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예방해 대화하던 도중 나란히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정의당은 9월 18일 그린뉴딜경제위원회를 띄우며 국면 전환에 나섰지만, 조국 대전의 내상이 ‘내부 분열→패스트트랙 동력 약화→총선 주도권 실기’ 등의 연쇄 작용을 일으키면서 갈 길 바쁜 심상정호를 짓누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중 최대 화약고는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편안은 8월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통과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선거제 개편안은 최대 90일간 체계·자구 심사 후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산술적으로 오는 11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두 달간이 심상정호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간인 셈이다.
문제는 선거제 개편의 동력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청와대와 힘겨루기를 하는 검찰이 국회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과정에서 발생한 고소·고발 사건 전체를 송치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당이 협상 여지를 둘 가능성은 없다. 야권 관계자는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해 “야권 궤멸론이 나오는 상황이 아니냐”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더구나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연대를 막지 못한다면, 반문(반문재인) 연대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 의결 정족수인 149명(현재 국회 재적 의원 297명의 과반)을 둘러싸고 원천 봉쇄하려는 한국당과 밀어붙이려는 정의당의 대결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상정호의 고민은 깊다.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 비판을 들으면서 조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은 것은 패스트트랙 공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심 대표가 주도하는 선거제 법안에 부정적이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물론,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도 선거제 개편에 반대한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그간 선거제 개편을 놓고 갈지자 행보를 보였던 이해찬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팽 당하는 경우가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대놓고 차별화를 할 수도, 공조할 수도 없는 게 정의당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