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페에 올라 온 르노자동차 네비 안내 지도 이미지.
출장차 거가대교를 지나 부산시내로 접어들자 터널이 아닌 산 쪽으로 안내하고, 고속도로로 가면 가장 빠른 길을 엉뚱한 이면도로로 안내하기가 다반사인 까닭에서다. 초성단어로 내비에서 검색할 경우 한 단어만 입력하도록 되어 있어 목적지를 검색하는데도 불편이 많았다.
A 씨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르노자동차 측의 태도다. 르노자동차 측에 이 문제를 항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티맵으로 문의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르노자동차의 내비가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처럼 르노자동차가 출시한 차량에 옵션으로 장착된 지능형 내비가 제값을 못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르노자동차 QM6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은 타사 제품과는 달리 가로형 화면이 아닌 세로형 화면을 채택하고 있다.
르노자동차 측은 소비자의 구매력을 자극하기 위한 차별화된 판매 전략으로 이를 홍보하고 있다. 티맵 데이터를 사용해 교통 여건에 따라 운전자를 안전하게 목적지에 안내하는 시스템을 갖춘 지능형 내비라는 게 르노자동차 측의 설명이다.
르노자동차는 이처럼 내비가 자사 제품의 장점처럼 홍보를 펼쳤지만 정작 문제가 발생하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르노자동차가 판매한 내비는 별도옵션으로 가격이 100여만 원에 이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구매한 것이므로 소비자 불만은 당연히 제조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르노자동차는 기계적인 결함이 아닌 프로그램 상의 문제라는 이유를 들어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티맵에 서비스를 받으라고 하고 있다. 이 같은 제조회사의 답변은 소비자를 기망하는 행위로 비치고 있다. 소비자는 르노자동차에서 차량을 구입하며 내비까지 구매한 것이지 티맵에서 산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불만이 하루아침에 발생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 내비에 대한 불만을 해소시키려는 의지를 상실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르노자동차의 안이한 고객만족 서비스가 소비자로 하여금 구매를 후회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QM6매니아 카페에는 ‘QM6 내비는 정말 최악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글쓴이는 “길을 엄청 돌아갑니다. 폰과 연동하면 그나마 괜찮은데 연동하지 않을 시 길을 너무 심하게 돌아갑니다. 고속도로 우선 설정도 불가하고, 내비는 최악 중의 최악인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르노자동차 내비에 대한 불만은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카페 회원 B 씨는 “5분 거리 15분 돌아가는 거 경험한 뒤 진짜 쓰레기라고 생각했다”라고 의견을 적었다. C 씨는 “한 시간 반 거리를 두 시간 반 거리로 표시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르노자동차 서비스센터는 소비자들의 이 같은 불만을 ‘핫스팟을 연결하면 해소된다’는 말로 덮으려 한다. 핫스팟은 데이터 비용이 들고 배터리가 급격히 소진되므로 이에 따르는 손실이 발생한다.
르노자동차 QM6구매자 김 아무개 씨는 “QM6를 구매한 것을 후회한다. 주위에 르노자동차를 산다면 도시락 싸 들고 말리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휴대폰 티맵을 켜놓고 목적지를 찾아가야만 안심이 된다. 100만 원이나 하는 내비를 달아놓고 쓰지도 못하니 탄식이 절로 나온다”라고 말했다.
르노자동차 관계자는 “휴대폰 핫스팟와 연동해 사용하면 그러한 현상을 줄일 수 있다. 내비는 전적으로 티맵에서 서비스한다. 르노자동차와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을 전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