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전 대표는 현재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동시에 소속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김한빈)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인 상태다. 경찰이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다지는 가운데 투자금 상환 기일까지 임박하면서 업계에서는 ‘YG의 재정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최악의 위기 YG…회생할 수 있을까
양현석 전 대표는 8월 7일 가수 승리(이승현)와 함께 상습도박 혐의로 입건됐다. 현재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2차 경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9월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상습도박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대표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히면서 “회계자료와 환전내역, 금융내역 등에 대한 자료 분석이 끝나는 대로 양현석 전 대표와 가수 승리를 추가 소환해서 조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입건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피의자 신분으로 8월 29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나마 성매매 또는 성매매 알선 혐의는 벗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월 20일 “양현석 전 대표의 성매매 또는 성매매 알선으로 인정할 수 있는 어떤 진술이나 객관적인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양 전 대표 등 4명을 오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현석 전 대표는 YG의 컨트롤타워로 통했다. 엔터테인먼트 상장사 가운데 힘이 집중된 막강한 1인 체제를 유지해왔고, 그만큼 YG의 전략 수립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YG 초반 성장에 결정적인 뒷받침이 됐던 1인 중심 체제가 현재 위기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YG의 주가는 ‘반토막’ 난 상태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7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억 원으로 84%나 급감했다. 당초 영업이익이 40억 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본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그룹 블랙핑크가 미국 투어를 진행하는 등 활동을 잇고 있지만 YG를 대표하는 그룹 빅뱅의 부재, 비아이의 마약 혐의 등 직격탄을 연이어 맞은 탓이다.
악재에 또 악재를 맞은 YG는 10월 16일 결전의 날을 앞두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VMH그룹으로부터 받은 투자금 670억 원을 되돌려줘야 한다. YG는 지난 6월 말 현재 현금·현금성 자산 466억 원과 단기금융자산 106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LVMH는 그룹 산하 투자회사인 ‘그레이트월드뮤직인베스트먼트’를 통해 2014년 10월 상환전환우선주 방식으로 YG에 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LVMH는 5년 뒤 같은 시점에 주가가 4만 3574원을 넘지 못하면 투자 원금에 연 2% 이자를 더한 금액을 상환하는 방식의 옵션을 걸었다. 즉, 상환일인 10월 16일 기준 YG 주가가 4만 3574원을 넘어야 투자금이 유지된다는 의미. 하지만 YG는 올해 초 버닝썬 사태의 이후 주가 급락을 거듭해 18일 2만 27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변이 없는 한 10월 16일 670억 원을 토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사진=이종현 기자
#위기 탈출 ‘모멘텀’ 찾지 못해…빅뱅 부재 ‘최악 위기’
YG는 다수의 아이돌 그룹을 소속에 둔 기획사이고, 배우 매니지먼트를 넘어 예능 등 프로그램 제작에까지 손을 뻗은 종합 엔터테인먼트사이지만 현재 위기를 극복할 만한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YG가 그만큼 양현석 전 대표와 빅뱅에 의존한 게 컸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더 큰 문제는 ‘부정적 여론’이다. 버닝썬 사태 여파로 YG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논란의 핵심 인물인 승리가 속한 그룹 빅뱅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확산됐다. 이에 더해 빅뱅의 멤버 탑은 군 복무 도중 대마초 흡연 혐의로 적발됐고, 복무 중인 지드래곤 역시 부실 근무 논란에 휘말린 상태에서 또 다른 멤버 대성이 서울 강남에 소유한 빌딩에 불법 유흥업소가 운영 중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나 빅뱅은 이미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에선 YG 소속 가수들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시작했고, 한편에선 ‘팬덤이 이탈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따른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YG가 맞을 ‘최악의 상황’에 대해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놓고 있다. 가요 음반 중심의 기획사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하는 데 뒷받침이 된 차승원 강동원 김희애 등 유명 배우들의 거취 문제다.
버닝썬 사태 이후부터 YG 소속 배우들의 이탈 가능성은 이미 제기된 상태에서 최근 양현석 전 대표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에 대한 관심은 더욱 집중되고 있다. 당장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는 배우들은 없지만, 처음 ‘승리 개인의 문제’로 분류한 버닝썬을 넘어 회사 대표가 연루된 의혹의 확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이 불거진 그룹 빅뱅의 전 멤버인 승리(본명 이승현)가 8월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한 엔터테인먼트 상장사 관계자는 “버닝썬 사태를 넘어 YG의 각종 위기와 악재가 수면 위로 드러난 5월 이후 은지원이나 위너의 김진우, 이하이 등 소속 가수들이 음반을 발표했지만 분위기를 전환할 만한 모멘텀은 찾지 못했다”며 “빅뱅의 공백을 메워온 아이콘과 위너, 블랙핑크의 향후 활동 계획도 현재로서는 미정인 상태라 당분간 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YG의 위기 극복 카드는 양현석 전 대표가 아닌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드래곤은 빅뱅과 YG를 넘어 K팝을 상징하는 톱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YG가 해외 거대 자본으로부터 투자 유지를 이루거나, 다양한 사업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할 수 있던 결정적인 배경도 사실상 지드래곤으로부터 나오는 만큼 그의 복귀가 YG에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