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은 ‘조국’ ‘반일’ 이슈 때마다 유튜브를 적극 이용해왔다. 많은 정보 중 다수의 가짜뉴스는 사실처럼 확산됐다. 9월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는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최근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은 인물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다. 그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유튜브에는 뉴스들이 흘러 넘쳤다. 보수 유튜브 채널에선 조 장관 딸 조 아무개 씨가 수억 원대 외제차 ‘포르셰’를 몰고 다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세의 전 MBC 기자와 강용석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조국 의혹 총정리’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포르셰녀” “학교 성적이 꼴찌”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를 사실 확인 없이 받아들였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씨가) 포르셰를 몰고 다닌다는 말도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조 씨는 허위사실 유포로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조 씨는 포르셰가 아닌 소형차 현대 ‘아반떼’를 이용했다. 실제로 조 장관 재산 내역에도 현대 아반떼가 공개된 상태다.
연예부 기자 출신인 김용호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조 장관이 한 여배우를 후원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영상을 통해 “이 배우가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을 텐데 이미 이혼했다더라”며 “보도가 나온 적은 없지만, 갑자기 작품도 많이 찍고 CF 광고도 많이 했다. 여배우가 여러 작품을 할 수 있도록 조 후보자가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영상이 나온 직후 조 장관 측과 여배우 측은 “허위사실”이라며 민형사상 소송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김 씨는 ‘가짜뉴스’ 전력이 있다. 그는 ‘세월호 민간인 잠수사’로 알려진 홍가혜 씨에 대해 여러 가짜뉴스를 제기했고, 그 결과 민사소송에서 명예훼손이 인정돼 1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반일감정을 다룬 가짜뉴스도 넘쳐났다. 유튜브에는 반일감정을 비판하며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는 영상물이 올라왔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한국콜마 회장이 회사 내부 조회 시 참고자료로 활용한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이때 재생된 채널 ‘리섭TV’의 영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배상에 대한 논쟁을 끝내자고 했다’ ‘이미 돈을 받은 걸로 결론을 내렸다’라는 등의 주장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주장들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고, 이 유튜버는 사과했다.
가짜뉴스를 생산한 유튜버 ‘리섭TV’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진=리섭TV 캡처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확대 재생산되자 여권도 대응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대책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가짜뉴스 단속에 나선 상태다. 특위 위원장인 박광온 의원 측에 따르면 특위는 2월 12일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유튜브 채널 12개, 64건의 영상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를 신청했다. 지난 4월 강원도 일대 산불이 발생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을 방송한 유튜브 채널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8월 26일에는 조 장관 관련 허위조작 정보를 생산한 유튜브 채널 11개, 198건 영상에 대해 법적 조치 검토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9월 18일 ‘국경없는기자회’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진실에 바탕을 둔 생각과 정보들이 자유롭게 오갈 때 언론의 자유가 진정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도 한국기자협회 창립 기념식, 신문의날 축하연 때에도 이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보수진영은 이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라며 비판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과거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 중시했던 현 여권이 특유의 내로남불 행태를 보인다”며 “정부의 가짜뉴스 운운과 유튜브 규제 시도는 명백히 비판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짜뉴스들이 보수진영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보수진영이 유튜브 등을 통해 여론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위험한 사실 왜곡과 확대 재생산이 담겨 있다”며 “오히려 중도세력이 가짜뉴스를 보며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진동 평론가는 이어 “현재 보수진영은 문 대통령과 여권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움직임을 보이지만, 이는 중도를 움직일 수 없다. 한계점이 있다”며 “더 좋은 정치를 위해선 진보가 아닌 보수가 집권할 때, 어떤 방법으로 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 유튜브 가짜뉴스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유튜브에서 사실을 가려내는 것은 소비자 자신과 상식에 달려 있지만, 양쪽 진영은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고 있다”며 “양극단의 가짜뉴스가 거세지고 진영대결이 심해질수록 중도의 힘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