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해외사업에서는 성과를 내면서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몰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 2분기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해외사업에서는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6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약 1만 3600㎡(4100평) 규모의 3호점을 오픈했다. 이로써 이마트는 몽골에 3개 지점, 베트남에 1개 지점으로 해외점포 총 4곳을 갖게 됐다. 실적도 좋다. 앞서 몽골에서 2016년과 2017년 개장한 1, 2호점의 매출액은 2017년 530억 원에서 지난해 720억 원으로 늘었다. 2015년 해외사업 첫 삽을 뜬 베트남 점포도 호조세다. 베트남 고밥점 매출액이 2016년 419억 원, 2017년 520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고 이마트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이마트는 올해 1400억 원을 시작으로 2020년 1700억 원, 2021년 1500억 원을 베트남에 투자할 계획을 잡고 있다. 내년엔 미국 LA다운타운에 자사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PK마켓 1호점을 열 예정이다.
이마트보다 먼저 동남아에 진출한 롯데마트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롯데마트는 2008년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현재 각각 14개, 46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올 4분기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점포 1개, 5개씩 늘릴 예정이어서 연말이면 총 66개의 해외점포를 갖는다. 매출도 증가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베트남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0억 원 증가한 70억 원, 인도네시아는 전년 동기보다 20억 원 늘어난 90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동남아시장의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모바일 쇼핑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모바일 실시간 배송 서비스 등을 도입하고 있다”며 “매장도 확대해 2020년까지 베트남 점포를 3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대형마트업계가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황이 악화하는 데다 신규 출점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 등 정부 규제로 국내에서 더는 사업 확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동남아시아 등 해외 유통시장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시장잠재력과 확장성이 크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올해 소매유통시장이 1521억 달러 규모로 아시아지역 1위이며 가계지출이 해마다 7~8% 신장하고 있다. 베트남의 전체 유통시장 규모도 130조 원이다. 경제 성장으로 소비 수준은 높아지는데 유통시장은 대부분 재래시장 위주다보니 현대식 유통시장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서 대형마트가 진출했을 때 통한다는 것. 롯데마트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는 경제성장으로 생활패턴이 바뀌고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현대화된 유통시설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그러나 현대식 유통시장이 정착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대형마트가 진출했을 때 확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류도 성장 요인 중 하나다. 이마트 관계자는 “몽골이든 베트남이든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무척 높고 특히 몽골의 경우 한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했던 유학생, 노동자들이 많아 보따리 수입상들을 통해 구매할 만큼 한국 상품을 선호한다“며 ”몽골 이마트 점포마다 30%가량을 한국 상품으로 채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2008년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현재 각각 14개, 46개 점포로 늘리는 등 해외 사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만큼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에도 해외 점포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지 사회체제나 경제상황 등이 달라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로 토지소유 권한이 국가에 있어 사업 인허가 조건이 까다롭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물류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예컨대 대량 상품들을 공항에서 물류창고나 매장으로 옮길 때 도로 정비가 안 돼 있어 운반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형마트 수요가 있는 지역을 찾기도 쉽지 않다. 베트남의 경우 호찌민과 하노이 같은 일부 지역만 도시화가 진행됐을 뿐 대부분 지역은 개발되지 않은 데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비수준이 낮고 인구가 적으며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구매할 품목이 많지 않다. 다시 말해 심한 도시화로 현대식 유통시설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몇몇 도심에만 몰려 있어 해당 지역에 진출하고 나서는 투자할 만한 곳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 베트남의 현지 유통업체 보호 기조도 신규 출점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대외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앞서 중국시장에서 무분별하게 점포를 늘렸다가 사드 보복 여파로 롯데마트·이마트가 큰 타격을 입은 사례가 있다.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공룡’들이 같은 시장에 진출해 밀릴 위험성도 존재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지만 지리적 환경이 좋지 않아 특히 물류 부문에서 제약이 많다“며 ”또 현대식 유통시장이 대중화되는 데 중장기적인 투자와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현지 시장이 커질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인구 수와 연령대, 경제수준, 베드타운 등 지역 특성은 물론 한국 대형마트에 대한 주민들의 호감도와 대형 유통시장의 발전 가능성까지 시장 전반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하고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리츠에, 자사주매입에…생존 위해 몸부림치는 유통 공룡들 대형마트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해당 그룹 총수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방어에 나서는 등 위기론 해소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츠사업으로 현금을 확보해 이커머스 투자를 늘리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 자체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단기 해결책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마트는 지난 8월 자사주 90만 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8~11월 장내매수를 통해 주식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대주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3~4월 장내매수를 통해 이마트 주식 14만 주를 사들인 바 있다. 롯데그룹도 주가 안정화에 나섰다. 롯데지주는 지난 8월 23~29일 장내매수로 롯데쇼핑 주식 20만 주를 매입했다. 지난 2~6일에도 롯데쇼핑 주식 14만 704주를 장내매수했다. 유통업체들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성장 가능성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유통업이 여전히 그룹 내 주요 사업임을 강조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리츠사업을 통해 현금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점포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의 자산유동화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오는 10월 롯데마트·백화점 10개 점포를 유동화한 롯데리츠를 상장할 예정이다. 이마트도 10여 개 점포를 1조 원 규모로 유동화할 계획을 세웠다. KB증권과 자산 유동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상 점포 선정과 투자자 모집 등을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부실 점포의 부동산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이커머스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유통업체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통업 자체의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등으로 잠깐 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순 있겠지만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구조적인 업황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결국 성장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판단해 발을 뺄 수밖에 없다”며 “침체기에 들어선 오프라인 매장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근본적인 타개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