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 사진=쇼박스 제공
“제가 부산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잖아요. 이번 극중에서도 장수(설경구 분)와 함께 야구장을 찾는 장면이 있는데, 좀 아쉬웠던 건 야구장 촬영 당시에 공사 중이었다는 점이에요. 야구장에 가면 눈앞에 초록색이 딱 보이고, 그럼 눈의 피로가 싹 풀리거든요. 그걸 못 본 게 아쉽더라고요. 그래도 사직에 가면 항상 기분이 좋아요.”
극중 조진웅이 맡은 ‘꼴통 깡패’ 캐릭터 ‘영기’는 그와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많다. 롯데 팬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부산 토박이라는 캐릭터에 맞게 그 말투부터 행동거지까지. 역시 부산 출신인 조진웅이 시종일관 무릎을 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일단 영기라는 그 인물상에 끌려서 ‘퍼펙트맨’을 선택하게 됐어요. 영기가 참 골 때리는 애거든요. 대본 보면서 진짜 계속 웃었어요. 제가 부산 사람이다 보니까 부산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잘 알잖아요. 그게 너무 웃기더라고요. 보면서 계속 ‘맞아, 부산 사람들 진짜 이런다니까’ 하고(웃음). 물론 깡패니까 나쁜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순수하고 약간은 진정성도 있고,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은 있는 놈이에요. 그런 모습이 좋더라고요.”
배우 조진웅. 사진=쇼박스 제공
“영기는 ‘흥’이 없으면 죽은 캐릭터거든요. 그래서 매일매일 브루노 마스의 ‘업타운 펑크’를 들으면서 그 흥을 유지하려고 애썼어요. 심각하고 진지한 캐릭터는 많이 했는데 영기는 참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얘는 어떻게 연기해야 하지?’라고 고민하는 순간 영기는 죽어 버려요. 단 한 순간도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촬영 안 할 때도 영기처럼 동료 배우나 스태프들한테 장난치고 그러고 다녔죠(웃음).”
앞서 영화 ‘아가씨’나 ‘독전’, 드라마 ‘시그널’로 조진웅을 기억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번 작품에서의 대변신에 놀랄지도 모른다. 그리고 놀랄 만큼, 그 가벼움이 조진웅에게 잘 어울린다.
특히 극중 영기가 장수를 데리고 클럽에 갔을 때 입장 퇴짜를 먹는 장면에서 혼자 흥에 겨워 막춤을 추는 장면은 가히 ‘퍼펙트맨’ 최고의 코믹 신이다. 다만 조진웅 본인은 그 신이 “죽을 만큼 민망했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저에게는 그 장면 촬영하는 게 주님이 내려주신 시련 같았어요, 와 너무 민망해서…. (웃음) 원래 촬영 현장에선 음악도 안 틀어요. 배우들 목소리를 따야 되니까 현장에는 음악이 없고 나중에 입히는 거죠. 그런데 제가 한순간 여기 줄 서 있는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너무 창피해 하니까 스태프들이 저를 도와주려고 라디오를 틀어주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미친 듯이 연기했어요. 그 장면도 몇 테이크 찍었는데, 나중엔 그냥 정신줄을 놓고 찍게 되더라고요. 안 그러면 민망해서 못 하거든요(웃음).”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퍼펙트맨’ 촬영 현장은 그 어느 작품 때보다 화기애애했다고 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출연진과 제작진들이 모여 파티를 열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면 같이 술을 마시는 것도 일과 같았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숙소 밑에 호프집이 하나 있는데, 숙소 입구랑 호프집 입구 사이에 제가 의자 하나 갖고 와서 딱 앉아 있어요. 그리고 숙소로 들어가려는 스탭들 있으면 ‘야, 어디가!’ 하고 붙잡아서 호프로 보내 버리는 거죠. (웃음) 영화 색에 따라서 분위기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아가씨’ 때 생각하면, 그때는 저희끼리 바텐더가 술 하나하나씩 설명해주는 바에 갔었거든요. 와인 나오고 안주로 하몽이 나오는 곳인데 저는 혼자 ‘뭐야 부대찌개도 없고…’ 하고 있었어요(웃음).”
배우 조진웅. 사진=쇼박스 제공
“더 잘생기고 젊은 배우들 많은데 날 왜…. (웃음) 그냥 아저씨 같아서 툭툭 건드리는 느낌 아닐까요? 예전에 걸그룹 멤버를 한번 본 적 있는데 그냥 조카 같고 애기 같더라고요. 이런 친구들은 또 새벽까지 촬영해도 쌩쌩해요. 촬영 쉬는 시간에도 저는 죽을 것 같은데 이 친구들은 셀프 카메라를 가져와서 자기 영상을 막 찍고 있더라고요. 훈련된 멘탈이라지만 그게 얼마나 고되겠어요.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아이돌 무대를 봐도 그냥 얼마나 힘들까,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그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다른 이의 삶을 진중하게 바라보는 그의 시각처럼 영화 ‘퍼펙트맨’도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하루의 가치’를 곱씹게 한다.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다는 당연한 말에서 벗어나 나에게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장르가 코미디인 만큼 심각하게 고찰해야 할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여운이 남는 영화임은 확실하다.
“하루하루 일상을 그냥 (의미 없이) 살아가게 되는 건가, 아니면 (목적을 갖고) 살아가야 되는 건가, 각자 판단하겠지만 어쨌든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오늘 하루는 자신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날일 텐데 굳이 좌절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죠. 내 삶이 이렇게 소중하니까, 오늘 하루도 찐하게 한 번 되는 데까지 살아보는 게 좋다는 것. 그걸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관객분들도 그런 감정을 느끼신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