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부동산 규제로 꼽히는 9·13조치 후 1년(2018년 9월~2019년 8월 말) 주요 자산 가격변동을 살펴봤다. 정기예금(6~12개월) 금리는 1.94%에서 1.66%로 떨어졌다. 코스피는 2315에서 1968로 15% 넘게, 코스닥은 818에서 611으로 25% 이상 폭락했다. 온스당 1199달러이던 금값(뉴욕선물거래소)은 1519달러로 27% 급등했고, 1116원이던 1달러의 원화값은 1211원으로 8.5% 올랐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억 2392만 원에서 3억 4332만 원으로 6.3% 올랐다. 서울이 상승을 주도했다. 이 기간 7억 1645만 원에서 7억 9972만 원으로 11.62% 상승하며 8억 진입을 예고했다. 강북은 15.11%로 모든 구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고, 동대문구(22.83%), 중랑구(20.86%)는 20%를 넘었다. 강남은 서남권이 12.52% 올랐지만, 동남권인 강남4구는 5.96%에 그쳤다.
세계적인 저금리기조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영향으로 최근 서울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임준선 기자
6대 광역시는 3.7%, 경기를 제외한 8개도는 2.96%에 그쳤다. 서울 덕분에 수도권은 7.93%로 상승폭이 상당했지만, 경기도는 5.73%으로 낮아졌다. 과천, 성남, 안양 등만 두 자릿수 상승을 보인 반면 나머지 지역은 서울 평균치를 밑돌아서다.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발표한 올해 집값 전망에서 수도권은 -1.2%, 지방은 -1.9%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단독주택도 비슷하다. 역시 감정원 통계를 보면 전국이 2억 7221만 원에서 2억 9040만 원으로 6.68% 오를 동안 서울은 8억 4583만 원에서 9억 3718만 원으로 10.8% 급등했다. 서울 지역 신규주택공급이 제한되면서 단독주택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는 해도, 안 해도 집값 자극제가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든 직후에는 서울에 새집 공급이 끊길 것이란 우려가 집값을 자극했다. 기획재정부와 국무총리실에서 사실상 보류 방침을 내놓았지만, 그래도 서울 집값은 계속 오름세다. 분양가상한제의 집값 제동 효과가 제한적이란 분석과 함께 시장은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도 더 이상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초저금리로 금융시장에서 풀린 돈이 갈 곳은 부동산뿐이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총 596조 7941억 원으로 전달보다 4조 9759억 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28조 1388억 원으로 전달보다 3조 3036억 원, 0.7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05조 2660억 원으로 7월보다 1조 6479억 원, 15.9% 급증했다.
정부의 DSR(총부채권리금상환비율) 규제는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합계액을 규제한다. 금리하락으로 원리금 합계액이 줄면 그만큼 대출가능 한도가 높아진다.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탓에 주택담보대출을 증액하기는 어렵지만 신용대출은 손쉽게 늘릴 수 있다. 최근 신용대출 금리도 눈에 띄는 하락세다.
7월 예금은행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3.96%로, 2017년 8월(3.78%) 이후 최저치다. 7월 하나은행의 신용 1, 2등급 고객들은 연 2.98%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았다. 5대 시중은행에서 연 2%대 신용대출을 취급한 것은 2017년 10월 국민은행(연 2.97%) 이후 처음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