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조국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출신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친문재인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마당발로 통한다. 유재수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시절이던 2017년 10월경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을 받았다. 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감찰이 시작되자 병가를 냈던 유 부시장은 2018년 3월 사표를 제출했고, 4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발탁됐다. 같은 해 7월엔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청와대 감찰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공직을 꿰차자 그 뒷배를 두고 소문이 무성했다.
특감반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은 지난 2월 유 부시장 감찰 무마 지시를 이유로 민정수석실 상관들을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조국 장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검찰 안팎에선 친문 실세인 유 부시장 봐주기가 아니냐는 뒷말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최근 유 부시장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씨 변호인이기도 한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비롯해 몇몇 특감반원들이 유 부시장 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인사는 “유 부시장 감찰에 석연찮은 부분이 발견됐다. 유 부시장 비위가 담긴 특감반원 보고서를 토대로 왜 징계 등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면서 “이와 관련해 그동안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집한 첩보와 진술 등을 확인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엔 유 부시장 감찰 착수 후 민정수석실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받는 친문 인사 한 명도 포함돼 있는데, 그는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참모 출신으로 꼽히는 인사다. 유 부시장을 겨냥한 수사가 조국 장관, 그리고 친문 실세로까지 번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름이 거론되는 친문 인사 측은 “유 부시장과 가까운 관계인 것은 맞지만 감찰을 무마하거나 그런 적은 없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앞서의 서울중앙지검 인사는 “수사를 해 보면 드러날 일이다. 당시 특감반에 파견 나갔던 검찰 직원들, 그리고 유 부시장 주변 등을 통해 그 친문 인사뿐 아니라 복수의 라인이 움직였다는 의미 있는 진술이 나왔다”고 했다.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 역시 조국 장관 수사의 다른 줄기로 지목된다. 경찰 부실수사 배후로 ‘조국 민정수석실’이 거론되는 이유에서다. 경찰 150명이 투입된 버닝썬 수사 핵심은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규근 총경과 가수 승리 측과의 유착을 밝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빠진 채 윤 총경은 직권남용으로만 기소됐다. 문재인 정부 경찰 실세로 꼽혔던 윤 총경에 대한 봐주기 논란이 불거졌고, 민정수석실 차원의 부적절한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졌다.
잊히는 듯했던 윤 총경은 조국 인사청문회 때 다시 한 번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2018년 5월 청와대 인근 한 식당에서 조국 수석과 단 둘이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다. 야당 의원들은 이 사진을 찍은 인물로 조국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관계사 대표 정 아무개 씨라고 주장했다. 정 씨는 윤 총경과 승리의 사업파트너 유인석 씨를 연결해준 것으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조 장관은 청와대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찍은 것이라고 부인했지만 검찰은 이 식당에 대한 탐문, 특감반 직원들에 대한 조사 등을 근거로 조 장관이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총경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은 당시 수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납득하기 힘든 부분들을 여러 개 포착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의 다른 관계자는 “국민적인 관심사,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했을 때 윤 총경 수사는 그야말로 부실 그 자체”라면서 “최소한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수사였다고 판단된다. 제대로 했으면 윤 총경에 대한 뇌물죄 등은 충분히 밝힐 수 있었다. 수사를 가로막는 세력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윤 총경 수사가 조국의 민정수석실 전반으로 향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윤 총경 뒤를 봐준 것으로 꼽혀왔던 호남 출신 사정당국 고위 친문 인사가 타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드루킹 사건’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조국 민정수석 체제’ 수사의 화약고로 평가받는다.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사건은 경찰을 거쳐 검찰과 특검이 맡았던 수사다. 앞서의 서울중앙지검 고위 인사는 “당시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수사기관 내부 정보를 수집해 보고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검찰로서는 내부를 향해 칼을 들이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런 부분을 따질 때가 아니다. 전직 특감반원들을 통해 진위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몇몇 야당 의원들도 이러한 의혹에 대해 여러 건의 제보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민정수석실이 드루킹 수사 정보를 수집했던 것이 사실일 경우 이를 지시한 사람은 누구인지, 또 그 자료가 어디까지 흘러들어갔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이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 자료를 모으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다. 이를 누군가에게 건넸다면 더더욱 문제다. 책임자인 민정수석(조국) 모르게 이런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현재 사모펀드와 딸 입시문제에 집중돼 있는 검찰 수사가 조국 민정수석실의 직권남용 혐의 쪽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