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의회 전경.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데 쓰는 돈을 말한다.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는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의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과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에 쓰인다. 모두 세금으로 마련된다.
시민의 혈세로 마련되는 만큼 쉽게 쓸 수 있는 돈은 아니다. 업무추진비는 ‘지방회계법 시행령’ 제64조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집행된다. 행정안전부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안’을 마련하여 균형 있는 예산 집행을 권고하고 있다. 사용 내역 또한 투명하게 공개된다.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 내역은 의무공개사항이다.
이런 가운데 의정부시의회의 업무추진비가 본래의 목적인 의정활동에서 벗어나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일요신문’이 의정부시의회의 2019년 1, 2분기 업무추진비를 살펴본 결과, 안지찬 의장의 업무추진비 가운데 대부분이 식비와 격려금 등으로 쓰였음이 확인됐다.
2019년 1, 2분기 6개월간 안 의장 1명이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약 1600만 원. 총 지출 건수는 105건이었다. 이 가운데 95건은 수행비서 혹은 직원들의 식사 비용으로 사용됐다. 여기에 사용된 금액은 약 1200만 원이었다. 의장 업무추진비의 74.2%를 직원 식대로 사용한 셈이다. 나머지 9건은 근조화환비, 직원 간식비, 산불피해성금, 소속 의원 입원 위로금, 현장근무자 격려금 등으로 쓰였다. 간담회 명목으로 집행된 내역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서울특별시의회 신원철 의장의 경우 2019년 6월 28건의 업무추진비 내역 가운데 22건을 간담회와 관련해 사용했다.
한 번에 사용되는 식비도 적지 않았다. 식비 지출내역을 살펴본 결과, 1인당 식비는 적게는 8000원부터 많게는 4만 5000원에 달했다. 평균적으로는 1인당 2만~3만 원선이었다. 안 의장의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의회 소속 직원들에게 사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가의 식사를 한 셈이다. 통상적으로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1인당 1식 급식단가는 8000원 이내에서 집행하도록 되어 있다.
의정부시의회는 사무실에 비치할 음료를 매달 100만 원가량 구입하기도 했다. 2019년 9월 기준 의정부시의회 사무국 직원은 25명이다. 2019년 1월 의정운영공통경비로 생수 구입 비용 26만 9000원, 음료수 구입 비용 50만 300원이 사용됐다. 2월에는 29만 4000원과 66만 7000원이 생수와 음료 구입에 지출됐다. 3~5월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6월에는 생수 31만 6000원, 음료 71만 3750원을 구입하면서 6개월 동안 물 값에만 100만 원을 넘게 사용했다. 구입처는 모두 의정부시매점이었다.
의정부시의회의 업무추진비 집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많은 지방 의회에서 업무추진비를 식대로 사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문제는 ‘사용 목적’이다. 업무추진비 집행의 기본 취지가 ‘의정활동’인 까닭이다. 현행법상 지역 간담회나 행사, 상근직원에 대한 격려금 지원 역시 지방의회의 직무활동 범위로 인정된다. 따라서 직원 격려를 위한 식사 제공 역시 업무추진비에 포함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해당 활동의 목적이 의정활동에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경기도 용인시와 고양시 등도 유사한 내용으로 업무추진비 유용 논란을 겪은 바 있다.
한편 의정부 시민들은 안 의장의 과도한 씀씀이를 지적했다. 의정부시민 한정주 씨(54)는 “2010년에 업무추진비 유용 사건이 있었다. 그 뒤로 지역 맘카페에서는 자체적으로 의정부시의회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매우 유심히 보고 있다. 그런데 의장님께서 직원 선물을 목적으로 상품권을 20여 장씩 구입하시더라. 도합 125만 원이었다. 좋은 상사가 되는 것도 좋지만 업무추진비가 시민 세금이라는 점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시의회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사용하고 있다. 의원회관 내부에 정수기가 있긴 하지만 의원실 내부에는 없어서 생수를 사용하고 있다. 음료의 경우 내방객 접대용 티백을 사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