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하마평에 오른 스콧 쿨바. 사진=이영미 기자
[일요신문] 2016년 7월,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에서 활약 중인 김현수(LG)를 만나러 볼티모어 홈구장인 캠든 야즈를 찾았다. 당시 김현수는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중 당시 스콧 쿨바 타격코치로부터 일대일 레슨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후 스콧 쿨바 코치와 현장에서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쿨바 코치는 KBO리그 외국인 선수가 도입됐던 첫 해(1998년) 현대 유니콘스 소속으로 뛰었다. 현대에서 타율 0.317, 26홈런, 97타점을 기록했는데 성적보다 뛰어난 인성으로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이후 일본에서 잠시 활약하다 은퇴 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3시즌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코치로 몸담았다가 2014년 12월 볼티모어 오리올스 코치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다. KBO리그 출신의 쿨바 코치는 한국에서 온 김현수를 살뜰히 챙겼다.
인터뷰 당시 쿨바 코치는 자신이 현대 유니콘스에서 활약한 최초의 외국인 선수라는 타이틀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현대 유니폼을 입고 정규시즌 우승은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던 일을 꺼냈다.
LG 트윈스 김현수. 사진=연합뉴스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신기하게도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많았다.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 마이너리그 팀인 타코마 레이니어스에서 감독을 맡았을 때 그 팀에는 한국의 추신수, 백차승이 뛰고 있었다. 쿨바 코치는 추신수와 많은 대화를 나눴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추신수와 김현수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추신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김현수는 한국에서 프로를 경험하고 이곳에 왔다. 똑같은 한국 선수라고 해도 적응하는데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쿨바 코치의 동생인 마이크 쿨바도 2003년 두산에서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다. 마이크 쿨바는 안타깝게도 2007년 마이너리그 코치 시절 타구에 머리를 맞고 세상을 떠났다. 스콧 쿨바로서는 당시 두산 출신인 김현수에게 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처음에 김현수를 만났을 때 내게 다가와서 내가 한국에서 경기하는 걸 잘 봤다고 말하더라. 그의 나이(1988년생)를 고려했을 때 내가 경기하는 걸 직접 보긴 어려웠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 야구를 경험한 코치와 선수라는 사실이 우리를 가깝게 만들었다.”
쿨바 코치는 김현수가 95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에 적응할 수 있도록 피칭 머신을 통해 훈련하는 걸 도왔다. 김현수로서는 메이저리그 1년 차때 쿨바 코치를 만난 게 큰 행운이나 다름없었다. 쿨바 코치에게 이와 같은 이야기를 전하자 그는 조심스럽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보다는 선수의 노력이 훨씬 컸다. 나는 도움을 얻고 싶어하는 선수들에게 내가 갖고 있는 정보나 기술들을 알려주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담당했을 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김현수는 무언가 기술을 알려주면 그것을 연마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도 한국에서 생활했을 때 내게 다가오고 이끌어줬던 코치들의 도움 덕분에 한국을 좋은 기억으로 추억하고 있다. 그 경험이 한국, 일본, 대만 또는 중남미, 어디 출신이든 우리 팀에 오는 선수들을 대할 때 도움이 된다.”
만약 스콧 쿨바 코치가 롯데 차기 감독으로 선임된다면 김현수와는 상대팀 선수와 감독으로 해후하게 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