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보니, 서울중앙지검 내부는 사뭇 더 진지하다. 비장한 분위기다. 당장 추석 연휴도 전혀 쉬지 못하고, 수사를 펼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 등에 대한 ‘지지와 격려’의 목소리가 높다. “(수사팀이나 조국 장관) 둘 중 하나는 다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우려 섞인 전망 속에 “검사는 죄만 보고 간다”는 윤석열 총장의 원칙론에 검사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
# 조국 장관 취임식에 일선 검사장들 ‘불참’
조국 장관은 9월 10일 오전 현충원을 참배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8시쯤 법무부 간부들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조 장관은 방명록에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하여 법무부 혁신과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적었다. 그 뒤 오전 10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국무회의가 끝난 뒤 과천정부청사로 이동해 보고를 받았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월 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하지만 검찰과 법무부, 둘로 나눠져 있다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법무부–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 에이스 검사들이 인사 주요 보직의 한 축인 법무부가 조국 취임과 함께 홀로 동떨어진 조직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 먼저 열린 조국 장관 취임식부터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일선 검사장들의 거의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수사 라인에 있지 않은 김영대 서울고검장만 참석했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도 불참했다. 한 시간 반 먼저 열린 박상기 법무부 장관 이임식에는 김영대 고검장을 포함해 강남일 대검 차장, 배성범 지검장 등이 참석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검찰총장은 통상 법무부 장관 취임식엔 참석하지 않는다. 조국 장관이 간소한 취임식을 당부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지만, 통상 별도의 상견례 자리를 갖는 것이 관례인 점을 감안할 때 윤석열 총장의 ‘검찰’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감정적 거리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졌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윤 총장은 조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취임 인사도 갖지 않을 계획이다.
법무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 파견 자리를 외부직으로 돌리면서 검찰과 법무부 간 소통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수사를 받는 조국 장관이 왔으니, 그런 분위기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조국 인사권 언급에 검찰 내부 ‘신중’ 속 우려
“말이 되냐, 상식이 무너진 것 같다.” (일선 평검사)
일단 대검찰청은 차분히 수사만 하면 된다는 스탠스다. 국회나 청와대의 ‘정치검찰’ 비난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장관 임명 당일, 외부 일정 없이 청사에서 업무를 본 뒤 구내식당에서 대검 간부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사는 부패한 것과 같다. 중립성을 지키면서 본분에 맞는 일을 하면 된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발인 신분으로, 앞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일까. 일선 검사들 반응 역시 신중하다.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대국민 담화 메시지와 유사한 톤이다. “지금은 말을 아껴야 한다. 검찰 조직에 해를 끼칠 수 없다”는 논리다. “검찰은 검찰이 할 일을 하면 되고, 장관은 장관이 할 일을 하면 되지 않겠냐”는 반응을 내놓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석에서 나온 반응들은 사뭇 다르다.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 ‘검찰 조직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윤석열 총장 및 수사팀과 조국 장관) 둘 중 하나는 다칠 수밖에 없는 싸움인데, 공무원의 수장은 대통령 아니냐”며 “대통령이 수사 중인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행해서 더 분열시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검사는 “검찰 조직의 인사, 조직, 예산 결정권을 다 가진 게 장관인데 장관의 처를 수사하는 수사팀을 가만히 내버려두겠냐”며 “검찰이 검찰 일을 한다고 해도 수사팀이 다칠 수밖에 없다. 여론이 검찰을 지켜줘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익명의 한 차장검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임명을 했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수사하는 내용들은 ‘의혹 뿐’이라는 거냐”며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파격’을 서슴지 않는 조국 장관은 여전히 검찰에 부담스러운 존재다. 특히 조국 장관이 취임사에 인사권을 직접 언급하며 ‘위협’으로 느끼기 충분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조 후보자는 9일 취임식에서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며 검찰을 향한 고삐를 더욱 강하게 잡고 갈 것을 시사했다.
조 장관은 “법무·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법무부가 법무부의 일을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법무부는 검찰의 논리와 인적 네트워크로 움직여왔다”며 “검찰 권력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통제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검찰의 기존 시스템을 뜯어고칠 것임을 시사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 권한 분산,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등의 언급에 갑작스런 인사권 발동이나 수사권 개입과 같은 경우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조 장관은 인사권자다. 수사와 연결 선상에 있는 원포인트 인사만 해도 수사팀의 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이동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임기(2년)가 보장된 윤석열 총장의 경우, 인사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일선 검사들의 경우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내년 2월 인사설이 거론되는 등 법무부의 검찰 장악 방안들이 언급되고 있다. 또 청와대와 여당에서 검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점도 불리하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석열 총장의 경우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과거 채동욱 총장 혼외자 사건과 같은 게 터지지 않는 이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그 밑의 수사팀이다. 인사가 전부인 곳이 검찰인데, 수사 중인 상대가 내 인사를 결정하게 된 수사팀은 얼마나 부담이 크겠냐. 수사팀이 정치적인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수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게 전부인 상황”이라고 얘기했다.
고위 검찰 관계자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나 장관의 가족이 검찰의 수사를 받은 경우가 있었냐”며 “정부 수립 이래 최초라는 수식어가 계속되고 있을 정도로 법무부와 검찰이 사상 초유의 관계 설정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사라는 평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역대 어느 정권도 검찰을 인사권을 통해 잡으려고 했고 그래서 검찰은 권력의 개라고 비난받아야 했지 않냐”며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살아있는 권력에 더 엄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윤석열 총장이 조국 장관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진짜 범죄 혐의만 도려내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검찰 개혁은 성공한 것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