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최종 심사가 지난 4일 일요신문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카카오페이지의 황현수 부사장, 서울미디어코믹스의 오태엽 대표,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영웅’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 만화가 이현세 작가. 이종현 기자
다만 이번 공모전에서는 아쉽게도 대상을 줄 만한 작품을 찾지 못해 우수상 1작품, 가작 3작품이 최종 선정됐다. 이에 따라 최종심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대상작을 선정하지 않는 대신 우수상과 가작 수상작들에 총 2500만 원의 상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남은 상금액수 2000만 원은 내년에 열리는 ‘제10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으로 이월하기로 했다.
지난 4일 일요신문에서 진행된 최종 심사에는 만화가 이현세, 영화감독 강윤성, 카카오페이지 황현수 부사장, 서울미디어코믹스 오태엽 대표가 참석해 최종 당선작 4작품을 선정했다. 최종심에 앞서 8월 27일 진행된 예심에는 만화평론가 서찬휘·이재민, 서울미디어코믹스 정영훈 팀장이 참석했다.
상금 2000만 원이 수여되는 우수상에는 이동화·이서영·이승우 작가의 ‘야수의 날’이 선정됐다. 상금 1000만 원이 수여되는 가작에는 유승종 작가의 ‘드림스 컴 트루’, Double U(더블유)·아요 작가의 ‘어려 보이지만 30살’, 최재정 작가의 ‘잡스’(가나다 순)가 선정됐다. 각 수상자들의 수상소감과 최종심 심사평을 싣는다.
우수상 수상작 ‘야수의 날’
#‘야수의 날’ 이동화·이서영·이승우 “사제+선후배 크로스!”
‘나쁜 놈’을 향한 법원의 판결이 늘 아쉽다고 생각한 적이 있고, ‘사이다’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잔인한 흉악범에게 법을 넘어선 복수를 가할 수만 있다면. 이 같은 상상에서 출발한 ‘야수의 날’은 그림체는 물론 각 컷의 앵글, 대사, 내용 모두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수의 날’ 이서영(왼쪽)·이승우 작가
공포와 스릴러, 액션을 넘나드는 다소 어두운 작품의 분위기와는 달리 작가진이 끈끈한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야수의 날’은 일요신문 만화공모전과 연이 깊은 이동화 작가가 고등학생 때부터 함께했던 제자들과 만들어낸 작품이다.
스토리를 담당한 이동화 작가는 “3년을 연이어 대상, 가작, 우수상까지 모두 받을 수 있어 더욱 즐겁고 행복했다”며 “다른 공모전보다 사회성 짙은 작품에도 좋은 점수를 주시는 것 같아 그 또한 반갑고 기쁘다. 이번 작품 ‘야수의 날’은 전작보다 더욱 좋은 작품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제자 이서영 작가와 이승우 작가는 각각 그림을 담당했다. 이서영 작가는 “고등학생 때부터 함께 해 온 은사님과 재미있게 작업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기쁘다”며 “다른 작가님들을 믿고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한 것이 이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우 작가 역시 “학원 선생님과 선배님인 두 작가님과 함께 준비해서 출품한 작품이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수상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앞으로 더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보탰다.
#‘드림스 컴 트루’ 유승종 “일요신문 공모전, 긴 터널 속 빛이었다”
한국 최초의 로맨스는 무엇일까. 고조선시대부터 생각해 보자면 역시 단군신화 속 환웅과 웅녀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여기서 이제까지의 고정관념을 뒤집어 “환웅이 여성이고, 웅녀가 남자였다면?”이라는 질문에서부터 이 작품은 시작된다.
‘드림스 컴 트루’ 유승종 작가
심사위원단들의 “로맨스를 풀어나가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작가”라는 평을 받은 유승종 작가는 이번 수상에 대해 “긴 터널 속에서 빛이 돼줬다”고 말했다. 그는 “연재도 여러 번 했지만 이렇다 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었고, 차기작 얘기가 잘 되지 않아 ‘이대로 하는 게 맞는가 생각했다”며 그간 어두웠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부딪쳐 보자는 생각으로 무식하게 작품을 만들어 대고, 여기저기 제안을 해 보았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며 “그런데 일요신문 공모전 수상이 그 긴 터널 속에서 빛이 돼줬다.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어려 보이지만 30살’ Double U·아요 “실화 바탕 로맨스, 대중들에 꼭 공개되길”
20대 여대생과 30대 아저씨의 연애는 너무 많아서 식상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성별 반전은 어떨까. 20대 초반임에도 40대로 오인 받는 노안의 남자 대학생이, 겉보기엔 중학생처럼 보이는 30대 여형사와의 달콤한 로맨스를 펼친다. 흥미를 더욱 돋우는 것은 이 이야기가 작가의 실화를 각색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어려 보이지만 30살!’ Double U(왼쪽)·아요 작가
글을 맡은 Double U 작가는 “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 제게 특별히 각별하다”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쓰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런 만큼 꼭 대중들에게 공개하고픈 마음이 크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림을 담당한 아요 작가는 “요즘 연애 로맨스 작품이 많이 늘어나 독자들의 수준도 그만큼 올라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내가 연애 장르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그럴 때마다 Double U 작가님과 주변 지인들이 저를 이끌어주고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 덕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고, 수상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잡스’ 최재정 “현실을 말하는 만화, 하나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
“위대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최재정 작가가 ‘잡스’를 설명하는 한 문장이다. 다소 독특한 옴니버스 형식의 이른바 ‘다큐 만화’를 표방하고 있는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작가는 각 직업마다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했다. 그의 진지함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잡스’ 최재정 작가
최재정 작가는 “사람들은 판타지를 더 좋아하지만, 저는 현실을 말하고 싶었다. 이런 만화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평범한 직업인들도 각자 극적인 일들이 있다. 남이 볼 땐 별 거 아니어도 본인에게는 가슴에 남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런 이야기를 잘 엮어서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취재를 바탕으로 한 ‘다큐 만화’지만 온전히 논픽션은 아니다. 최재정 작가는 “콘셉트가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 인맥이 닿는 사람들을 인터뷰했지만 진의가 왜곡되지 않는 선에서 과장과 픽션을 추가했다”며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도 많지 않나. 극적인 연출이 필요할 것 같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처럼 양념이 곁들여지면서 자칫 딱딱한 ‘정보 만화’로 치우칠 수 있는 위험을 피했다는 평가다.
정리=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심사총평] ‘로맨스’ 강세 속 굳건한 ‘스릴러’에 눈길 최종심에 오른 열 작품을 심사위원들과 고루 의견을 나눈 결과 수상작으로 네 작품을 선정하게 됐습니다. 먼저 우수상으로 선정한 ‘야수의 날’의 경우 그림체와 앵글, 대사, 내용이 가장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마치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앵글, 색감이 작가의 내공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초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설정과 매끄럽지 않은 신 전개 등은 마이너스 요인이었습니다. 또한 내용에 대한 몰입도가 다소 떨어져 대상을 주기엔 부족함이 있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고른 평가였습니다. 그리고 가작의 경우 원래 계획보다 한 편 더 해서 3편의 작품을 선정했는데 ‘어려 보이지만 30살’, ‘드림스 컴 트루’, ‘잡스’입니다. 먼저 ‘어려 보이지만 30살’은 확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소녀 이미지의 서른 살 강력계 여형사와 나이 들어 보이는 대학생 남자의 로맨스는 로맨틱 장르 드라마의 좋은 소재란 평이었습니다. 만화적인 컷 연출도 좋아서 재밌게 읽히는 작품이었습니다. ‘드림스 컴 트루’도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만화적 설정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입니다.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지나간 연애’도 훌륭한 내용 구성력을 보여주는데, 동일 작가의 작품이기에 좀 더 만화적인 재미를 준 ‘드림스 컴 트루’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로맨스를 풀어나가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작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직업군의 전문가들 인터뷰를 통해 궁금증을 알려주는 형식의 ‘잡스’는 딱딱할 수도 있는 내용을 재치 있게 풀어 설명하는 능력을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잡스’는 정보 제공차원의 만화여서 특별한 독자층을 구성하겠지만 확실한 타깃층이 있다는 것은 마케팅적으로는 강점으로 보입니다. 글=강윤성 감독, 정리=김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