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또 하나의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매일경제’는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를 운영 중인 6세 유튜버 보람 양의 가족회사 ‘보람패밀리’가 95억 원 상당의 강남빌딩을 매입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6세 보람 양이 매달 얼마를 버는지가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직업이 현재 최고 선망직업으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만난 유튜버들은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깊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단계별로 나눠봤다.
약 100억 원에 이르는 강남 빌딩을 구입해 화제를 모은 보람튜브. 보람튜브는 433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시작도 못해본 유형
올해 초 A 씨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대박을 꿈꾸며 카메라와 각종 장비를 샀다. 그는 평소 좋아하던 여행 관련 영상으로 많은 구독자를 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국내 여행으로 영상을 올렸다. A 씨는 주변에 “올해 말까지 구독자 1만 명 이상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획은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올해의 3분의 2 가량이 지났지만 A 씨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아직 5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광고를 적용할 수 있는 최저 기준은 구독자 1000명이어서 A 씨는 아직 유튜브에서 받지 못했다. A 씨는 어쩐지 영상 만드는 시간이 아까워지고 있었다. A 씨는 “직장을 때려치고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면 큰일 났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구독자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영상 조회수가 높은 3500명 구독자 ‘아우어케이팝’을 운영하는 김은우 씨도 이 같은 고민을 항상 한다고 한다. 김 씨는 “70만 뷰가 넘는 영상이 나와도 구독자 수가 빠르게 늘지는 않았다. 연예인이나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 채널에 뛰어들어, 자신만의 엣지가 더 중요해진거 같다”며 “항상 이를 고민하면서 기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작은 성공, 하지만 아직 요원한…
구독자 약 1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B 씨는 몇 달 사이 갑작스럽게 구독자가 늘어난 케이스다. B 씨는 “몇몇 영상이 유튜브가 적극적으로 추천했는지 갑자기 조회수가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구독자도 덩달아 증가했다”고 말했다. B 씨는 일상 관련 대화를 나누는 유튜버다.
조회수도 구독자에 비해 굉장히 많았고 선순환으로 구독자도 빠르게 늘면서 매달 올리는 유튜브 수익이 월급의 2배 이상이 됐다고 한다. B 씨는 “구독자가 느는 재미에 거의 매일 올렸고, 올릴 때마다 조회수가 수십만 회를 기록하면서 수익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B 씨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작스럽게 조회수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B 씨는 “한 달 조회수가 10분의 1토막, 5분의 1토막까지 났다. 재미가 없어진 건 아닌 거 같은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민했다. B 씨는 하던 일까지 접고 유튜브에 올인할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수입이 ‘좀 많은 용돈’ 수준으로 줄어들어 회의감이 든다고 한다. 그는 “절대 회사를 그만두지 마라. 갑작스럽게 수익이 엄청나 보일 수 있는데 수익이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라고 조언한다.
#큰 성공,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있다
정말로 큰 성공을 거둬 10만, 100만 유튜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든 탑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70만 유튜버 ‘최고기’는 ‘도라에몽’ 저작권을 어겨 만든 게임을 플레이 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저작권 침해 신고를 당했다. 그는 기존에 저작권 위반 경고가 있었고 이 게임 영상으로 유튜브 채널이 삭제됐다.
70만 구독자 채널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저작권 위반 채널 삭제는 다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0명에서 만들어 갈 수는 있다. 하지만 유튜버들은 ‘0명에서부터 다시 모으는 건 너무 힘들어 두 번은 못할 짓’이라고 입을 모은다.
‘윾튜브’는 자극적인 영상으로 인기를 끌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구독자를 모아 60만 유튜버가 됐다. 하지만 윾튜브는 구글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며 유튜브에서 영구 퇴출됐다. 이 경우 저작권 위반 채널 삭제처럼 0명에서 다시 시작할 수도 없다. 재차 다른 계정으로 복귀를 시도하거나,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인 척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초년 성공이 오히려 독 되기도
유튜브나 아프리카, 트위치 등 인터넷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 BJ로 성공하면 비교적 어린 나이에 큰돈을 만질 수 있다. 이 큰돈이 사람을 망치기도 한다. ‘보람튜브’처럼 알뜰히 모아 건물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흥청망청 돈을 쓰다 나락에 빠지기도 한다.
극단적으로는 수십억 원을 벌었지만 수중에 쥔 돈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BJ로 유명세를 탔고 유튜버로도 꽤 잘나가던 C 씨는 주변에서 ‘최소 30억 원은 벌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그는 카드 값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방송으로 큰돈을 만지지만 번 돈 그대로 빚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온라인 도박에 빠져 번 돈 대부분을 탕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모두 C 씨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C 씨 한 측근은 “말려도 도저히 듣지를 않는다. 생활비를 모으거나 미래를 위한 저축은커녕 당장 내일조차 불투명한데 모은 돈을 온라인 도박에 탕진한다”고 말했다.
C 씨 주변의 젊은 BJ들은 두 부류로 갈린다. 도박은 아니더라도 슈퍼카나 유흥업소 등에 돈을 흥청망청 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들으면 다 아는 정도의 BJ지만 맥줏집 술 한잔도 더치페이하는 경우도 있다. 한 스트리머 BJ는 “너무 어렸을 때 성공하는 스트리머들이 많은데, 경제 관념도 어린 애 수준인 경우가 많다”며 “성공하는 BJ는 극소수인데 그 중에서 돈 모아서 잘 되는 경우는 더 적다”고 설명했다.
유튜버는 아니지만 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는 “달리기 천재를 보고 재능이라고 인정해도, 유튜버나 BJ를 보고는 ‘내가 해도 저거보단 잘하겠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은 애초부터 재능과 운이 큰 영향을 끼치는데 빛만 보고 너무 쉽게 보고 진입해 어두운 면만 보고 나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