년 뒤에 청와대로 갈 수 있다. 또 청와대에서 나온 뒤엔 2년이 지나야 검사로 임용될 수 있다. ‘승진 혜택’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연합뉴스
박형철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교체를 검토 중인 청와대도,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후임 인사를 쉽사리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신설된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돼 2년 넘게 근무 중인데, 청와대를 나가면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내년 총선 차출설도 나온다.
하지만 후임 후보로 거론되는 다수의 법조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청와대 출신 변호사는 “2년이라는 시간은 ‘정권이 교체’되기 충분한 시간”이라며 “정권 1~2년 차에 청와대에 파견을 가려는 것은 인사에서 혜택을 보기 위해서인데, 정권 중반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어설프게 ‘전 정권 인사’라는 꼬리표와 함께 되레 승진은커녕 인사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 역시 “정권과 가깝다는 게 공공연하게 알려지면 사건을 수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것도 정권 초에나 그렇지 정권 말에는 자칫하면 ‘전(前) 정권과 가깝다’는 평과 함께 사건 수임에 도움이 안 된다”며 “조 장관 이슈까지 터진 마당에 누가 지금 청와대 민정수석실 자리에 들어가려고 하냐, 정치할 생각이 아니라면 안 가려 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