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검찰이 조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할 때만 하더라도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강했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아이콘으로 불렸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과연 취임 한 달 만에 문 대통령 최측근인 조 후보자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검찰 칼끝은 조 후보자를 향해 파고들었다. 청와대를 필두로 한 여권의 ‘조국 구하기’가 변곡점을 맞은 것도 이 지점이다.
6일 오전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관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조 후보자가 국회에 들어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여권, ‘논두렁 시계’ 재판에 분개
여권 전략은 간단했다. 조 후보자 임명 반대 여론이 높게 나오더라도 핵심 지지층을 안고 간다는 게 핵심이었다. 패스트트랙법이 통과하면 범 진보 진영 득표만으로도 과반 확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내분 양상을 보이던 여권이 일사불란하게 조 후보자 엄호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9월 2일 기자간담회 이후 조 후보자에 대한 찬반 여론은 어느 정도 좁혀질 기미가 보였다.
야당과 언론이 거세게 공격했지만 조 후보자를 낙마시킬 ‘스모킹 건’은 없다고 자신했다. 오히려 ‘조 후보자가 얼마나 무서우면 그러겠느냐’고도 했다. 여권 지지자들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와 관련된 의혹들, 그리고 언론 보도 행태를 꼬집는 실시간 검색어를 상위권에 올리며 조직력을 과시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가 열리긴 했지만 이는 임명을 위한 통과의례쯤으로 여기는 기류가 파다했다.
그런데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검찰이다. 여권에선 조 후보자를 겨냥한 수사가 검찰 조직 논리를 우선시한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본다. 정치권이 진통 끝에 청문회 일정을 잡기로 한 직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대거 압수수색에 나서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에 대한 도전”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검찰, 그리고 윤 총장을 좀 더 지켜보자는 견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검찰 수사는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셌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도 연일 불거졌다. 이를 놓고 여권이 발끈했다. 검찰이 조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피의사실을 언론 등에 흘리고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반드시 색출하고 그 기관의 책임까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갖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시게 만들지 않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친문 의원은 “검찰의 못된 버릇이 도졌다”고 꼬집으면서 “지금의 수사는 조국을 사퇴시키기 위한 흠집내기에 불과하다. 인사권자보다 조직의 기득권, 그리고 선후배 검사들의 평판이 더 중요하다고 본 윤 총장의 하극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 역시 “조 후보자 사모펀드 수사 과정에서 여권 인사들 이름이 연이어 거론됐다. 검찰이 흘려주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조 후보자뿐 아니라 권력형 비리 수사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사실상 지금 정권을 협박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 문재인 정부 표리부동, 검찰 부글부글
윤석열 검찰총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특수통이다.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 수사팀을 이끌면서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폭로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로 인해 좌천을 당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검찰총장으로까지 발탁됐다. 그리고 현재 검찰은 이른바 ‘윤석열 사단’ 특수통들이 주요 보직에 배치돼 있다. 여권에선 윤 총장에게 과도하게 힘을 실어주는 것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당시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중히 수사해달라”는 당부를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 조 후보자를 첫 수사 타깃으로 삼았다. 검찰출신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은 수사할 때 특유의 감각을 중시한다. 또 큰 그림을 그려놓고 시작한다. 수사팀 구성 등을 보면 윤 총장이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 자녀 입시문제와 관련해 많은 문제가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면서 “장관 임명 전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입증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은 여권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이 공공연히 나왔고, 몇몇 의원들은 피의사실을 유출한 윤 총장을 즉각 내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선 강한 반발이 감지됐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자꾸 시기를 문제 삼으면서 정치 수사라고 하는데, 그럼 언제 해야 하는 것이냐. 장관 되고 나서 하면 수긍할 것이냐”면서 “압수수색을 사전에 몰랐던 것에 대해서도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는데 그럼 정치권 허락이라도 먼저 받아야 한단 것이냐. 그럴 거면 신속과 보안이 생명인 압수수색을 왜 하느냐. 차라리 대놓고 수사를 하지 말라고 해라”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 역시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부지검의 한 검사는 “윤 총장이 누구냐. 여권에서 그렇게 높게 평가하던 검사다. 윤 총장 측근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적폐로 내몰렸다. 표리부동한 모습”이라고 했다. 중앙지검의 또 다른 검사도 “조국을 비롯한 여권에서 외치는 사법개혁은 권력 눈치 안 보는 검찰을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결국 자기 입맛에 맞게 검찰을 길들이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 마침내 충돌, 칼자루는 윤석열 손에
마주보고 달리던 청와대와 검찰은 결국 부딪혔다. 조 후보자 딸이 동양대로부터 받은 표창장 위조 여부가 도화선이 됐다. 검찰이 이 문제를 집중 수사하기 시작했고, 소환 조사를 받은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폭로가 이어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이 최 총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알려져 외압 논란이 일었다. 인사청문회 직전엔 조 후보자가 직접 최 총장과 통화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청문회에서도 이 문제는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여권은 수사 중인 검찰이 이번에도 배후에서 움직였을 것으로 봤다. 기자간담회 후 조 후보자 부인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검찰이 위조를 입증할 정황을 대거 포착했을 뿐 아니라 그중 일부가 한국당으로까지 흘러들어갔다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여권이 총공세에 나섰다. 포문은 이낙연 총리가 열었다. 이 총리는 9월 5일 국회에 출석, “검찰도 자기들이 정치를 다 하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선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사후에 알게 됐다. (사전에) 보고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사전) 보고를 해야 지휘가 가능한 게 논리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비슷한 시간 청와대에선 조 후보자 딸이 받은 표창창을 추천한 교수를 찾았다면서 “위조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정청이 동시에 검찰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그밖에 여권 관계자들 역시 언론 등을 통해 ‘쿠데타’ ‘하극상’ ‘내란’ 등과 같은 과격한 발언으로 검찰을 겨눴다.
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며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던 검찰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해 수시로 수사지휘를 하고 이를 위해 수사 계획을 사전 보고받는다면 청와대는 장관에게, 장관은 총장에게, 총장은 일선 검찰에 지시를 하달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수사 사법행위의 독립성이 현저히 훼손됨.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장관 후보자 부인의 표창장 위조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위조가 아니라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바 있는데,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매우 부적절한 것임”이라는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검찰은 이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윤 총장이 아니냐는 질문에 부인을 하지 않았다.
하루 동안 당정청과 검찰이 난타전을 주고받은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인데, 향후 추가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권 일각에선 임기가 정해져 있는 총장을 제외한 검찰 수뇌부 일부를 대통령 인사권에 따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 총장에게 쏠려 있는 힘을 빼고 리더십을 흔들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검찰 내에서는 ‘연판장’을 돌려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모두 출구가 닫혀 있는, 전면전이 불가피한 극단적인 조치다.
일단 칼자루는 윤 총장이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조국 대전의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은 이유에서다. 여권이 검찰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앞서의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윤 총장이 자리에 연연했다면 이런 수사를 시작했겠느냐. 수사 결과로 말한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과 그리고 참모들 역시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면서 “조직의 명운이 걸려있는 만큼 수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촘촘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상황은 양측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중반기를 넘은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믿었던’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 자체가 껄끄러운 일이다. 정권 후반기 반복되곤 했던 실세들의 비리 수사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이는 검찰개혁 선봉장인 조 후보자를 반드시 살려야 하는 이유와 맞닿는 부분이다. 검찰로서도 자칫 혐의 입증에 실패하면 거센 역풍을 감당해야 한다. 대대적인 개혁을 피할 명분도 사라진다. ‘죽느냐 사느냐’ 치킨게임 서막이 열렸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