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추석을 앞둔 9월 11일 서울역 플랫폼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앞서의 민주당 당직자는 “선거에서 당을 대표할 얼굴이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를 하면 밑바닥 민심이 뒤집어지는 게 느껴졌다. 민주당 후보들이 박 전 대통령이 지원 유세 오는 것을 무서워했다”고 했다.
반대로 2018년 치러진 지방선거 때는 한국당 후보들이 홍준표 당시 당 대표가 지원유세 오는 것을 꺼려했다. 한 한국당 후보는 “홍준표 대표가 유세장에 나타나면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며 “(지원 유세를) 안 왔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홍 전 대표는 결국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당내에선 선대위원장 1순위로 이낙연 총리가 거론된다. 이석현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총리가 12월 하순께 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돌면서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면서 “인기가 좋고 연설도 잘하는 이 총리가 힘을 실어주면 총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또 전국 지원유세를 하느라 본인 선거를 챙기지 못할 이 총리를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시키자고 했다.
이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기 위해선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 총리를 총선에 투입시키지 않고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현재 국정 안정이 필요한 시기이고 마땅한 후임 총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리 측 관계자는 총선 선대위원장 수락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당에서 결정해주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이 총리는 (총선 출마) 생각이 있는데 청와대에서 안 놔주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외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도 거론되지만 현역 광역단체장이라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선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실제로 당에서 유 이사장과 접촉해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유 이사장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 워낙 강경하다. 나중에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 우리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험지 대구에서 당선되며 대선주자로 떠오른 김부겸 의원도 오르내린다. 하지만 대구 상황이 녹록지 않아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도 선대위원장직을 제안 받았지만 대구를 비울 처지가 못 된다면서 거절한 바 있다. 당에서 비례대표를 제안한다고 해도 김 의원으로서는 대구 출마 상징성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선대위원장을 정식으로 제안 받은 바가 없다. (선대위원장 제안을) 가정해서 하겠다, 안하겠다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당내에선 권역별 선대위원장을 띄우자는 의견도 나온다. 호남은 정세균, 영남은 김부겸 등으로 각 권역별 대표 주자를 내세워 선거를 치르자는 계획이다. 정세균 의원 측은 “당 일각에서 호남 전체 선거를 이끌어달라는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생각이 없다. 현 지역구(종로)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선대위원장 영입 요구는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준비하고 있다. 선대위원장을 영입해 그런 이 대표를 선거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송영길 의원은 9월 17일 ‘이해찬이 대표 될 때부터 분노조절이 안 되는 사람이라 이한구처럼 공천 파동을 염려했는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 같다. 해당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누가 무슨 권리로 불출마를 강제할 수 있느냐’는 문자메시지를 읽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송 의원은 누군가로부터 받은 메시지였을 뿐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대위원장은 선거를 지원하는 상징적인 존재일 뿐 공천에 관여하기는 힘들다. 본인 사람 몇 명 공천하는데 힘을 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체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선대위원장을 통해 이 대표 영향력을 줄여보겠다는 의도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낸 셈이다. 반면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아예 비대위를 띄우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비대위를 구성하면 이 대표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민주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로 연일 지지율이 하락세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9월 16~1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7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8.2%, 한국당은 32.1%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1.3%포인트 떨어지고 한국당은 2%포인트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전에 민주당이 비대위를 띄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한편 이해찬 대표 측은 내년 총선에서 이 대표를 대신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당내 논의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 일각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선대위원장 논의를 한 바 없다. 이 대표가 황 대표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인정할 수 없다. 이 대표는 황 대표보다 정치 이력이나 정치력이 훨씬 뛰어나다. 내년 총선에서 공동 선대위원장이야 얼마든지 임명이 가능하겠지만 아예 이 대표를 대신해 전면에 나설 선대위원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 못 한다”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