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씨.
피해자들은 이 날 두 번 울었다. 피해자들의 눈물은 사실 올리패스가 상장된다는 게 확정되고 공모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증시 침체 등으로 공모주 투자 심리가 위축돼 예상보다 낮은 가격인 2만 원에 공모가가 정해졌다.
비상장 주식이 상장된다는 희소식에 이희진 씨 피해자들이 분노했던 이유는 올리패스 상장 여부와는 무관하다. 이희진 씨가 이들에게 판매할 때 예상했던 ‘올리패스 목표가 100만 원’은커녕, 공모가 2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초 이희진 씨에게 샀던 16만 원에서 8토막난 가격이다. 올리패스 주식을 이 씨에게 샀던 박봉준 이희진 피해자 모임 대표는 “4년 동안 묵혔다가 겨우 상장됐는데 8토막난 가격으로 공모를 받았고, 상장 첫 날인 9월 20일 약 2만 원 후반대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씨가 추천한 주식 일부만을 두고 ‘이희진 씨가 사실은 주식 고수다’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가 강력하게 추천한 종목들은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가장 많이 팔았던 ‘네이처리퍼블릭’ 종목은 장외 시장에서 10토막 이상 난 상태로 거래 중이다.
이 상황에서 9월 20일 이희진 씨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 혐의 관련 사건 2심 선고가 잡혔다. 선고가 나고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피해자들은 1심도 형량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2심에서 더욱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원, 추징금 약 130억 원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이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100억 원, 추징금 122억 6700여만 원을 선고했다. 이 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동생 이희문 전 미래투자파트너스 대표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씨 동생은 1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2018년 말 풀려난 바 있다.
이 외에도 이희진 씨가 추천한 주식을 판매하는 프라임투자파트너스 대표 박 아무개 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동생 이희문 씨 지인 김 아무개 씨에게도 벌금 800만 원이 선고됐다. 이희문 미래투자파트너스 대표, 박 전 프라임투자파트너스 대표에게 선고된 벌금형은 1심과 마찬가지로 선고 유예됐다.
2심으로 인해 형량이 1년 6개월 깎인 이희진 씨는 약 5개월 뒤 출소할 예정이다. 또한 벌금도 줄어들었다. 최근까지는 이희진 씨가 황제노역으로 200억 원의 벌금을 털어 내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2심 선고를 접한 일각에서는 ‘100억 원 정도면 이희진 씨가 그 돈을 내고 출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구속 수감된 이희진씨가 가상화폐 개발 회사를 차명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포착되기도 했다. 해당 회사는 반려동물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가상화폐를 개발하는 회사로, 이 회사에서 개발해 상장한 가상화폐는 한때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어서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지난해 먼저 출소한 동생 이희문씨를 통해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 회사를 300억 원 가량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100억 원은 그가 납부 가능한 금액 아니냐는 의견이다.
올리패스 상장으로 결국 이희진 피해자들의 희망은 7토막 난 금액으로 손해가 확정이 됐다. 이희진 씨도 2심 선고에서 줄어든 형량과 함께 벌금을 대폭 깎인 금액이 선고됐다. 결국 9월 20일은 이희진 씨 피해자 모임에게는 불행한 날로 결론 났다.
이희진 씨 2심 선고를 접한 박봉준 대표는 “이희진 사건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지 않기를 바랬는데 그 희망을 실망으로 바꾸게 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호소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