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소신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내년 제21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조국 장관을 향해 비판했던 의원들이 항의를 많이 받은 건 사실”이라면서 “‘조 장관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어도 말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래도 공천이나 경선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드러나게 되면 그땐 의원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터져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점쳤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 역시 “눈치가 보인다. 총선 경선에서 권리당원들 투표가 크게 반영되는데, 문재인 지지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소신발언을 해선) 안 된다”며 “사실 지도부가 직접적으로 눈치를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의원들 개개인이 자기검열에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조국 정국에서 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던 일부 의원들은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친문 의원은 “물론 조국 임명을 반대하는 지역구민들로부터도 전화를 많이 받긴 했다. 하지만 열성적인 친문 지지자들에 비할 게 못 된다. 나와 관련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나를 지지했던 층이 한순간에 돌아섰다”고 털어놨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6일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딸이 서울대에서 장학금을 받았으며, 그 당시 조 장관이 서울대 교수였던 점 등을 거론하며 “부모는 딸이 원했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재직한 곳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했어야 한다. 언론 보도에 문제가 많았고, 개인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하지만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질타했다가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박용진 의원도 8월 21일 “여론이 심각하다. 조 후보자의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딸에 대한 논문, 입학 관련 의혹에 후보자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금도 못 본 문자가 2600개다. ‘유치원3법’ 국면에는 ‘민주당의 보석 같은 분’이라고 오던 문자가 이번에는 ‘당을 나가라’ ‘왜 내부총질이냐’부터 격려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내년 제21대 총선 후보는 국민참여경선으로 결정되며 ‘권리당원선거인단 50%와 안심번호선거인단 50%’로 구성된다. ‘안심번호선거인단 100%’였던 20대 총선에 비해 권리당원 영향력이 커진 셈이다. 거센 물갈이론에 휩싸인 민주당 현역 의원들로선 권리당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조 후보자 인사 검증 시점을 시작으로 친문 지지자들 결집력은 더 강해지는 모습이다.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운동’이 대표적 사례다. 다른 친문 의원은 “지금은 일단 입을 닫고 있는 게 최선이다. 지지자들은 물론 동료 의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국 장관에 대해 쓴소리를 했던 몇몇 의원들의 경우 공천은 물 건너 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고 전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금태섭 의원은 지난 19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제가 의원으로서 일을 하는데 누가 눈치를 주며 왜 눈치를 주겠나. 검찰 수사가 어떻게 나올지라도 저는 계속 소신발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중진 의원도 “의원이 개인 의사를 표하는데 당이 뭐라고 어떻게 하며 어떻게 눈치를 주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결국 검찰 수사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조 장관 혐의 입증에 실패하면 친문계 입지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검찰 개혁 역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친문계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