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조 후보자는 시종일관 차분하게 답변해 내공이 느껴질 정도였다. 일요신문은 입시비리 혐의를 받는 조 후보의 딸이 학원 강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자신은 ‘멘탈 중무장’상태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쓴 내용을 보도했는데, 아버지의 중무장 상태는 훨씬 완벽해 보였다.
조 후보자는 자신과 가족들이 누려온 특혜를 당연시 했던 잘못과 자신의 언행불일치를 반성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입시 또는 사모펀드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아내가 한 일’, ‘딸이 한 일’이라 ‘자신은 모른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의 ‘모르쇠’ 주장은 얼핏 이해될 만도 했다. 교수로서 사회운동가로서,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권력의 실세로서 바쁘게 살았으므로, 가사에 소홀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재산관리나 자녀의 입시문제는 부인이 주도하는 것이 보편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의 딸의 논문, 인턴, 표창장, 장학금 등의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부인이 교수로 있는 동양대를 비롯 단국대 공주대 KIST KOICA 등에서 벌어진 일들은 물론 자신이 교수로 재직했던 서울대에서의 문제조차 부인이 주도했거나 딸이 자력으로 한 것일 수도 있다. 펀드의 실제 운영자인 5촌 조카를 비롯한 핵심 관련자 3명이 해외로 도피함으로써 범죄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는 사모펀드 문제 또한 몰랐다고 쳐주자.
자신은 모르는 일이고, 혐의 중에서 위법이 명백히 드러난 것도 없으므로 자신은 결백하다는 그의 주장은 정의로운가? 현 정부의 사람들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법을 악용해서 법망을 피해나간 법조출신들을 ‘법꾸라지’라며 조롱했다.
그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책임을 지겠냐는 질문에 “의도적으로 한 거짓말이라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거짓임이 드러나도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고 하면 자기 책임이 아닌 것이다. 법꾸라지식 사고방식의 전형이랄 수 있다.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사법개혁이라는 소명의식에 대해서도 말했다. “가족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데 사법개혁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싶다. 만신창이가 됐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겠다”고 했다.
그것은 자신이 아니면 사법개혁이 안 된다는 아집과 독선일 뿐이다. 개혁의지를 살려 그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청문회까지 오기 전에 자신의 거취를 결정했어야 할 조국 후보였다.
그런 사람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의 거대한 뿌리가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법은 나쁘게 이용되면 정의를 해친다. 법무부의 영어이름은 정의부(Ministry of Justice)이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