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롯데 자이언츠의 차기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 되는 걸까. 지난 19일 롯데 구단은 차기 감독 선임 관련해서 프로세스를 공개했다. 현재 미국 출장 중인 성민규 신임 단장이 미국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할 외국인 감독 후보 3명의 명단을 미리 밝힌 것이다. 그 명단을 보면 KBO리그 팬들에게 익숙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2008년에서 2010년까지 3년간 롯데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현대 유니콘스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일본 한신 타이거즈로 건너갔던 스콧 쿨바(현재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타격코치), 그리고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홈런왕을 차지했던 래리 서튼(현재 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 싱글A 월밍턴 블루락스 타격코치) 등이다. 롯데는 외국인 감독 후보 3명 외에도 공필성 감독대행을 포함한 KBO리그 내의 감독 후보 4~5명도 심층 면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로야구단이 신임 감독 선임을 앞두고 후보들을 공개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롯데는 협상 과정의 투명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앞으로 성민규 단장은 후보 선정 과정, 협상 과정 등을 직접 설명하며 그가 만들고 싶어했던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3명의 외국인 후보 면면 살펴보니
현대 유니콘스 외국인 타자로 활약했던 래리 서튼. 사진=연합뉴스
성민규 단장이 롯데의 신임 단장으로 선임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대부분의 야구인은 성 단장이 외국인 감독 영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성 단장은 출국 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감독 후보군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외국인 감독이라고 해서 더 훌륭한 지도자도 아니고, 한국인 감독이라고 해서 훌륭하지 못한 지도자도 아니다. 새로운 감독은 25명의 선수를 모두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지도자였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전했다.
롯데 구단은 감독 후보군으로 거론된 3명의 이름은 공개했지만 KBO리그 내 감독 후보군은 공개하지 않았다.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는 홍성흔과 두산 코치로 활약 중인 조성환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롯데 팬들로서는 후보군에 오른 외국인 지도자 중 가장 먼저 제리 로이스터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롯데 감독을 맡던 시절 롯데가 3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추억이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단 내부에서는 로이스터 전 감독의 복귀에 일부 관계자들이 회의를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2015년 멕시칸리그에서의 감독 생활을 마지막으로 5년 가까이 현장을 떠나 있었고, 70세를 바라보는 나이 등을 감안했을 때 현장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스콧 쿨바는 SK가 트레이 힐만 감독을 영입했을 때 감독 후보군에 올랐던 인물이다. 선수 생활에서 은퇴 후 마이너리그의 단계별 코치를 역임했고 2015~2018년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타격코치로도 활약했다. 김현수가 볼티모어에 있을 때 김현수의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시 쿨바 코치와 함께 피칭 머신 훈련을 진행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래리 서튼 또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타격 코디네이터, 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 마이너리그팀 코치 등을 경험했다.
#김인식 전 감독 “미래 보고 선수단 만들어 갈 줄 알아야”
현대 유니콘스에서 외국인 타자로 활약했던 스콧 쿨바. 사진=이영미 기자
그렇다면 KBO리그의 야구 전문가들은 롯데의 차기 감독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먼저 김인식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롯데 팬들은 로이스터 전 감독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겠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로이스터 전 감독이 이룬 성적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가 롯데를 이끌 때 선수단 전력이 가장 좋았다. 그 멤버로 최소한 한국시리즈에 진출은 했어야 한다. 하지만 로이스터 전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뛰어넘지 못했다. 롯데 팬들의 가을야구 진출 염원은 이뤄졌지만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3년 연속 놓친 이유에 대해서는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는 로이스터 전 감독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김 전 감독은 롯데의 차기 감독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프런트 야구인지, 감독 야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장도 단장도 지속성이 있어야 하고, 감독 또한 당장의 성적이 아닌 미래를 보고 선수단을 만들어 갈 줄 알아야 한다. 선수단을 장악하느니, 이대호를 잡을 줄 알아야 한다느니 등의 말들은 필요 없는 이야기다. 가장 중요한 건 롯데 팬들의 마음을 끌어낼 줄 아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이왕이면 재야의 무명 지도자보다 선수들을 비롯해 팬들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아는 지도자가 오는 게 좋을 것이다. 롯데는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는 팀이다. 마운드를 탄탄히 만들고, 좋은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전력 강화에 앞장설 수 있는 지도자가 적임자일 것이다.”
#장성호 해설위원 “마운드와 수비 강화에 앞장설 수 있는 감독”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 사진=연합뉴스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자신의 개인 생각만이 아닌 해설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롯데의 문제점을 먼저 거론했다.
“올 시즌 무너지는 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방망이보다 마운드와 수비가 붕괴되면서 성적도 추락했는데 롯데를 비롯해 한화, KIA가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방망이는 연습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마운드와 수비는 연습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마운드와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수들도 의욕이 저하된다. 수비와 마운드가 단단하면 방망이는 덩달아 움직인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외국인 지도자가 롯데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증된 국내 감독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연륜이 있다. 반면에 젊은 코치 중 박지만, 김민재 코치 등은 디테일이 강한 수비 코치라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염경엽 감독처럼 공격보다 수비를 중요시하는 젊은 감독이 롯데의 차기 감독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장성호 위원은 성민규 단장이 3명의 외국인 후보와의 면접을 공개했지만 제리 로이스터는 성사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예상했다.
“성 단장으로서는 외국인 감독 영입이 가장 좋은 카드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로이스터 전 감독을 언급했던 건 롯데 팬들의 팬심을 달래주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롯데 감독이 바뀔 때마다 거론되었던 인물이라 성 단장으로선 로이스터 전 감독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차기 감독 후보군 3명 중 로이스터 전 감독은 가장 성사 가능성이 낮은 지도자가 아닐까 싶다. 오랫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고, 70세에 이른 고령의 나이와 로이스터 전 감독이 롯데 감독을 맡았던 10년여 전 상황과 지금의 KBO리그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로이스터 카드는 다분히 보여주기식이 아닐까 싶다.”
#이종열 SBS 해설위원 “선수들과 신뢰를 형성할 줄 아는 감독이 와야”
롯데 자이언츠 더그아웃. 사진=연합뉴스
이종열 SBS 해설위원은 국내든 외국인이든 상관없이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감독이 롯데 차기 감독으로 오길 바랐다. 그는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을 계획하고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줄 수 있는 지도자”를 롯데 차기 감독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다소 추상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종열 해설위원은 “지금 롯데의 가장 큰 문제는 지도자와 선수들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 “데이터와 시스템 야구를 선호하는 지도자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롯데 선수들의 신뢰를 이끌어내고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지도자가 적임자”라고 했다.
“감독이 작전을 지시했을 때 선수들이 믿고 행동으로 나타낼 줄 알아야 한다. 감독의 지시에 의문점을 나타내고, 그 지시에 응하지 않는 건 선수단이 망하는 일이다. 롯데는 어느 순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를 나타냈다. 이런 선수들의 닫힌 마음을 어루만지고 품어주면서 선수들의 마음을 열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감독이라고 해도 선수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면 소용없다. 롯데의 차기 감독은 선수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진정한 ‘원팀’이 될 수 있게끔 힘을 모을 줄 아는 지도자가 적합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