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 수원대 교수
나는 안다. 대통령을 싫어하는 그 친구들의 이유들이 나를 바꾸지 못했듯 좋아하는 나의 이유가 그 친구들을 바꾸지 못하리라는 것을. 내가 그를 좋아할 권리가 있듯이 그들도 그를 싫어할 권리가 있다. 친구는 그런 지향성과 태도를 존중해주는 존재들이다.
서로서로 조심하는 점잖은 친구들까지 이번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입에 거품을 문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고 조국을 좋아한 친구들은 그것이 대한민국의 입시제도의 문제지, 조국 일가만의 문제겠냐고 방어를 한다. 어쨌든 조국 법무부 장관을 강행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로 표를 잃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도 그는 임명할 것이다. 또 그런 뚝심이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뚝심이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파기한 것이다. 일본에 대해서, 미국에 대해서 주권국가로서 자존감을 잃지 않지 않은 그런 결단을 하기까지 그라고 왜 두려움이 없었겠는가.
상대는 세계 최강 미국이고, 미국에 빌붙어 군대를 키우고자 하는 일본인데. 미국은 매일매일 실망과 우려라는 표현으로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내린 한국정부를 압박했다.
그러자 외교부가 주한미국대사를 불러 발언 자제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동안 지지부진 미국 측에 끌려 다녔다는 인상을 준, 미군기지 조기반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 기억엔 지금껏 어떤 정부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게 나라다, 주권을 가진 나라의 당당한 결단이다, 라고 나는 믿는다.
중심은 부동이어야 한다. 그래야 시끄럽고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사에 떠밀려가거나 끌려 다니지 않고 ‘나’의 삶을, 우리의 삶을 살 수 있다. 해야 하는 바 앞에서는 대담하게 결단하는 그런 그이니만큼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할 것이다.
정권 이전부터 사법 개혁이라는 화두를 함께 고민해 왔으니. 더구나 청문회까지 가는 과정 속에서 만신창이가 된 조국을 보면 그저 버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조국을 임명하면서 많은 표를 잃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중심은 부동할 것이다. 어쩌겠나, 나는 그 얄팍하지 않음을 좋아하는데.
법무부 장관 조국의 임무는 사법개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 조국의 문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의 말이 자기 삶을 처절하게 배반하며 그의 언어가 그의 감옥이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개인 조국의 문제이기만 하겠나. 말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 누가 그 감옥에 갇혀본 적 없다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감옥은 ‘나’의 그림자를 돌보게 만드는 어두운 지하세계인지도 모르겠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