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올라온 ‘06년생 폭행사건’ 영상 캡처.
사건은 22일 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한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영상에는 머리가 헝클어진 채 코피를 흘리는 A 양(12)의 모습이 담겼다. 피범벅인 A 양의 주위를 여러 명의 학생이 에워싸고 욕설을 한다. 한 차례 더 때리려는 듯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이마를 치자 A 양이 움찔한다. 그 뒤로 한 남학생이 태연하게 발라드 노래를 부른다. 40초 남짓한 이 영상은 가해자가 직접 찍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의 부모는 다음 날 가해자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23일 가해자 B 양(13) 등 중학생 7명을 폭행 혐의로 검거했다. 가해자 가운데 일부는 “A 양의 평소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차에 반말을 사용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양과 B 양은 21일 폭행 사건 이전에 이성친구 교제 문제를 두고 SNS로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취재 결과 가해자 7명과 피해자는 SNS를 통해서 알게 된 사이로, 실제 만난 것은 21일이 처음이다. 또한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로 확인됐다. 사건 자체는 수원에서 벌어졌지만 정작 수원에 거주하는 학생은 몇 되지 않았다. 24일 일요신문과 만난 피해자 A 양의 지인은 “A 양은 수원 사람이 아니다. 가해 학생들도 서울, 광주, 인천, 분당 등지에서 모인 아이들이다. 대부분 SNS를 통해 만난 사이로 알고 있다. A 양과 B 양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는 폭행사건 일주일 전인 추석에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A 양이 ‘잡뒤’에 걸렸음을 알리는 대화 내용. 사진=제보자
지인은 A 양이 잡뒤에 걸린 이유를 두고 선배인 B 양 무리의 말을 듣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A 양에게 “자신의 SNS에 안부글을 10줄 이상 쓰라”고 요구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괴롭혔다는 것. 가해자 가운데 일부는 SNS를 통해 “A 양을 혼내줄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고도 전했다. 이렇게 이어진 갈등이 이성친구 문제로 번지면서 결국 21일 B 양 무리가 A 양을 수원역 인근 노래방으로 끌고 와 집단 폭행했다는 것이다.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퍼지는 등 2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수원역 노래방 집단 폭행 사건 06 가해자’라는 이름의 제목으로 가해자 가운데 한 명의 합성 나체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 가해 학생들 가운데 일부가 나체 사진을 이용해 몸캠을 하고 돈을 버는 이른바 ‘몸또’를 하는 학생이라는 허위사실도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것. SNS에서는 이 사진을 이용해 팔로어, 일명 구독자 수를 늘리거나 5000~1만 원을 받고 사진을 파는 등 범죄행위까지 벌어지고 있어 또 다른 피해가 예상된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안다는 한 지인은 24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사진은 가해자가 아니다. 폭력을 행사한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이런 사진이 전국민에게 유포되는 것이 정당한 처벌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폭행 사건과 별개로 신상 정보나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가해자 무리를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3일 만 하루도 되지 않아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원서부경찰서는 23일 폭행 혐의로 검거한 가해자 7명에 대해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법원의 동행영장을 발부 받아 소년분류심사원에 넘겼다고 밝혔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만 19세 미만의 위탁 소년이 재판을 받기 전 머무는 소년구치소로, 범죄를 저질렀거나 반복 범행을 저지를 우려가 있는 청소년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임시로 수용하는 시설이다. B 양 등 7명은 모두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형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사안에 따라 봉사활동 정도의 징계로 끝나기도 한다.
교육청도 나섰다. 피해자와 직접적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B 양의 관할 교육청 관계자는 “가해 학생들이 사는 지역이 모두 다르고 학교도 모두 달라 조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 학생을 위해 여러 의견을 제시 중이다. 경찰조사가 끝나면 각 지역의 교육청과 협의해 일괄적으로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정하는 방식의 공동 학폭위(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학폭위 개최 여부의 1차 권한은 각 학교에 있다”고 설명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