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건설 사업과 고속버스 사업 정도만 남게 된다. 금호아시아나 측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들까지 한 번에 매각하는 ‘통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5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괄매각이 원칙이고, 다른 옵션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그것이 매각작업을 순조롭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하는 주체가 채권단이 아닌 자신들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날 박 사장은 “여러 부분에서 우리가 문제가 있었기에 매각이 진행된 건 사실이지만 어찌됐건 사적인 거래”라며 “금호산업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고, 우리는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 쇼트리스트를 선정해 결과를 통보했다. 임준선 기자
앞서 지난 3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경영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가 회계법인 한정의견을 받아 금융시장에 혼란이 불거진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였다. 당시 금호아시아나 측은 “당분간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해 경영 공백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박 전 회장의 뒤를 이을 후임 회장과 관련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이 나온 건 없다”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서 회사 규모가 줄어 그때와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회장 자리는 공석이지만 앞서 보았듯 박 전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사장이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직접 진행하는 등 적지 않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면 박 사장은 자리를 옮겨야만 한다. 박 사장이 적을 두고 있는 아시아나IDT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계열사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정도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박 사장의 거취는 두 회사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회장의 장녀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의 거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리조트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들이 지분을 100% 갖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때 같이 매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세창 사장과 박세진 상무 일가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최대주주이고 이미 계열사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남은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를 이 두 사람이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산 5조 원 미만의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준선 기자
그간 금호산업은 자회사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적지 않은 손해를 입었지만 회사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 기준 금호산업의 매출은 1조 3762억 원, 영업이익은 420억 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7621억 원, 영업이익 213억 원을 거뒀다. 금호고속도 지난해 매출 4233억 원, 영업이익 309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금호산업의 건설시장 규모 대비 수주액 점유율이 매년 1%대로 유지됐지만 올해 6월 말에는 0.58%까지 하락했다. 금호산업 스스로도 반기보고서에서 “국내 건설시장은 2016년 역대치를 경신한 건설수주 이래 하락세로 전환했다”며 “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과 금리 인상의 여파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금호산업에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여부와는 별개로 금호산업의 실적은 뚜렷이 개선되고 있고, 풍부한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최소 3년 이상의 영업이익 고속 성장이 보장된다”며 “실적 개선과 더불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가 완료되면 계열사 지원 이슈 등 불필요한 논란 해소, 차입금 감소, 자체사업 시행, 배당 여력 확대 등에 힘입어 투자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산 5조 원 미만의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그룹의 전체 자산이 4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남은 계열사를 갖고 한때 재계서열 7위까지 올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재계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그 앞날이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뛰어든 까닭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고,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인수·합병(M&A) 참여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시너지 효과를 노릴 만한 계열사가 보이지 않는다. 미래에셋대우는 재무적투자자(FI)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다. 미래에셋대우가 FI로 참여한 이유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을 직접 인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원칙이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 및 지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며 금융사인 미래에셋대우는 금융자본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하면 직접적인 경영 참여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M&A 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금융투자회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M&A와 관련해서는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