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 아무개 웰스씨앤티 대표 측이 공개한 조범동 씨와의 통화 녹취록에는 조 씨가 “익성이 거론되면 검찰수사 제발 해달라고 얘기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언급한 내용이 있다. 이에 검찰에서도 익성을 주목하면서 익성 관계자들을 소환하는 등 관련 수사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이 아무개 익성 부사장, 김 아무개 IFM(익성의 자회사) 전 대표 등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여기서 김 전 대표는 코링크PE와도 연관이 깊은 인물로 보인다. 그는 김 박사라고 불리며 펀드보다는 과학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시간을 돌려 2017년, 코링크PE 측은 익성 주식을 매각하기 위해 증권업계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당시 주식 거래를 위해 코링크PE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주장하는 한 인사는 미팅 자리에 조 씨와 이 부사장, 김 박사라는 사람이 참석했다고 증언했다.
여기서 김 박사는 IFM 전 대표와 동일 인물이지만 당시에는 IFM의 대표가 아니었다. 그는 “대부분 설명은 조 씨가 진행했고 2차전지 음극재 관련 설명은 김 박사가 설명했다”며 “김 박사의 명함에는 익성 기술소장으로 돼있었고, 음극재 기술의 발명자라고 본인을 소개했다”고 전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김 박사라는 사람은 2017년 6월~2019년 2월 IFM의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17년 11월~2019년 3월에는 WFM의 사외이사도 맡았다. WFM은 코링크PE가 최대주주인 회사로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간 WFM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1400만 원을 받았다. 이 밖에 김 박사는 코링크PE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김 박사는 포스코 기술연구원 출신으로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영국 케임브리지 IBC(국제인명센터)에 등재됐다. IBC는 ABI(미국인명정보기관), 마르퀴스 후즈후(Marquis Who‘s Who)와 더불어 3대 인명사전으로 꼽힌다. 다만 그가 어떤 경로로 코링크PE와 인연을 맺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WFM 사외이사를 중도 퇴임한 이유도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나온다.
2017년 국내 경제계는 2차전지 산업에 큰 관심을 가졌다. 익성은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 개발 회사였으며 김 박사 역시 관련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익성은 김 박사를 활용해 회사 홍보에 나섰고, 실제 익성이 김 박사를 영입했다는 과거 언론보도도 찾아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익성의 기업 가치도 높아질 수 있었고, 레드코어가 보유한 익성의 주식 가치 상승도 가능했다.
더 큰 의혹은 익성이 직접 레드코어에 투자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거액을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업계에서 입소문을 타는 건 어렵지 않다. 이미 검찰은 익성 관계자가 코링크PE 설립 자금을 댄 것으로 보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레드코어가 익성의 주식을 정확히 얼마에 매수해서 얼마에 매각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차액을 거뒀을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가 굳이 비싼 가격에 매입해서 싼값에 매각하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후 코링크PE는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의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웰스씨앤티는 IFM에 13억 원을 투자했다. 코링크PE가 익성의 주식을 매각한 후에도 여전히 익성에 각종 지원을 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WFM도 IFM와 구매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조 씨가 10억 원가량을 익성에 전달한 것까지 사실이라면 코링크PE는 익성에 전방위 지원을 한 게 된다.
익성은 과거부터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IPO는 이뤄지지 않았다. 코링크PE의 지원은 익성의 지상 과제였던 IPO를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업들이다. 또 익성의 IPO가 성공하면 코링크PE 수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박사는 코링크PE, 익성, IFM, WFM, 네 곳에 모두 적을 두면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했다. 따라서 코링크PE와 관련한 의혹의 또 다른 ‘키맨’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검찰 조사를 한 차례 받았다는 이야기만 들릴 뿐, 구체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김 박사는 지난 19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답변할 것이 없다. 죄송하다”고만 했다. 같은 날 익성 관계자 역시 “담당자 확인 후 연락주겠다”고 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