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가능성은 있다. 마블을 인수·합병한 디즈니가 DC까지 인수한다면 모두 한 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가능성은 적다. DC코믹스를 총괄하는 DC엔터테인먼트는 워너브라더스의 자회사다.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디즈니라지만 워너브라더스는 덩치가 너무 크다. 게다가 워너브라더스의 뒤에는 거대 통신사 AT&T가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공공의 적이 생겼다는 점이다. 블랙 위도우와 토르 등 마블 히어로들과 배트맨과 원더우먼 등 DC 히어로들의 현실 속 공공의 적은 바로 넷플릭스다.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와 ‘저스티스리그’ 홍보 스틸 컷. 넷플릭스 공식 페이스북
워너브라더스를 운영하는 통신사 AT&T 역시 내년 초부터 OTT 서비스 ‘HBO맥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왕좌의 게임’ ‘섹스 앤드 더 시티’ 등 HBO 인기 드라마와 슈퍼맨, 배트맨 등 DC 히어로, 그리고 ‘매트릭스’를 비롯한 워너브라더스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된다.
또한 NBC유니버셜 역시 내년 4월 OTT 서비스 ‘피코크(Peacock)’를 론칭할 예정이다. 유니버셜스튜디오에 포커스, 드림웍스, 일루미네이션 등의 작품이 콘텐츠로 제공된다.
물론 아직까지 넷플릭스의 아성은 난공불낙으로 보인다. 무려 1억 6000만이나 되는 가입자 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해주고 있던 할리우드의 대형 회사들이 각자의 OTT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서 넷플릭스는 콘텐츠 확보가 비상이 걸리게 됐다. 이미 디즈니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더 이상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디즈니와 마블, 픽사, 폭스 등의 콘텐츠가 1~2년 이내에 모두 넷플릭스에서 사라지는 것. 게다가 ‘데어데블’ ‘제시카존스’ 등 마블 판권으로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들의 추가시즌 제작이 중단된다. OTT 서비스를 준비 중인 워너브라더스와 NBC유니버셜 역시 넷플릭스에 더 이상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을 계획이다.
가장 단기간에 넷플릭스 가입자 수를 따라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애플TV+’다. 워낙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운 데다 올해 애플 기기를 새로 구매한 이들에게 1년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콘텐츠다.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제작에 거금을 투자하며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애플TV+가 그만한 투자를 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