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LG유플러스와 손잡고 10월 중후반 5G 알뜰폰을 출시한다. 브랜드 명은 KB국민은행의 디지털뱅킹 브랜드 리브(Liiv)와 모바일(Mobile)을 합쳐 ‘리브M’으로 정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사업 진출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재 알뜰폰 업황이 좋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알뜰폰을 해지하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로 옮긴 사용자는 5만 9462명이지만,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긴 사용자는 3만 6514명에 그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통신비를 낮추려고 보편요금제 도입을 시도하자 통신 3사가 자발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알뜰폰의 가격 차별성이 떨어져 번호이동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수익을 내기보다 금융권 입지를 다지고 미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란 것이 업계 중론이다. 고객을 휴대폰이란 플랫폼에 묶어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신규 고객을 끌어오려는 시도라는 얘기다.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대내외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지속적인 이자수익 창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이에 대비하는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봤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은) 수익을 내기보다 타 금융사와 경쟁 수단으로 통신망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주고객을 VIP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금융과 결합한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하다. 금융서비스는 한번 이용하면 충성도가 높다. 환전이나 예·적금 등 금융업무가 잦은 고객들은 여러 금융 혜택을 받으면서 요금제 할인도 받을 수 있어, 유입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전국 은행지점 창구를 통해 일대일 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더 직접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통신사들은 대리점을 통해 상품을 추천하고 상담해주지만, 알뜰폰은 오프라인 매장과 고객센터가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통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알뜰폰을 출시한 유통사들은 쇼핑시 통신비 할인 등 결합 가능한 서비스가 제한됐지만 금융사는 금리 인하, 환율 혜택 등 다양하다”며 “헬로모바일이 성공한 것도 식품, 영화 등 CJ 계열사를 활용해 알뜰폰에 없던 멤버십을 구축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금융업계 최초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에서는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통신 3사를 견제할 수 있는 ‘메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뜰폰업계 최초로 5G망을 개시하는 만큼 경쟁력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G 가입자 위주로 ‘저가·효자폰’이란 인식이 붙은 알뜰폰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알뜰폰업계가 어려운 이유는 특화된 서비스 없이 싼 가격만 내세웠기 때문”이라며 “국민은행은 금융업무가 잦은 고객이나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이 힘든 어르신 등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5G 서비스도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저가에 금융혜택은 물론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속도까지 누릴 수 있기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연착륙하면,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통신 3사를 견제할 수 있는 ‘메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자극을 받은 경쟁사들이 저렴한 요금제뿐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 출시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그런 만큼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5G망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도 있다. 알뜰폰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민은행처럼 덩치 큰 대기업이 들어오면 통신사들과 도매대가 협상이나 5G와 LTE망 공급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며 “한 사업자에게만 5G망을 빌려주고 다른 업체는 배제하는 건 형평성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중소 알뜰폰 업체들도 5G망을 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시각도 있다. 먼저 기존 금융 연계 서비스와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로 세금을 납부하면 1만 원 청구할인해주는 등 기존에도 금융권과 통신사가 결합한 서비스가 있었던 만큼 얼마나 차별화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5G 요금제 가격이 기대만큼 저렴하긴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은 5G를 마음껏 쓰려고 요금제에 가입하는데, 그러려면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제대로 5G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무제한 5G 요금제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럴 경우 통신 3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과 큰 차이가 날지 의문”이라며 “금융업과 통신업 모두 잘 이해해야 양쪽이 추구하는 방향을 일치시킬 수 있다. 통신업은 초기 적자를 보다가 가입자가 늘면서 서서히 흑자 전환하는 구조인데, 유통업계는 잠깐 해보고 안 되니 사업을 접었다. 국민은행도 금융업이 아닌 통신업계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KT만 불발’ 통신 3사 M&A 희비 교차 케이블TV에서 인터넷(IP)TV로 방송 수신 채널이 변화하면서 통신사업자들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케이블TV 업계 1위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받으면서 인수를 눈앞에 뒀다. CJ헬로를 인수하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24.54%로, KT(KT스카이라이프 포함 점유율 31.07%)에 이어 2위로 등극한다. SK텔레콤은 자사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2위 업체 티브로드의 합병을 위해 공정위에 신청한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 OTT ‘푹’을 통합한 신설법인 ‘웨이브’도 지난 18일 출범했다. 국내 최대 OTT 서비스 출시에 이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이 성사될 경우 SK브로드밴드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17.9%에서 23.92%로 높아진다. 반면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이슈로 케이블TV 3위 업체인 딜라이브 인수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합산규제란 1개 사업자가 위성방송·케이블TV·IPTV를 합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 3분의 1을 확보하지 못하게 한 제도다. 2015년 ‘3년 일몰’을 조건으로 시행되면서 올해 국회에서 재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여야 대치로 논의가 미뤄지면서 인수 작업이 중단됐다. KT가 딜라이브 등 다른 유료방송 기업을 인수하면 점유율 33%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인수·합병을 완료하면 3사 점유율이 비등해지는 만큼 KT 내부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KT 관계자는 “위성방송과 케이블TV는 VOD 서비스 공급 및 개설 가능한 채널 수가 제한적이지만 IPTV는 무제한 공급 가능하다. 통신사들이 케이블TV를 인수해 서비스 고도화하며 가입자를 늘려가려는 이유”라며 “이를 위해 KT도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으나 정부가 합산규제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