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기대어 있는 나무: 116.8x90.9cm 마대천에 한지콜라주와 혼합매체 2017
밝은 원색이 빚어내는 싱싱함, 유려한 선의 리듬, 다양한 문양이 연출하는 장식미와 친숙한 현대 감각, 디자인적 구성의 아름다움. 이런 것들이 앙리 마티스(1869-1954) 회화가 선물하는 시각적 사치다.
우리에게 야수파의 대표작가로 알려진 마티스는 입체파의 대가 피카소와 더불어 20세기 초 현대미술로 나아가는 문에서 만나는 화가다. 이렇듯 거창한 평가와 달리 마티스의 그림은 편안하다. 그래서 미술에 문외한이라도 마티스 회화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마티스 회화는 긍정적 사고를 심어주는 힘도 가지고 있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우울함을 느끼거나 심각한 생각에 빠지는 경우는 없다. 많은 이들은 마티스 그림에서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게 색채의 힘과 거부감 없는 형태가 어울려 연출하는 힐링 효과다. 회화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다.
영화를 보는 나무: 53x46.5cm 마대천에 한지콜라주와 혼합매체 2018
마티스의 색채와 형태는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순수한 색채와 형태는 그 자체로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자신의 예술적 화두로 삼아 입증해 보여주었다. 논리의 홍수 속에 빠졌던 20세기 미술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는데도 특별한 설명 없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색채와 형태를 통해 감성에 호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티스는 매우 진지하고 성실한 화가였다. 겸손한 성품과 순수성을 잃지 않았던 그는 일생 수도승 같은 구도의 자세로 예술을 탐구했다. 그런 고독과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보편성을 가진 행복한 예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예술가의 성실한 희생은 이런 것이다.
마티스의 이런 생각을 담은 회화는 금세기에도 힘을 발휘하며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생활 속에서 번성하는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과 회화에서 휴식 같은 위안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에게.
전기포트와 사과 그리고 화병: 75x75cm 마대천에 한지콜라주와 혼합매체 2019
젊은 작가 김이린 회화에서도 마티스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장식미의 추구와 이를 통한 위안을 주는 시각적 효과를 회화의 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의 그림을 보면 특별한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 같은 또래의 이념적 허세가 없기에 담백하게 다가온다. 이 점이 장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에서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찾으려는 요즘 우리 미술계의 흐름과는 달라 보인다.
그는 다양한 재료와 많은 실험으로 자신만의 회화 언어를 찾아가는 중이다. 이것으로 자연에서 얻는 휴식 같은 느낌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자연에서 추출한 이미지를 다듬고 변형해 정물화적 구성으로 표현한다.
회화 본연의 힘을 찾아가는 방법은 그만큼 힘든 길이다. 그 길에 서 있는 김이린 작가의 모습이 대견하다.
전준엽 화가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