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폭우다.” 여름의 끝자락인 지난 8월 말. 일본 규슈 지방에 5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사가현에서는 시간당 110~120mm의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나가사키현과 후쿠오카현에서도 시간당 70~90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그야말로 하늘이 뻥 뚫린 것 같았다. 자동차가 물에 둥둥 떠다녔으며, 저지대 주택들은 온통 진흙탕으로 변했다.
지난 8월 말 일본 규슈 지역에 5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fnn뉴스
9월 초에는 도쿄 인근의 요코하마시가 아수라장이 됐다.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도시 기능이 마비되고 말았다. 일본 기상청에 의하면 “시간당 80mm가 넘는 물폭탄이었다”고 한다. 재해위기관리 전문가인, 와다 다카마사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유례없는 기상이변을 ‘시비어웨더(severe weather·악기상)’라고 부른다. 세계 곳곳에서 시비어웨더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일본도 그 위협에 직면한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일본은 시간당 80mm 이상의 폭우 발생 횟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올여름은 기상이변이 잦았다. 특히 프랑스는 최고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울 정도로 폭염에 시달렸다. 6월 28일 프랑스 기온은 무려 45.9℃까지 치솟았다. 비슷한 시기, 미국 서부 지역도 폭염이 덮쳤다. 수온이 급상승함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의 한 해변마을에서는 자연적으로 삶아진 홍합이 발견되기도 했다.
난데없이 대규모 우박이 쏟아진 곳도 있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 도심에는 우박을 동반한 폭우가 몰아쳐 한여름인데도 도시가 얼음에 묻히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리고 9월 초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는 초대형 허리케인 ‘도리안’이 강타해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었다. 전 국토 70%가 침수됐으며 사망자만 50명,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도 2500명에 달한다. 가히 ‘지구 기후가 망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상이변은 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 지구물리학자 시마무라 히데키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이상기후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게 과학계의 정설”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수온도의 상승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시마무라 교수는 “계절풍과 대륙풍의 영향을 받는데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 일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면서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극단적 이상기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요컨대 “상상을 초월하는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여름 프랑스는 40℃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다. 에펠탑 분수대에서 더위를 식히는 파리 시민들. AP/연합뉴스
비단 호우만이 아니다. 날씨의 모든 면이 극단적으로 치닫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천둥’이다. 기상예보사 이마무라 마스코 씨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들어 천둥의 발달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이는 예측을 넘는 속도로, 돌연 천둥에 습격당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번개에 맞은 경우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90%를 넘긴다. 또 벌판이나 골프장처럼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면 표적이 되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큰 나무 옆도 ‘측격전류’라 하여 나무에 떨어진 벼락이 인체로 옮겨 흐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되도록 나무 주변은 피하는 것이 낙뢰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자동차에 타고 있을 때는 차안에 그대로 있는 것이 안전하다. 차 표면의 금속성도체가 외부의 정전기장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붕이 열린 자동차나 골프카트 등은 위험하니 내리는 게 좋다.
한편, 시마무라 교수는 “또 다른 기상재해로 토네이도 역시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사계절이 점차 사라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대신 가을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즉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된 것이다. 동시에 회오리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됐다. 시마무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일본에서도 미국의 토네이도와 같은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9월부터 11월까지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네이도 원인은 기온의 급상승으로, 도시보다는 평야지역과 바다에서 주로 발생한다.
시마무라 교수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하라 사막처럼 원래 비가 잘 오지 않았던 곳은 더욱 비가 내리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반대로 일본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은 한층 더 강우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양극단으로 치닫는 것이 현재 이상기후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기상이변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재해위기관리 전문가 와다 씨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TV나 인터넷을 통해 날씨정보를 얻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상정보는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자신이 머무는 지역에 어떤 위험이 닥칠지 미리 살피는 노력이 중요하다.
아울러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은 금물. 시비어웨더는 과거와 확실히 다른, 이례적인 현상이다. 규슈 폭우 이재민들 사이에서도 “여태껏 경험한 적 없는 폭우였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예상치 못한 재해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이상기후 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숫자로 보는 미국의 기상이변, ‘500’은 뭘까 ‘뉴스위크’ 일본판은 최근 미국의 이상기후를 숫자로 알기 쉽게 소개했다. 23cm : 지난겨울 미국의 평균 강우량. 과거 최고 강우량보다 5.6cm나 높은 수치다. 1만 5300분의 1 : 일생동안 벼락에 맞을 확률. 참고로 메가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330만분의 1이다. 91cm : 지난겨울 1일 최대 강설량은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내린 91cm였다. 1921년 콜로라도주 실버레이크 1일 강설량 193cm(미국 역사상 최고 기록)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519억 달러 :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보험금액(2018년 추정). 미국 역사상 가장 피해액이 큰 허리케인이었다. 500 : 올해 5월 미국에서 기록된 토네이도 목격 수다. 일반적으로 한 달에 100정도였으니, 이례적인 숫자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