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KT 화재 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 사진=박은숙 기자
KT는 지난 4월 ‘차기 CEO 선임 프로세스’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10명 안팎의 사내 후보군 검증 작업을 진행한 KT는 현재 내부 인사평가를 거의 마치고, 조만간 외부 인사 추천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KT는 올해 안에 차기 회장을 내정하고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식 임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4월 KT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착수 발표는 많은 관심을 모았다. KT가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한 절차를 외부에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었고, 과거와 비교해 선임 절차에 들어가는 시점도 매우 빨랐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는 KT와 황창규 회장에 대한 여러 의혹이 불거진 시점이었다. 황창규 회장이 자신의 측근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기 위해 서둘러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실제 지난 4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열린 ‘KT 화재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에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기가 1년이나 남았는데, 차기 CEO 선정 프로세스를 가동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도 “차기 대표 후보를 본인이 정하려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에 황창규 회장은 “차기 대표는 KT 이사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며 “(차기 CEO 선임 절차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빌딩. 사진=고성준 기자
KT 전·현직 임직원 10여 명이 2002년 민영화 이후 자발적으로 구성한 모임으로 알려진 K비즈니스포럼(의장 한영도 상명대 교수)은 최근 KT의 전·현직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KT 차기 CEO 인선 작업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팀장급 이상 125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독립·투명·공정한 진행에 대해 85.5%가, 사내외 후보자 간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에 90.3%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는 것. K비즈니스 포럼은 KT 이사회에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방안 토론회’를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지난 12일까지 시한이었던 토론회는 결국 개최되지 않았다. KT 사측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K비즈니스포럼의 이러한 지적도 결국 자신들에 유리한 후보를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의장 한영도 교수를 제외한 K비즈니스포럼의 다른 멤버들은 공개되지 않았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K비즈니스포럼에서도 자신들이 내세우는 후보를 회장으로 만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멤버 중 한 명이 후보일 수도 있고, 멤버들이 그 후보와 관계가 있어 추후 차기 회장을 세워 세력을 구축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한영도 교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우리 멤버들은 오로지 독립적이고 공정한 차기 CEO 선임 절차가 이뤄지길 바라기 때문에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멤버가 공개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나는 교수로서 자유롭지만, 전·현직 직원들은 이러한 행동으로 경영진에 불이익을 받을까 부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KT새노조(위원장 오주헌)도 KT 이사회에 면담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KT새노조는 “내부 구성원들 눈에는 지금의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KT의 미래를 열 신임 CEO를 뽑는 절차가 아니라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을 감추기 위한 후계자 임명 절차로 보이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내부 의견수렴 과정과 황 회장 경영에 대한 평가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후임자 선출은 황을 위한, 황에 의한, 황의 후계자 선출이라는 냉소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KT새노조는 잡음의 중심인물로 김인회 KT 사장을 지목했다. KT새노조는 “만시지탄이지만 황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인회 사장은 회장 심사 과정에서 배척돼야 한다”며 “김인회 사장이 계속 관여하는 CEO 선출은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사회가 책임지고 김 사장을 심사위원회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황창규, 임기 만료 앞두고 소환조사 임박설 KT의 차기 회장 선임작업과 별개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황창규 회장의 입지마저 점차 좁아지고 있다. KT 경영고문 부정 위촉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 17일 김인회 사장과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을 소환조사했다. 구현모 사장 역시 황 회장 비서실장 출신으로 현재 차기 회장 후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경영고문 로비 의혹과 관련해 황 회장의 비서실이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찰이 황 회장의 최측근 두 명을 소환조사한 만큼 조만간 황 회장에 대한 소환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황 회장은 경영고문 부정 위촉 의혹뿐 아니라 불법 정치후원 배임·횡령, 비자금 조성 등 여러 비리 혐의로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도 소환조사가 임박했으며, 비공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